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격적으로 확장 전략을 펴온 SPC그룹의 파리바게트가 위생 문제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일부 매장은 심각한 위생 위반 사례로 영업정지 직전까지 몰린 것으로 확인되면서 무리한 외형 확장이 관리 부실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미국 외식업계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어바나에 위치한 파리바게트 지점이 샴페인·어바나 공중보건지구(이하 위생당국)로부터 옐로우카드(Yellow Card)를 받았다. 옐로우카드는 경고 의미로 심각한 위생관련 위반 사항 적발 시 적용되는 조치다. 경고를 받은 뒤 10일 이내 후속 점검에서 개선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매장에는 빨간 현수막이 게시되고 영업정지가 내려진다.
위생당국 현장 조사 결과 해당 지점에서는 여러 마리의 파리 사체가 믹서기·도마·반죽 작업대 등에 방치된 채 발견됐다. 그 밖에 세면대에는 비누가 비치돼 있지 않았고, 구토물에 대한 세척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시럽 위에 계란 상자가 놓여져 있어 교차오염 위험도 있었다. 위생당국은 현장에서 식품위생 위반 요소 총 10건을 적발한 것으로 전했다.
근로자 위생 상태도 문제로 지적됐다. 직원들은 위생 장갑을 착용하지 않는 등 조리 과정에서 위생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식품 관리자가 CFPM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FPM은 식품 안전 관리 및 식중독 예방에 관한 전문 지식을 증명하는 자격증이다. 외식업체는 최소 1명 이상의 자격증 소유자를 고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CFPM 자격증 없이 운영되는 외식업체는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주별로 세부적인 제재 내용은 다르지만, 이번에 적발된 일리노이주의 경우 최대 30일 징역 또는 1,500달러(약 209만 원) 벌금과 함께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진다. CFPM 자격증 미비 시에는 통상 두 차례의 시정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반복 적발될 경우 경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
파리바게트의 미국 내 위생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된 이력이 있다. 지난해 뉴욕의 3개 지점이 가장 낮은 위생 등급인 ‘C’를 판정 받은 바 있다. 시정 조치 없이 C등급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영업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현지 소비자들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2세대 재미교포 로이 킴(Roy Kim) 씨는 “모든 파리바게트가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일부 매대부터 위생 상태가 매우 불량했다”면서 “파리바게트 빵을 먹은 뒤 장염을 앓은 경험이 있어 이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위생 문제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사업 확장이 지목되는 목소리가 있다. 파리바게트의 북미(미국·캐나다) 매장은 2020년 86개에 불과했으나 연평균 약 30% 성장해 올해 상반기 기준 약 300개 점을 돌파했다. 업계에 따르면 파리바게트는 올해 미국에서 약 170개 가맹점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달 기준 46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파리바게트는 2030년까지 미국에 매장을 100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또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SPC는 미국 내 제빵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최근 SPC그룹은 2억800만달러(약 2900억원)를 투자해 텍사스주 하이포인트(Highpoint) 비즈니스파크에서 제빵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해당 공장은 1만7000㎡(약 5140평) 규모로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2029년까지 2만8000㎡(약 8470평)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본사 인력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매장 수가 급증하면 자연스럽게 관리가 어려워진다”며 “무리한 확장으로 위생이나 맛 등 기본 요소가 흔들리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과도한 외형적 성장이 이뤄진 점과 최근 발생한 위생 문제는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기본을 지키지 않는 무리한 확장을 경고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과 식품은 소비자와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업계다”며 “기본적인 위생이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리바게트는 국내에서도 근로자 안전 문제로 역풍을 경험한 바 있는 만큼,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 내부 점검과 관리 강화에 집중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르데스크는 이번 미국 매장 위생 논란과 관련해 SPC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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