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메가마트, 팔로알토에 깃발…한인마트 아닌 ‘부유층 마켓’ 승부수
농심 메가마트, 팔로알토에 깃발…한인마트 아닌 ‘부유층 마켓’ 승부수
[사진=메가마트]

농심의 자회사인 메가마트가 미국 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의 한인·소수인종 중심 상권을 벗어나 부유층 밀집 지역을 정조준하며, 현지 유통 시장 내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메가마트 미국법인(MEGAMART Inc.)은 오는 25일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이스트 베이쇼어 로드에 신규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총면적 4645㎡(약 1400평) 규모로 과거 대형 유통체인 타깃(Target) 매장이 운영되던 부지다. 현재 100여명을 고용한 상태며 개점 이후 최대 150명까지 채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팔로알토점은 K-푸드 특화 콘셉트로 국내 가공식품 및 신선식품 등을 판매한다. 또 한국식 레스토랑, 화장품 매장, 반찬 전문 코너가 함께 들어서며, 단순 식품 유통을 넘어 ‘한국식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기획됐다.

 

▲ 메가마트는 미국 부유층이 거주하는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은 오프런이 발생한 메가마트 자갈치 매장. [사진=메가마트]

 

팔로알토는 미국 내에서도 상위 1% 부촌으로 손꼽히는 부촌이다.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22만달러(약 3억500만원)로 미국 평균(8만달러·약 1억1000만원)의 3배에 이른다. 주택 평균 거래가는 300만달러(약 40억원) 이상인 실리콘밸리의 고소득 인력이 밀집한 지역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팀 쿡 애플 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등 억만장자 IT 경영자 다수가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팔로알토점 인근에는 이케아, PGA, 홈 데포 등 일부 전문 소매점만 있을 뿐 대형 식품 유통 업체가 부재하다. 또 반경 10km 내에는 메타, 팔란티어, 테슬라, HP 등 글로벌 본사가 밀집해 있어 고소득 소비층을 직접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메가마트의 전략 전환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본격화됐다. 조지아주 둘루스에 개점한 메가마트 1호점은 다른 아시안마트와 마찬가지로 중산층을 공략했었다. 그러나 2021년 서니베일을 시작으로 프리몬트, 데일리시티 등 연소득 12만달러(약 1억7000만원) 이상의 부유한 지역으로 매장을 확장했다. 특히 데일리시티점은 신생 프리미엄 브랜드 ‘자갈치(Jagalchi)’ 매장으로 미슐랭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고급 한식 레스토랑까지 도입해 차별화를 꾀했다.

 

메가마트가 부촌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배경에는 실적 개선 필요성이 지목된다. 메가마트는 국내에서 2017년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8년 연속 적자를 이어왔다. 다만 매출은 △2022년 3867억원 △2023년 4176억원 △2024년 4503억원으로 증가세를 유지 중이다. 매출은 미국법인이 견인하고 있다. 메가마트 미국법인의 연도별 매출은 △2021년 539억원 △2022년 886억원 △2023년 1035억원 △2024년 1177억원 등으로 2022년 고급화 전략을 도입한 이후 매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 메가마트는 K-푸드 저략을 통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메가마트에서 판매하는 불고기와 소주케이크. [사진=Yelp]

 

업계에서는 이를 ‘역발상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인마트는 유색인종 밀집 지역에 집중돼 있어 백인 및 고소득 소비자층의 접근성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메가마트는 소비력이 높은 고소득 지역에 직접 진출함으로써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식 마트들은 미국사회에서 비주류로 그간 아시안인들과 흑인 등 소수 인종 등을 상대해왔다”며 “문제는 이들의 소비력이 백인 등 주류 인종에 비해 약해 매출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K-팝 열풍으로 인해 미국 주류인 백인 부유층의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농심 그룹은 메가마트와 더불어 자체 브랜드 상품에서도 고급화를 병행 중이다. 신라면 블랙, 신라면 투움바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케이팝데몬 헌터스 등 미국 내 인기 IP와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푸드 열풍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 국내 식품·유통 업체들이 미국사회 주류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K-푸드 인기로 과거와 달리 미국 부유층들도 한국식 마트나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감소했다”며 “이런 시기에 부유층이 사는 지역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해 놓는다면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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