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밥상 장악한 보이지 않는 손…150년 대(代) 잇는 美 ‘먹거리 재벌’
글로벌 밥상 장악한 보이지 않는 손…150년 대(代) 잇는 美 ‘먹거리 재벌’
[사진=카길-맥밀런 버닝 레거시]

카길-맥밀런(Cargil-MacMillan) 가문은 1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인들의 식탁을 책임져 온 가문이다. 밀·대두·옥수수 등 주요 곡물은 물론 소·돼지 등 축산물에 이르기까지 미국 농·축산물 시장의 약 20%가 이들의 영향권에 포함돼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로 각 국가의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들 가문의 존재감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포브스가 추정한 카길-맥밀런 가문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700억달러(약 100조원)이며 가문 구성원은 약 90명에 달한다.

 

글로벌 식량 공급망 장악한 美 카길…곡물 수입 의존도 95% 한국인 식탁에도 막강 영향력

 

카길은 미국을 대표하는 농·축산 기업이다. 2023년 기준 카길은 미국산 곡물 약 2억톤을 전 세계로 수출했다. 같은 해 미국 농무부(USDA)가 집계한 미국 전체 곡물 수출량이 11억톤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곡물 수출의 18%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카길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캐나다 등 세계 주요 농업국가에도 진출한 상태다.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해당 국가에서 농사를 짓고 곡물을 수확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카길은 총 70개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으며 전체 직원 수는 약 16만명에 달한다.


▲ 미국의 카길-맥밀런 가문은 카길을 통해 글로벌 식량망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진은 카길 소유의 곡물 저장 창고. [사진=Ecostorm]

 

카길은 글로벌 곡물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한 국가의 식량 안보를 흔들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카길이 러시아에 곡물 수출을 중단하자 러시아 빵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한 적 있다. 특히 카길은 우리나라 밥상 물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밀·옥수수·대두 등 주요 곡물의 95%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2019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카길을 통해 수입한 밀·옥수수·대두 등은 전체 수입량의 43.2%에 달했다. 카길은 지난 1956년 한국 법인을 세운 이후 70년 가까이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농·축산업계 한 관계자는 “밀가루·옥수수 등 전 세계 주요 곡물 시장을 장악한 카길 없이는 사실살 전 세계 식품 업계가 ‘올스톱’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주요 곡물의 댑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카길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CJ제일제당과 SPC그룹 등 국내 대형 식품업체는 물론이고 사료를 공급받는 농가까지 카길 공급망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혼맥으로 이어진 견고한 지배구조…농·축산 넘어 식품, 바이오 분야까지 영향력 확대

 

미국 최대 비상장 농산물·식품 기업인 카길(Cargill, Inc.)은 혼맥으로 이어진 카길·맥밀런 두 가문이 소유하고 있다. 두 가문이 보유한 카길 지분은 무려 90%에 달한다. 세부적으론 카길 가문이 30%, 맥밀런 가문이 6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10%는 핵심 임직원들이 가지고 있다. 가문 구성원들의 지분은 남녀 구분 없이 모든 직계 자손에게 균등 분할 상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6세대에 이른 현재 카길 지분을 보유한 두 가문 구성원은 90명까지 늘어났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맥밀런 가문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는 창업주인 윌리엄 월리스 카길(William Wallace Cargill)의 남다른 사위 사랑 때문이다. 윌리엄 창업주는 딸 에드나 카길 맥밀런(Edna Cargill MacMillan), 아들 오스틴 카길(Austin Cargill), 사위 존 H. 맥밀런(John H. MacMillan) 등에게 동일하게 지분 30% 씩을 상속했다. 이후 가문의 상속 원칙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맥밀런 가문 소유 지분이 정확하게 2배 많은 상태가 된 것이다. 현재 두 가문 소유 지분은 전부 카길 패밀리 신탁(Cargill Family Trust)이 통합 관리하고 있다.

 

현재 개인 최대 주주는 그웬돌린 손타임 맥밀런 메이어(Gwendolyn Sondheim MacMillan Meyer)다. 외동으로 태어나 형제와 지분을 나줘서 상속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 세대 다른 가문원의 지분이 1~5% 수준인데 반해 그는 1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다만 그는 경영에 직접 나서지 않고 ‘아쿠알리아 인터내셔널 재단(Aqualia International Foundation)’ 이사로서 푸드뱅크 등 자선 활동에만 집중하고 있다.

 

카길의 사업은 크게 △단백질·식품(Food·Protein) △곡물 트레이딩(Agribusiness·Trading) △동물·수산 사료(Animal Nutrition·Aqua) △바이오·재생에너지(Bio & Renewables) 등으로 분류된다. 단백질·식품 부문은 카길 미트 솔루션(Cargill Meat Solutions)이 도맡고 있으며 곡물·무역 부문은 대부분 본사가 직접 주도하고 있다. 동물·수산 사료 부분은 퓨리나(Purina·반려동물), 프로비미(Provimi·가축), EWOS(어류) 등의 자회사가 각각 분야를 나눠 사업을 전재하고 있다. 옥수수로 제작하는 에탄올 등이 주력인 바이오화학 부분은 자회사인 SJC 바이오 에너지아가 담당하고 있다. 카길은 현재 수십여 개의 자회사를 가지고 있지만 비상장 기업 특성상 100% 공개하진 않고 있다.


창업주의 사위 사랑으로 시작된 카길-맥밀런 가문의 동거…6세대 등장 후에도 ‘관계 끈끈’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카길-맥밀런 가문의 역사는 1865년 미네소타주의 작은 곡물 창고에서 비롯됐다. 창업주 윌리엄 월리스 카길(William Wallace Cargill)은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카길’을 설립해 철도 종착역 인근에서 곡물 보관 사업을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 내에서 서부 개척 붐이 일면서 동서부 물류의 중심지에 자리 잡은 카길의 곡물 창고는 미국 농산물 유통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났다.

 

윌리엄은 슬하에 딸 에드나 카길 맥밀런(Edna Cargill MacMillan)과 아들 오스틴 카길(Austin Cargill)을 뒀다. 장녀 에드나는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로 지냈던 존 H. 맥밀런(John H. MacMillan)과 혼인하며 남편의 성(姓)인 ‘맥밀런’을 썼고 이때부터 카길-맥밀런 가문의 동행이 시작됐다. 존의 아버지인 던컨 맥밀런(Duncan MacMillan)은 지역 은행인 스테이트 뱅크(State Bank of La Crosse)의 이사로 카길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의 친분 관계가 자녀들의 결혼으로 이어진 셈이다.

 

결혼 이후 가문 사업에 동참한 존은 회사의 성장에 많은 기여를 하며 윌리엄의 신임을 얻었다. 사위에 대한 신임은 윌리엄 사후 유산 상속 과정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윌리엄은 살아생전 보유했던 회사 지분을 딸과 아들, 사위에게 균등하게 배분했다. 또 자신의 후계자로 아들이 아닌 사위를 지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존과 형제처럼 지내온 오스틴마저 큰 반발 없이 아버지의 결정을 따르면서 사위인 존이 카길 2대 회장에 등극했다. 두 가문은 2세대 이후부턴 모든 직계 자손에게 동일하게 지분을 물려주는 상속 방식을 고수하기 시작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존은 윌리엄의 기대만큼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캐나다, 네덜란드, 아르헨티나 등에 진출하며 카길의 성장을 도모했다. 이후 존은 두 아들 중 장남인 존 H. 맥밀런 주니어(John H. MacMillan Jr.)에게 회장직을 물려줬다. 존 주니어는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 기존 곡물 사업과 더불어 사료, 오일 가공 등의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갔다. 덕분에 그의 재임 시절 카길은 최초로 매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존 주니어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존 주니어는 충성심이 두터웠던 선대 경영진 임원들과 마찰과 카길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우려한 정부의 견제로 부침을 겪었고 결국 회장 자리까지 내놓게 됐다. 이후 전문경영인 어윈 켈름(Erwin Kelm)이 잠시 회장을 맡았다가 얼마 되지 않아 존의 손녀이자 카길 맥밀런 Sr의 딸, 존 주니어에겐 조카인 휘트니 맥밀런(Whitney MacMillan)에게 회장 자리를 내줬다. 휘트니 회장은 카길의 성장과 체질개선을 도모했다. 그가 경영을 이끌던 시절 카길의 매출액은 100억달러에서 330억달러(약 4조원)로 세 배가량 늘었고 쇠고기·돼지고기 가공 등의 분야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휘트니 이후 카길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세대를 거치며 지분이 광범위하게 분산돼 특정 인물이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로 경영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5세대 기준 카길-맥밀런 가문 구성원은 29명에 달했고 6세대에 이르러서는 카길-맥밀런 가문 구성원이 90명까지 늘었다. 아직 나이가 어린 6세대와 대다수의 5세대 인물들 중엔 외부에 알려진 인물이 드문 편이다. 그나마 알려진 인물로는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5세대 인물인 앤드루 C. 카길 라이드만(Andrew C. Cargill Leidman)과 리차드 카길(Richard Cargill)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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