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축제 하루 전, 여의도는 이미 ‘전쟁터’…자리 경쟁 · 암표 거래 기승
불꽃축제 하루 전, 여의도는 이미 ‘전쟁터’…자리 경쟁 · 암표 거래 기승

‘2025 세계불꽃축제’를 하루 앞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선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치열한 자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관람 명당’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아침부터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선점하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르데스크가 현장을 찾았을 때 여의도 한강공원 곳곳에는 명당 자리를 맡아주거나 하루 종일 머물며 내일을 준비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돗자리를 깔아두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보도블록이나 캐리어, 무거운 가방으로 눌러뒀다.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만큼 접이식 의자와 간이 책상까지 갖춘 모습도 보였다.

 

편의점 이용 불편을 예상해 음료를 박스째 준비하거나, 화장실 대기 문제를 고려해 성인용 기저귀를 챙겨둔 사례도 있었다. 양산으로 햇볕을 가린 시민, 웨건에 이불과 보조배터리까지 실어온 이들의 모습은 캠핑장을 방불케 했다.

 

▲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세계불꽃축제를 즐기기 전부터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은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자리를 잡아둔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르데스크

  

심지어 주최 측의 안전 시설물이 설치되기 전부터 가림막 뒤에 책과 음료, 돗자리를 깔아놓아 자리를 선점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불꽃이 잘 보이는 자리를 두고 언쟁을 벌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학생 유예슬 씨(23·여)는 “돗자리가 너무 많아서 오늘 저녁에 불꽃놀이를 하는 줄 알고 놀랐다”며 “오늘 아침부터 내일 밤까지 이곳에서 머무는 건 노숙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불꽃놀이가 뭐라고 공원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 김다현 씨(27·여)는 “좋은 자리에서 보겠다고 하루 종일 공원에 눌러앉는 건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불꽃놀이야 잠깐인데, 오히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면 불꽃보다 사람 구경을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리 맡아둔 걸 두고 누가 와서 앉았다고 하면 그때 무슨 말이 오갈지 더 궁금하다”며 혀를 찼다.

 

▲ 불꽃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하루 전부터 자리를 맡아둔 사람들의 모습. ⓒ르데스크

  

자리 경쟁은 현장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한강 조망 아파트 베란다를 유료로 공유하거나 숙박권, 종이 입장권을 판매한다는 글이 쉽게 발견됐다.

 

불꽃축제는 기본적으로 여의도 한강공원 등지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골든티켓’ 이벤트로 400명에게 불꽃이 잘 보이는 ‘명당’ 입장권을 무료로 나눠줬다. 한화는 이밖에도 계열사와 협력사 임직원에게 종이 입장권을 배부했다.

 

한화 측이 불꽃축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암표 거래는 불법이라고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15만~30만원 수준에 입장권을 판다는 게시물은 버젓이 올라와 있다.

 

일부는 불꽃축제 당일 자신의 집을 대여해준다는 글도 볼 수 있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불꽃축제 명당 대여합니다’, ‘불꽃축제 잘 보이는 곳 숙박권 판매합니다’ 같은 제목의 글을 살펴보면 자기 집 베란다를 30분에 40만~55만원에 빌려주겠단 내용이다.

 

▲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에 위치한 스타벅스도 축제 당일 좌석을 유료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좌석 예매를 시작한 스타벅스의 모습.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한강 공원 인근 주차권도 중고 거래 대상이다. 한강공원과 가까운 주차장의 주차권을 판매한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편하게 관람만 할 수 있도록 돗자리까지 준비하겠다’, ‘노량진 축구장 앞 30초 거리 주차권을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대가로 적게는 1만5000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요구하고 있었다.

 

여의도 한강공원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도 세계불꽃축제 기간에는 선박 내에 손님들이 몰릴 경우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좌석을 유료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3일 2인 좌석을 10만~20만원에 판매했으며 판매 개시와 동시에 전 좌석 매진 됐다. 이 역시 중고거래사이트에 10만원 웃돈을 붙여 리셀(되팔기)한다는 게시물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22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불꽃축제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불꽃 놀이가 잘 보이는 여의도와 용산 일대 호텔 객실 요금이 천정부지로 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불꽃축제가 개최되는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 콘래드 서울의 27일 스위트룸은 1박 약 1300만원대다. 이는 지난 주말과 비교했을 때 2배가량 비싸졌다. 같은 호텔 리버뷰 이그제큐티브 룸 숙박료는 일주일 사이 3배나 뛰어 세금 포함 약 300만 원에 달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