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투자 시장의 심장부이자 세계 증시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이하 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그널에 발맞춰 하반기 반등 가능성이 높은 ‘소형 성장주’ 베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과거 가을의 초입인 9월 전후엔 굵직한 투자 보단 수익률이나 투자 종목을 점검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던 것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특히 단순한 ‘소형 성장주’ 보단 저평가 된 종목 위주로 베팅에 나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앞서 엔비디아 관련 저평가 성장주의 급등 사례를 염두한 ‘선제적 베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월가가 꼽은 AI시대 유망주 ‘리졸브AI’…고성장 기대 속 1순위 과제는 적자 해소
18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0.25%(4.00~4.25%)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이후 약 9개월 만이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인하 결정이다. 이날 연준은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을 지난 6월 발표했던 3.9% 보다 낮은 3.6%로 제시하며 추가 인하를 시사했다. 올해 FOMC 회의는 10월 28~29일과 12월 9~10일 두 차례 남았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이들 기업의 차입 비용이 줄어들어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며 소비와 투자심리가 회복돼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금리 인하라는 구조적 변화는 증시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소형주는 변동성이 유독 큰 편이다 보니 이를 감안한 투자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실제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디지털 자산 인프라 등 차세대 산업을 이끌 소형주를 중심으로 매수 의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월가가 주목한 3개의 소형 성장주 종목은 공통적으로 기술성, 성장성, 시장 기대감 등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종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종목 중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업 ‘리졸브AI’가 포함돼 있다. ‘리졸브AI’의 핵심 사업은 IT 운영 자동화(AIOps) 솔루션이다. 해당 솔루션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발생하는 장애, 성능 저하, 보안 경고 등을 AI가 실시간 감지하고 자동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리졸브AI’의 최종 목표는 고객사의 사이버 인프라 운영 비용 감축과 장애 대응 속도의 획기적 개선이다. 최근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그레이록(Greylock)’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3500만달러 규모의 시드 펀딩을 마쳤다. 초기 고객사로는 데이터스택스(DataStax)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아직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향후 글로벌 AI 솔루션 업계를 선도할 ‘신데렐라’로 평가받고 있다.
‘리졸브AI’는 월가 유명투자 업체 중 무려 4곳으로부터 ‘매수’ 평가를 받았다. 자산운용사인 맥심 그룹(Maxim Group)은 1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하며 현재 주가(약7.11달러 기준) 대비 4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얼라이언스 글로벌 파트너스(Alliance Global Partners)도 최근 목표가 8.50달러를 제시하며 주가 상승 기대감을 드러냈다. 맥심 그룹의 한 애널리스트는 “리졸브 AI는 단순한 AI 스타트업이 아닌 생성형 AI의 실사용 사례를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수익 모델을 명확히 구축한 기업이다”며 “경쟁사 대비 실행 속도와 솔루션의 실용성이 강점이다”고 평가했다.
다만 ‘리졸브AI’ 역시 몇 가지 취약 요인은 가지고 있다. 월가 등에 따르면 현재 매출 상승세를 보이곤 있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R&D 투자와 고객 확보 비용이 높은 만큼 흑자 전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지난해 2분기 레졸브AI의 당기순손실은 178억원으로 지난 2023년 12월(396억원)에 비해 절반 가량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현금흐름 악화에 따른 자본 조달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주식 추가 발행으로 인한 기존 주주 희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에 단기적으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생성형 AI 시장은 이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이 선점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레졸브 AI가 얼마나 차별화된 기술을 선보일지가 향후 주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가 대비 3배 높은 월가 목표가…파이프라인 다수 보유한 바이오 강자 ‘이뮤노반트’
월가가 주목하는 또 다른 유망 종목은 바이오텍 기업 ‘이뮤노반트(Immunovant)’다. 이 기업은 면역항체 기반의 혁신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 2~3상 단계 중인 여러 후보물질도 보유하고 있다. 이뮤노반트의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은 ‘IMVT-1402’로 갑상선 안병증, 중증 근무력증, 자가면역 혈소판 감소증 등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 물질이다. 기존 치료제 대비 부작용이 덜 하다는 기술력이 확인되면서 전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임상 중간 결과에서도 주요 후보물질은 안전성 테스트와 치료 반응률 모두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지난달 14달러선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이달 들어 장중 17달러까지 기록하는 등 약 2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월가 애널리스트들 역시 이뮤노반트에 대해 ‘매수’ 의견을 집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5명의 애널리스트가 일제히 ‘매수’ 등급을 유지했고 목표주가로 약 47~50달러선을 제시했다. 현재 주가(15.11달러 기준) 대비 300% 이상 높은 금액이다. 바이오 전문 리서치 업체 HC 웨인라이트는 “단일 파이프라인 기업이 아니라 플랫폼 기반의 자가면역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이다”며 “파이프라인 확장성과 장기적인 기술이전 가능성 모두를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뮤노반트는 자금력도 탄탄한 편이다. 모기업인 ‘로이반트 사이언스’(Roivant Sciences)는 다수의 바이오텍 자회사를 둔 생명과학 전문 지주회사다. 이뮤노반트를 포함한 여러 계열사의 임상, 재무, 조직 전략 등을 직접적으로 총괄하고 있다. 최근 이뮤노반트의 경영진 상당수가 로이반트 측 인사로 재편되면서 양사 간 전략적 통합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인사 이동을 단순한 지분 보유를 넘어 임상 전략, 기술 이전, 파트너십 확대 등 전방위 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뮤노반트는 우리나라 기업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이뮤노반트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IMVT-1402’의 초기 항체 발굴 과정에서 한국의 제약사 ‘한올바이오파마(HanAll Biopharma)’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뮤노반트가 한올바이오파마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글로벌 임상 및 상업화를 추진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엔 마일스톤 지급, 로열티 수익 공유, 임상 결과에 따른 개발비 분담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임상 성공 시 양사 모두가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결제 시스템의 미래 지목된 비트코인 ATM…리스크는 예측 불허한 가격 변동성
최근 비트코인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월가의 시선은 미국 최대 비트코인 자동화 기계(ATM) 운영사인 ‘비트코인 디포’를 향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암호화폐 시장 확장에서 ‘비트코인 디포’의 사업 모델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비트코인 ATM 운영사는 일반 ATM 기기와 마찬가지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자동화 기계를 운영하는 회사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1주당 1.7달러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지난 18일 기준 3.92달러를 기록하며 2배 넘게 상승했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에 따른 암호화폐 시장 확장 기대감이 비트코인 ATM 사업에까지 확장된 영향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1억2000만원에 불과하던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현재 1억6000만원을 돌파한 상태다. ‘비트코인 디포’는 현재 미국 내에서 비트코인 ATM 운영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시장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금융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지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도 ‘비트코인 디포’의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장려하면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더 널리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트코인 ATM은 이러한 변화에 따라 디지털 화폐의 현금화를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수요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관측이다.
월가는 ‘비트코인 디포’의 목표주가를 기존의 주가에 비해 상당히 높게 조정하고 있다. 일례로 월가 라일리 증권의 해럴드 고트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디포’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함께 목표주가를 기존 4.7달러에서 5.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물론 리스크에 대한 언급도 없진 않다. 비트코인 ATM 사업의 성패 자체가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세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가격 하락이 비트코인 ATM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지적됐다. 또 암호화폐 관련 규제 환경의 변화로 비트코인 ATM 사업과 관련된 규제 요건이 강화될 경우 회사의 비용이 증가하고 사업 확장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월가의 흐름은 단순한 기술 테마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실질적인 성장 가능성을 겸비한 기업에 대한 선별적 투자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종목에 대한 월가의 관심은 시장이 단기 테마성보다는 중장기 사업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미래 가치가 중요한 회사일수록 해당 기업이 얼마나 명확한 수익 모델을 갖고 있는지, 경쟁 우위는 무엇인지 등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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