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나스닥’ 과창판 투자 열풍 이끄는 시진핑의 반도체 브레인들
‘중국판 나스닥’ 과창판 투자 열풍 이끄는 시진핑의 반도체 브레인들
[사진=캠브리콘테크놀로지스]

최근 중화권 상장지수펀드(ETF)와 개별 종목에 투자한 한국의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중학개미들’의 얼굴이 활짝 폈다. 시진핑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반도체, AI 등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 경쟁이 가속화 될수록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 수혜 기업들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덕분에 해당 기업을 이끄는 수장들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진핑 수혜 기업 캠브리콘·SMIC, ‘중국판 나스닥’ 과창판의 쌍두마차 급부상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CE 중국과창판STAR50 ETF’의 8월 수익률은 30.78%에 달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레버리지형 상품을 포함한 국내 상장된 ETF 1016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으로 투자 기간을 늘렸을 때 해당 상품 수익률은 105.14%까지 치솟았다. 해당 상품은 2019년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개설된 중국의 기술 혁신 기업 전용 시장인 ‘과창판’ 지수를 추종하고 있다. 과창판 지수는 과창판 상장 종목 중에서도 시가총액 상위 50위 종목의 유동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산출된다.

  

▲ 천톈스(陳天石) 캠브리콘테크놀로지스 창업주. [사진=캠브리콘테크놀로지스]

 

시가총액 상위 50위 종목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은 ▲캠브리콘테크놀로지스(이하 캠브리콘) ▲SMIC ▲하이곤정보기술 ▲몬타지테크놀로지 ▲중미반도체 등이다. 중국과학원(CAS)의 ‘캠브리콘 프로젝트’가 모태인 캠브리콘은 2016년 중국 베이징에 설립된 인공지능(AI) 기술 스타트업이다. 주력 사업은 AI 반도체 설계다. 캠브리콘은 설립 초기 화웨이, 알리바바, 레노버, 아이플라이텍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로 투자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2020년 7월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공개하며 원화 약 51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집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캠브리콘은 지난 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부터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첫 분기 흑자를 기록한 후 올해 상반기엔 전년 동기 대비 40배 넘게 급증한 28억8100만위안(원화 약 5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순이익 규모 또한 10억3800만위안(원화 약 2000억원)에 달했다. 월가에서도 캠브리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캠브리콘의 목표가를 기존 1243위안에서 1835위안으로 상향했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도 약 52%의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본 것이다. 4일 기준 캠브리콘의 종가는 1202위안이다.

 

캠브리콘의 최대주주는 천톈스(36.56%)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다. 천톈스는 1985년 중국 장시성 출신으로 전기공학자 아버지와 역사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중국과학기술대학교(USTC)가 운영하는 영재학교을 졸업한 뒤 2005년 중국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중국과학원 컴퓨팅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AI 분야와 관련된 50여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천톈스는 올해 2월 시진핑 주석이 직접 개최한 민영기업 대표 간담회를 통해 더욱 유명해졌다. 당시 간담회에서 시 주석은 캠브리콘을 AI 및 반도체 기술 분야를 대표하는 민간기업으로 직접 언급하며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중국 제조 2025’에도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 류쉰펑(劉順峰) SMIC 회장. [사진=SMIC]

 

캠브리콘이 설계한 고성능 AI 칩을 직접 생산하는 SMIC도 과창판 투자 열풍을 주도하는 기업 중 한 곳이다. SMIC는 중국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 기업으로 글로벌 선두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올해 1분기 SMI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5.5%로 2위 삼성전자(8.1%)와는 2.6%p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SMIC는 불과 2년 전인 2023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파운드리, UMC 등에 밀려 점유율 5위를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부터 경쟁사를 제치고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SMIC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44억6000만달러(원화 약 6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현재 SMIC를 이끌고 있는 류쉰펑(劉順峰) 회장은 중국 정·재계를 아우르는 인물로 유명하다. 류쉰펑은 중국 공산당과 재계·학계 등 여러 분야 간의 협력을 위한 공식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정치협상회의(CPPCC) 제14기 전국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1965년 안후이성에 태어난 류쉰펑은 동중국과학기술대학교에서 화학공학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무려 30년 넘게 석유·화학 분야의 전문성을 쌓았다. SMIC 회장에 오르기 전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 부사장 ▲상하이화이그룹 사장 ▲상하이화이그룹 회장 ▲중국석유화학공업연합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SMIC 회장 임명 당시 반도체 관련 경험이 적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회장직을 맡은 후 실적 개선을 이끌어내며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자강’ 현실화 첨병들…하이곤정보기술·몬타지테크놀로지·중미반도체

  

▲ 멍 시앙탕(孟宪棠) 하이곤정보기술 회장. [사진=하이곤정보기술]

 

AI칩 팹리스 기업인 하이곤정보기술(이하 하이곤) 역시 과창판에 속한 반도체 기업이다. 팹리스 CPU 설계기업인 하이곤은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AI 연산과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 기술 자립 전략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이곤은 지난 2016년 글로벌 반도체 기업 AMD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여러 노하우를 습득한 뒤 자체 기술 역량을 갖췄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선 보기 드문 ‘성장형 독립 팹리스’ 사례로 꼽힌다. 2022년 상하이증시에 상장한 하이곤의 주가는 올해에만 약 24%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하이곤의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4억6424만위안(원화 약 1조600억원), 12억1145만위안(원화 약 2366억원) 등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2%, 40.8% 증가했다.

 

하이곤은 최근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슈퍼컴퓨터 제조업체 수곤(Sugon)을 인수·합병한다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올해 처음 도입한 ‘상장사 자산재편 규정’에 따라 추진된 첫 합병 사례이자 중국 컴퓨팅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사례다. 합병은 올해 3분기 내 규제 심사와 주주총회를 거쳐 마무리되며 수곤은 연내 상장 폐지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하이곤의 핵심 인사들 역시 중국 정부와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 2018년 하이곤 회장으로 임명된 멍 시앙탕(孟宪棠)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부사장과 중국과학원 산하 국영투자 기관 이사회 임원 등을 역임한 이력을 지녔다. 시 주석의 기술 개발 정책과 연계된 각종 사업과 정책 자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 하워드 양(Howard Yang) 몬타지테크놀로지 창업주(사진 왼쪽)와 윤지아오(Zheyao Yin) 중미반도체 창업주. [사진=몬타지테크놀로지, 중미반도체]

 

중국의 팹리스 업체 몬타지테크놀로지와 반도체 장비 생산기업 중미반도체(AMEC) 등도 정부 수혜를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주가 또한 마찬가지다. 올해 1월 64위안에 거래되던 몬타지테크놀로지 주가는 9월 들어 129위안까지 상승하며 약 8개월 만에 2배 넘게 뛰었다. 올해 1월 170위안대를 기록했던 중미반도체 주가 역시 현재 200위안에 근접한 상태다. 몬타지테크놀로지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65.8% 증가한 12억2200만원, 순이익은 135.1% 증가한 5억2500만위안을 각각 기록했다. 중미반도체 역시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한 3억1300만위안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두 기업을 이끄는 인물 역시 예사롭지 않다. 몬타지테크놀로지의 창업주 하워드 양(Howard Yang)은 시진핑 정부가 주목하는 학계 출신의 사업가다. 하워드 양은 미국 오라곤주립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학사 및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중국으로 귀국해 여러 반도체 기업에서 활약한 후 2004년 몬타지테크놀로지를 창업했다. 그는 지난 2020년 세계 반도체 표준화 기구(JEDEC)가 마련한 글로벌 우수 리더십 부문 첫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몬타지테크놀로지는 시 주석의 ‘중국 제조 2025’ 주력 기업으로 선정된 상태다. 중미반도체 창업자인 윤지아오(Zheyao Yin) 회장은 중국학기술대 출신으로 미국 UCLA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인텔과 램리서처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았다. 그는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2004년 귀국해 중미반도체를 설립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기술 자립을 천명하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화권 투자자산에 대한 관심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특히 과창판 지수에 속한 기업들은 단순한 민간 기업을 넘어 중국의 국가 전략과 맞물린 핵심 산업군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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