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똑같네…이시바 사임에 다카이치 · 고이즈미 ‘잠룡테마주’ 출렁
일본도 똑같네…이시바 사임에 다카이치 · 고이즈미 ‘잠룡테마주’ 출렁

일본 이시바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일본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차기 총리 유력 후보와 관련 깊은 기업의 주식, 이른바 ‘정치 테마주’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탓이다. 특정 정치인의 정책 방향이나 연고지를 바탕으로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는 현상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모습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정치 테마주로는 ‘다카이치 테마주’와 ‘고이즈미 테마주’ 등이 꼽힌다.

 

조기 선거 확정에 도쿄증권거래소 요동…자민당 유력 인사 언급에 ‘정치 테마주’ 불기둥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일본의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현역 중의원인 다카이치 사나에 테마주로 꼽히는 스케가와전기공업은 최근 일주일 동안 30% 넘게 급등했다. 8일 스케가와전기공업은 이날 하루에만 전일 대비 12.93% 오르며 4370엔에 장을 마감했다. 또 다른 ‘다카이치 테마주’로 꼽히는 쿠노시마화학 역시 강세다. 쿠노시마화학은 최근 일주일 간 8.41% 상승했다. 8일에도 장중 한때 8% 가까이 상승하며 1500엔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날 쿠노시마화학의 종가는 1456엔을 기록했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중의원. [사진=연합뉴스]

 

스테가와전기공업과 쿠노시마화학이 ‘다카이치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유는 주력 사업이 정책 방향에 부합한다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스케가와전기공업은 핵융합 및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다카이치 의원의 에너지 자주성 강화 정책의 수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고기능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쿠노시마화학은 다카이치 의원 ‘경제 안보’ 전략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다카이치 의원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일본 내 생산능력 강화와 기술 혁신을 지지해왔으며 특히 첨단 화학 산업의 발전을 강조해왔다.


다카이치 의원은 일본 현지에서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 2016년 8월 제 2차 아베 신조 내각에서 총무대신을 역임한데다 정치 성향 역시 아베 총리와 흡사한 모습이 많아서다. 그는 지난해 자민당 총리 선거 당시엔 향후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신사를 계속 참배하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총리를 제치고 선두를 달렸으나 결선에서 패했다. 선거 패배 후엔 당직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노선을 유지해 왔다.

 

고이즈미 신지로 현 농림수산성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들의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농림수산성은 일본 정치 세대교체의 주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1년생인 그는 개혁 성향과 젊은 이미지 덕에 일본 젊은층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자민당 총리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의원, 이시바 총리 등에 이어 3위를 기록해 아쉽게 결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 고이즈미 신지로 현 농림수산성. [사진=연합뉴스]

 

다만 최근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일본 현지 매체의 여론조사(6~7일)에 따르면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성은 다카이치 의원과 동일한 19.3%의 지지를 받으며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만약 그가 이번 총리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일본 역사상 최초의 ‘부자(父子)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고이즈미 테마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종목은 소니그룹이다. 소니그룹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성의 환경 정책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성은 일본 정계를 대표하는 청정에너지 지지자로 친환경 기술 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소니그룹은 2040년까지 자사 탄소 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 배출 제로’ 계획을 발표했으며사용된 전자제품을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재활용 프로그램 도입을 계획 중이다. 소니그룹은 최근 일주일 동안 2.47%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고이즈미 총리 시절의 테마주도 다시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과거 국영기업 민영화 정책 수혜주가 대표적이다. 과거 고이즈미 총리 시절 일본 최대 통신사업 기업인 NTT와 재팬토바코(일본 담배회사)는 모두 10%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이들 기업 주가는 최근 들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 일주일간 상승률만 각각 1.90%, 2.02% 등이었다. 일본의 백화점 체인 사이카야 역시 ‘고이즈미 테마주’로 꼽히고 있다. 사이카야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성의 고향인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사이카야는 최근 일주일 간 13.44% 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8일 주가는 장중 한때 20% 가까이 상승하며 약 1년 만에 600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외에도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 하야시 요시마사 내각관방장관 등 총리 선거 입후보 의향을 밝힌 의원들과 관련된 종목들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증시에서 ‘고바야시 테마주’로 꼽히는 종목은 미쓰이화학, 후지쯔 등이다. 미쓰이화학과 후지쯔는 모두 농업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고바야시 전 경제안보상의 농촌 정책의 수혜주로 분류되고 있다. 미쓰이화학과 후지쯔의 주가는 최근 일주일 간 각각 5.49%, 3.52% 상승했다. 

 

이시바 정권의 2인자 하야시 내각관방장관은 옛 기시다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야시 테마주로 불리는 분류되는 종목은 야마구치파이낸셜그룹, 에이켄화학 등이다. 두 기업은 모두 본사가 하야시 내각관방장관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야마구치파이낸셜그룹과 에이켄 화학의 주가 역시 최근 일주일 간 각각 0.50%, 1.96% 올랐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증시의 ‘정치테마주’ 열풍에 대해 한국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가 상승의 실체 없는 경우가 많아 섣불리 투자했다간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테마주 모두 탄생 배경이 정치적 사건이나 선거라는 점에서 단점 역시 똑같다고 볼 수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등장한 만큼 한동안은 근거 없는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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