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세트도 고물가 한파, ‘10만원 미만’ 실종에 가계부담 커졌다
추석선물세트도 고물가 한파, ‘10만원 미만’ 실종에 가계부담 커졌다

최장 10일간의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기존에 인기 있던 10만 원 미만 선물세트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은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로 지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추석 선물세트마저 가격이 치솟자 가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통계청 발표를 인용해 8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4% 올랐다고 밝혔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농축수산물은 4.8% 올라, 지난해 7월(5.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가격 변동이 추석 선물세트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은 오는 14~15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공개된 상품군을 살펴보면, 위스키·와인 등 일부 프리미엄 제품은 최대 1억원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한우·굴비·과일 등 주요 품목 대부분이 10만 원을 훌쩍 넘으면서, 실속형 선물세트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선물세트 일부의 모습. ⓒ르데스크

 

현대백화점에서 가장 저렴한 과일 세트는 사과 3개, 샤인머스캣 1송이, 황금향 3개로 구성된 ‘혼합 사과·샤인·황금향 세트’로, 가격은 10만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사과와 배 각각 2개, 샤인머스캣 1송이가 담긴 ‘사과·배·샤인 세트’가 10만5000원이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배 4개와 사과 5개로 구성된 ‘실속 사과·배 세트’를 11만원에 판매했다.


굴비 선물세트도 가격대가 높았다. 롯데백화점은 참조기 10마리를 담은 ‘소포장 영광 굴비 산 세트’를 21만원에 내놓았다.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구성의 ‘수협·다미원 특선 굴비 만복’을 22만원에 판매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인산자죽염 영광 참굴비 10마리 세트’를 26만원에 선보였다.


한우 가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현대백화점의 가장 저렴한 상품은 등심·불고기·국거리 각 400g씩으로 구성된 ‘만희·현우 동물복지 유기농 한우 난 세트’로 25만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양지·차돌박이·사태·설깃살 등 4종을 각 300g씩 담은 ‘부위 큐레이션 수육 세트’를 16만원에, 신세계백화점은 불고기·국거리용 한우 900g씩을 담은 ‘신세계 암소 한우 수복 세트’를 18만원에 판매했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10만원대 미만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며 “가격을 낮추려면 구이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거리용 고기 위주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우 선물세트는 구이용 부위 2개와 국거리용 부위 1개가 포함된 39만원짜리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3대 백화점에서 선물세트 예약을 시작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추석 선물세트를 둘러보고 있는 시민의 모습. ⓒ르데스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선물세트 가격 상승의 부담은 더욱 큰 모습이었다. 자영업자 박도휘 씨(50·남)는 “예전에는 10만원 미만 제품도 찾아보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며 “거래처에 보낼 선물은 아무래도 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난 설날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15만~20만원 안팎의 세트를 위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너무 올라 선택지가 제한돼 예산을 맞추기 위해 저렴한 제품으로 바꾸면 거래처에서 실망할까 걱정된다”며 “정 안 되면 거래 기간에 따라 선물을 나눠 보내거나, 다른 형태의 감사 표시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부 이향월 씨(44·여)도 “이번 설날 연휴에 주변 가족들에게 15만원 정도에 한우 선물 세트를 보냈는데 추석 연휴에는 같은 품목을 찾아보기도 힘들고 비슷한 구성의 제품이 20만원이다”며 “선물 세트의 규모를 줄이자니 성의가 없어 보일까봐 마음이 불편하고, 예산을 늘리자니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씨는 “명절이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한 번 뿐인 만큼 최대한 좋은 선물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지금 가격대로는 예전만큼 만족스러운 선물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명절 물가 부담이 단순한 가계 문제를 넘어 사회적·경제적 파급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절은 원래 소비가 늘어나고 교류가 활발해지는 시기인데, 물가 상승으로 선물 교환이 위축되면 명절 분위기 자체가 예전 같지 않을 수 있다”며 “특히 중산층과 서민층의 경우 필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최소한의 의례적 지출만 유지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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