앞날 창창한 20대 청년들이 ‘1개월 계약직’ 일자리 찾는 황당한 이유
앞날 창창한 20대 청년들이 ‘1개월 계약직’ 일자리 찾는 황당한 이유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제도의 사각지대를 노려 실업급여를 타는 ‘꼼수’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심지어 고용보험 가입 요건을 채우기 위해 한 달짜리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는 등의 방식이 이른바 ‘실업급여 쉽게 타기 팁’이라는 이름으로 공유까지 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행태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기금 운용에도 심각한 부담을 초래해 결국 국민 전체의 부담을 낳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업급여 타는 꿀팁’ 공유 행위 기승…기금 고갈 가속화에 4대보험·소득세 인상 공포 확산

 

편법으로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맞추는 다양한 방법들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SNS와 온라인 카페·블로그 등의 검색창에 ‘실업급여 꿀팁’을 입력하면 관련 게시물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 게시물엔 제도의 사각지대를 노려 편법으로 실업급여를 타는 방법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장 널리 공유되는 방식 중 하나는 자발적 퇴사 후 1개월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는 방식이다.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 대상은 퇴사일 기준 최근 18개월 내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80일 이상인 비자발적 이직자다. 고용보험 180일 가입 조건은 굳이 한 회사가 아니어도 여러 회사에서 근무한 합산 기간도 인정된다. 직장 A와 직장 B에서 각각 근무한 기간을 합쳐 180일을 충족하면 수급 자격이 성립되는 식이다. 핵심은 마지막 직장이다. 최종 직장이 계약만료 조건이 붙은 계약직일 경우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하다. 

 

▲ 서울의 한 대학교 내에 위치한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전경. [사진=연합뉴스]

 

계약기간 최소 1개월 일자리를 찾는 이유는 1개월 미만 근무 시 상용근로자가 아닌 일용직 근로자로 분류돼 실업급여 수급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 카페와 블로그 등에선 1개월 계약직을 구하는 구직 게시물이나 1개월 계약직을 많이 구하는 업종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 게시물에 따르면 공공기관 사무보조, 학교 급식실 주방보조 등이 1개월 계약직을 자주 채용하고 있다.

 

또 다른 실업급여 편법 수급 행위로는 실업급여를 타면서 외국에서 취직해 수입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있다. 해외 체류 국민의 경우 해외 취업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취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을 악용하는 것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해외에서 구직 활동을 이유로 실업급여를 받은 인원은 1635명으로 이 중 실제로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239명에 불과했다. 해외 체류 시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비가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취업 성공 여부를 밝히지 않은 이들이 상당한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실업급여 편법 수급 행위가 다른 사람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실업급여 재정은 이미 심각한 적자 상황을 맞고 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보험 기금 내 실업급여 계정은 올해 2330억원, 내년에는 1320억원 적자가 각각 예상된다. 올해 역시 상반기에만 이미 실업급여로 6조4000억원이 집행됐다. 올해 전체 예산 10조9171억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 점심식사 해결을 위해 이동 중인 직장인들의 모습. ⓒ르데스크

 

실업급여 적자는 결국 국민 혈세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정확히는 소위 ‘4대 보험’이라 불리며 급여에서 원천징수되는 고용보험금 인상이나 소득세, 법인세 등의 인상이 불가피해지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문재인정부 시절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이 바닥을 보인 탓에 고용보험료가 두 차례에 걸쳐 총 0.4%p  인상된 적 있다. 결국 부정적인 방법으로 공돈을 챙기려는 몇몇 비양심자들 때문에 땀 흘려 일해서 돈 버는 선량한 직장인들만 손해를 보는 셈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현행 실업급여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직장인 이민석 씨(31·남)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매달 소득세, 4대 보험료 등을 꼬박꼬박 내는데 꼼수를 활용해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참 허탈하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누구도 열심히 일하지 않으려 하고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할 복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박지현 씨(29·여)도 “실업급여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 때문에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진정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역시 재정 건전성 확보와 부정 수급 차단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이라도 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실업급여가 전달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 설계에 나서야 한다”며 “일시적 생계 지원 목적의 실업급여가 장기적인 소득 대체 수단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강도 높은 실태 점검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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