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도중에 1억 뛰었다…요동치는 청량리 집값, 저층 매물도 불티
계약 도중에 1억 뛰었다…요동치는 청량리 집값, 저층 매물도 불티

최근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 아파트 값이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낙후된 주거지로 평가받던 청량리가 대규모 정비사업과 교통망 확충 호재를 등에 업고 서울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청량리는 노후 건물과 전통시장 이미지 탓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다. 하지만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대형 상업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며 스카이라인이 바뀌었고 정부 주도의 교통 인프라 확충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강북의 신흥 주거 타운’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저평가 됐던 청량리, 재개발·교통 호재로 신흥 주거 타운 도약

 

▲ 지난 2023년 7월 입주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모습. ⓒ르데스크

  

현재 청량리역 반경 1km 내 모든 지역이 재개발을 앞두거나 이미 완료된 상태다. 2023년 1월 ‘청량리해링턴플레이스’를 시작으로 같은 해 5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7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가 차례로 입주했다. 세 단지를 합치면 약 2800가구 규모로 최근 2년 사이 대규모 주거 타운이 조성됐다.

 

특히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강북권 최고층인 65층 규모로 지어져 백화점·오피스·호텔을 함께 품은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총 16개 구역이 정비사업을 통해 약 1만1000여 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다. 이 가운데 4곳은 관리처분인가를 4곳은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속도를 내고 있다. 전농·답십리 재정비촉진지구와 맞물리며 동북권 최대 주거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교통 호재도 뚜렷하다. 청량리역은 이미 ▲1호선 ▲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 등 5개 노선이 지나는 교통 요지다. 여기에 ▲GTX-B·C ▲수서발 SRT ▲면목선 ▲강북횡단선이 추가될 예정이다. 모든 노선이 개통되면 청량리역은 서울에서 가장 많은 노선이 지나는 ‘최대 교통 허브’로 거듭나게 된다.

 

교통망 확충과 대규모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전농동 일대의 스카이라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대출 규제 등 정책 환경과 청량리 지역 특유의 저평가 매력으로 매수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포구·성동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청량리 반사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공인중개사 윤보희 씨(33·여)는 “9·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빠르게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은 모두 소진됐다”며,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라 주변 지역도 오르는 추세지만 청량리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올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교통 호재와 재개발 효과가 본격화하면 청량리 집값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9·7 대책 이후 청량리 집값 급등…“계약서 쓰는 도중에도 가격 올라”

 

▲ 청량리 대장 아파트라 불리는 래미안 크레시티 아파트 전경. ⓒ르데스크

 

9·7 부동산 대책 이후 청량리 부동산 시장은 폭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차인이 계약서를 작성하는 중에도 가격이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오르는 사례가 잇따른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매수자들은 하루라도 더 저렴할 때 집을 확보하기 위해 평일 저녁에도 중개업소를 찾아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공인중개사 윤지수 씨(54·여)는 “청량리는 고덕, 왕십리에 비해 집값 상승이 덜한 지역이다. 주변 지역이 100 정도 올랐다면 청량리는 이제 겨우 절반 정도 오른 상황이다”며 “노후 이미지가 강했던 청량리에 신축 아파트 증가와 접근성 개선으로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민성 씨(45·남·가명)는 이날 래미안 크레시티 아파트를 10억원 중반대에 계약하며 “청량리가 낡은 이미지 때문에 망설였지만 직접 보니 신축이 늘고 교통도 좋아졌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지금이 투자 적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오른 만큼 오히려 향후 기대되는 집값 상승 폭은 더 커질 거라는 점도 청량리 부동산을 선택한 이유다”고 덧붙였다.

 

실제 거래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래미안 크레시티 전용 25평형은 지난 15일 16억원에 거래됐다. 불과 2주 전 14억7000만원에 거래된 동일 평형 대비 1억3000만원 오른 것이다.

 

청량리역 인근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도 마찬가지다. 전용 25평형 매물이 지난 9일 15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두 달 전인 7월 17일 동일 평형이 14억28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약 1억원 오른 수준이다.

 

▲ 청량리 일대 아파트들의 가격은 9·7 부동산 대책 이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은 2주 만에 1억3000만원이 오른 아파트의 모습. ⓒ르데스크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청량리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평소 기피되던 저층 세대도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매수자들은 집 내부를 확인하지 않거나 세입자가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전용 25평 규모의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 아파트는 지난 20일 14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매물을 맡았던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저층이라는 이유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았던 곳이지만 최근 청량리 아파트 가격 상승세로 인해 내부를 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이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래미안 미드카운티 아파트 전용 25평형 매물도 최근 10일 사이에 가격이 5000만원 올랐다. 9·7 규제 도입 첫 주에는 13억9600만원에 거래됐던 곳이 지난 21일에는 14억4800만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청량리 집값 급등세가 단순한 단기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을 6억까지로 규제해놓다 보니까 강남이나 마포에 있는 부동산 거래는 힘들어졌다”며 “매수자들이 6억원의 대출로 집을 구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청량리까지 신고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풍선효과와 장기적 개발 기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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