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러턴에 문을 연 롯데리아 1호점이 오픈 한 달 만에 소비자 평가가 급락하면서 현지 진출 전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차우철 롯데GRS 대표의 해외 사업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단 평가다. 차 대표는 국내 롯데리아 실적 개선을 이뤄냈지만 해외 사업에서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8일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아 플러턴점은 개점 초기 북미 주요 식당 플랫폼인 옐프(Yelp)와 구글에서 평균 4.4점대의 호평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구글 평점 3.2점, 옐프 평점 2.7점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 한 달 만에 1점 이상 하락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평점 하락과 함께 혹평도 늘어났다. 대부분 고객은 서비스 운영과 고객 응대, 주차 관리, 대기 시간 등에 불만을 드러냈다. 현지 고객 그레이스 엘런(Grace Ellen)은 “오픈 당시 대기 시간이 3시간에 이르러 겨우 음식을 받았으나 한국 롯데리아보다 맛이 부족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줄리(Julie)는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했는데 음식을 받기까지 무려 4시간이 걸렸다”며 “차 한 대 주문 처리에 40분씩 걸리는 것은 패스트푸드점으로서 고쳐야 할 약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인 고객 응대 준비 또한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프랜차이즈 시장 진출은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소비자 평가가 지속될 경우 미국 사업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사업을 주도하는 차우철 롯데GRS 대표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기 시작했다. 차 대표는 2020년 하락세에 있던 롯데리아의 구원투수로 투입돼 브랜드 리뉴얼 등을 통해 실적을 개선한 인물이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대표이사직을 연임했다.
차 대표는 취임 이후 롯데GRS 실적 개선을 일궈냈다. 2021년 롯데GRS는 매출 6757억원에 영업손실 257억원을 기록했으나,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9954억원, 영업이익은 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53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69억원으로 59.7% 늘었다.
그러나 국내와 달리 해외 사업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등에 진출해 있다. 이 가운데 베트남을 제외한 국가는 마스터 프랜차이즈(MF) 형태로 현지 파트너에게 브랜드 사용권과 운영권을 부여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직영으로 운영하는 베트남 법인이다. 지난해 베트남 롯데리아는 당기순손실 6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56억원 대비 23% 늘어난 수치다. 차 대표의 해외 사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롯데리아 1호점은 오픈 당시부터 많은 우려를 받아왔다. 인근에 인앤아웃(In-N-Out), 칙필레(Chick-fil-A), 하빗 버거(The Habit Burger) 등 강력한 현지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현재 인앤아웃의 경우 구글 평점 4.7점, 칙필레는 4.5점으로 집계돼 롯데리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상권인 만큼 현재와 같은 반응이 이어지면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롯데리아 버거의 차별성과 상품성은 유효하지만, 기본적인 서비스와 시스템 준비가 미흡해 고객 만족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품 차별성을 유지하면서도 서비스·시스템을 빠르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K-버거의 색다른 맛을 제공하더라도 불필요한 대기 시간과 미흡한 서비스가 지속되면 소비자는 외면한다”며 “개점 초기 고객 피드백을 면밀히 수집·분석해 운영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롯데GRS 측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으며, 현지 반응도 일부 혹평을 제외하면 대체로 긍정적이다”며 “다만 오픈 초기인 만큼 미흡한 점이 일부 있었고, 소비자 반응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흡한 점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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