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의 해킹 피해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면서 사이버보안 관련 기업들이 증권가와 주식 투자자들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각 기업들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사이버보안 관련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사이버보안 관련 기업 입장에선 수주 확대와 매출 증가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관련 분야에 강점을 지녔거나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았던 기업을 찾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끊이지 않는 개인정보 해킹 사고에 국민 피해 심각…증권가 블루칩 부상한 보안 기업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1034건으로 지난 2022년(473건) 대비 약 2.2배 증가했다. 주요 사고 유형으로는 디도스와 랜섬웨어, 해킹 등이 차지했다. 굵직한 사고도 여럿 발생했다. SKT, 롯데카드, KT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들에서 잇따라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4월 국내 1위 통신사 SKT는 가입자 유심 정보가 대량 유출되는 해킹 피해를 입었다. 지난달에는 올해 상반기 기준 967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롯데카드도 해킹 피해를 당했다.
지난 9일에는 KT가 사이버 공격을 당하면서 고객 휴대폰이 소액결제에 무단으로 악용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가 빈번하게 있었지만 일반 국민의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 광명에서 시작된 KT 소액결제 피해는 경기도 부천, 과천, 서울 영등포구, 인천 부평구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으며 피해액은 약 1억7000만원에 달했다.
주요 기업들의 해킹 피해가 국민 피해로 이어지자 정부가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해킹 피해의 원인이 사이버보안에 대한 가벼운 인식에 있다고 보고 직접 관련 역량을 키우도록 유도했다. 지난 4일 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9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 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이 이런 사태의 배경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며 “국민이 불안해하는데도 대응이나 대비책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 역시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고 장기적으로 징벌적 과징금을 매기는 제도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투자 인력·예산의 최소 기준을 상향시키는 등 사전조치 의무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가 재계를 넘어 사회 전체의 화두로 급부상하자 증권가에선 국내 증시에 상장된 보안 기업들의 수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분주한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정부의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 정책과 기업들의 자발적 움직임까지 맞물리면서 관련 기업들의 수주 확대와 매출 상승이 일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보안 기업으로는 ▲싸이버원 ▲헥토이노베이션 ▲SGA ▲티사이언티픽 ▲가비아 ▲엑셈 ▲이니텍 ▲아톤 등이 있다.
2005년에 설립된 ‘싸이버원’은 종합 정보 보안 전문 기업으로 보안 관제, 보안 컨설팅, 스마트 시스템, 보안 솔루션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싸이버원은 조달청, 한국교육방송공사, 한국고용정보원, 지역정보개발원 등 공공기관과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헥토이노베이션’은 휴대폰 번호 도용방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를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신한은행, 현대카드 등 국내 금융사들과도 협업을 맺고 있다.
‘SGA’와 ‘티사이언티픽’은 홈페이지 및 웹사이트 내 개인정보 보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GA는 국방부를, 티사이언티픽은 LG유플러스,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가비아’는 보안관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실시간 사이버 위협 IP 차단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있다. ‘가비아’의 자회사인 케이아이엔엑스(KINX)는 국내 유일의 ‘중립적 인터넷 연동’(IX)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MS, 야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인터넷 연동은 국내·외 인터넷상의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다른 이용자와 접속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엑셈’은 데이터베이스 성능 관리와 암호화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니텍’은 인터넷뱅킹 보안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연결계좌 은행인 케이뱅크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아톤’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보안 솔루션 제공업체로 SKT·KT·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휴대폰 인증 서비스 PASS의 전자서면 공동사업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매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주가로도 나타나고 있다. 11일 종가 기준 최근 일주일 간 싸이버원은 23.75% 급등했다. ▲SGA(+19.44%) ▲헥토이노베이션(+16.95%) ▲가비아(+12.77%) ▲티사이언티픽(+12.48%) ▲엑셈(+11.98%) ▲이니텍(+7.78%) ▲아톤(+7.22%) 등도 모두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권명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통령이 직접 사이버 보안 강화를 강력히 주문한데다 과기정통부까지 하반기에 인공지능(AI) 시대 사이버 보안전략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및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보안 투자 예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보안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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