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 내에서 일부 신입 직원들이 기본적인 상식을 지키지 않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을 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부 청년 직장인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성실한 다수의 구직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에 치중하는 현상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며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해 신입 채용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계에서도 경력직 선호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여 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1%가 채용 시 경력직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신입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기업은 10.3%에 불과했다.
미국발 관세 영향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500대 기업 중 121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신입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37.3%에 불과했으며, 24.8%는 채용 계획 자체가 없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히 업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신입 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태도를 보이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리스크를 줄이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월 이직한 김기범 씨(27·남)는 “한 여직원이 회사에서 모든 직원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ChatGPT를 활용해 이직용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었다”며 “같은 학위를 가진 일부 직원들까지 임원들의 의심을 받아 해명해야 했고, 결국 팀장님께 발각돼 해당 여직원의 자기소개서는 전부 삭제됐다”고 전했다. 이어 김 씨는 “요즘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직원을 또 뽑을까봐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지원 씨(31·여)는 “몇 달 전 입사 축하 회식 자리에서 새로 들어온 직원 중 한 명이 갑자기 사라져 찾아보니 이미 피곤하다며 집에 가버린 상태였다”며 “회식이 의무는 아니지만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 직장 동료들과 소통하기 위한 창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회식이 급하게 마무리됐고, 다음 날 하루 종일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자영업자 강은영 씨(34·여)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강 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점장으로 일할 때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너무 바빴지만 배우려는 태도가 예뻐서 경력 없는 매니저를 채용했다”며 “그런데 3일 정도 일하더니 아무 연락도 없이 잠수를 탔고, 나중에야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직원을 많이 뽑아봤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퇴사하는 경우는 처음이었고 심지어 유니폼을 반납하러 온 날엔 여자친구와 함께 와서 그간 같이 일했던 직원들이라고 소개까지 했다”며 “대기업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이 신입 전체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얻는 데까지 평균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정도로 청년 취업난은 심각하다. 대다수 신입 구직자들이 치열하게 준비하고 성실히 근무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음에도 일부 몰상식한 사례가 전체 신입 세대를 평가절하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양준영 씨(28·남)는 “졸업 전부터 기업들이 채용을 쉽게 하지 않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경력직 채용이 기업 입장에서 실질적인 장점이 많다는 건 이해했지만 일부 신입 사원들의 상식 밖 행동이 경력직 선호 현상을 더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력직 선호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신입 직원들의 몰상식한 사례가 애꿎은 청년세대 구직자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 세대에 대한 비판이 많다 보니 일부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신입 직원들만 보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일부 신입들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다른 신입 직원들까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으며 기업 입장에서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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