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공신-아들 vs 현직임원-딸…화웨이 ‘왕좌의 게임’ 최후 승자는
창업공신-아들 vs 현직임원-딸…화웨이 ‘왕좌의 게임’ 최후 승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재벌기업 화웨이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의 인공지능(AI) 산업을 선도해 온 화웨이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나이가 어느덧 80세에 접어든 탓이다. 새로운 산업 환경에 발맞춰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젊은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이 중 장녀 멍완저우(孟晚舟) 부회장이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장남 런핑(任平)도 자회사 경영과 내부 네트워크 측면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섣불리 후계자를 단정 짓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이처럼 남매간에 팽팽한 경쟁구도가 생겨나면서 두 사람의 학력과 경력, 조직 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승계 1순위 ‘화웨이 공주’ 멍완저우, ‘화중이공대학’ 출신 엘리트 위주로 측근 조직 구축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은 1974년부터 1983년까지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복무한 군인 출신 경제인이다. 그는 화웨이 설립 초기 장인이자 쓰촨성 부성장을 지낸 공산당 고위 간부 멍동보(孟東坡)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부성장은 한국의 중앙정부 차관급에 해당하는 직위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자리다. 런정페이 회장은 현재도 중국공산당 당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멍동보의 딸이자 전처인 멍쥔(孟冬)과의 사이에서 장녀 멍완저우와 장남 런핑을 낳았다.

 

▲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 [사진=Baidu]

 

두 사람 모두 화웨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동시에 화웨이 차기 총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1972년 쓰촨성 청두시에서 태어난 멍완저우 부회장은 선전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화웨이에 입사했다. 재직 중 중국 최고 이공계 국립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화중이공대학에서 회계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국제회계부 총감독, 홍콩지사 수석재무관, 재무관리부 총재 등을 거쳐 화웨이 부회장에 올랐다. 현재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순회회장 등도 겸직하고 있다.

 

멍완저우 부회장이 맡고 있는 순회회장은 화웨이가 2018년 도입한 독특한 인사 제도다.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과 함께 고위 임원으로 구성된 3인의 순회회장이 6개월 단위로 돌아가며 회사를 공동 경영하는 시스템이다. 중국 현지에선 부친과 함께 직접 그룹 경영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다는 점을 이유로 멍완저우 부회장을 차기 총수 자리에 가장 가까운 인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멍완저우 부회장과 함께 순회회장에 올라 있는 쉬즈쥔(徐直军)과 후어우쿤(胡厚崑) 등도 이미 멍완저우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쉬즈쥔은 전략 마케팅 총괄, 제품 솔루션 총괄 등을 역임한 ‘마케팅통’이다. 후어우쿤은 라틴아메리카 사업 총괄, 글로벌 사업 총괄, 미국 화웨이 이사장 등을 거친 ‘해외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위치한 화중이공대학 출신인데 화웨이 내에선 이 대학 출신 인맥 네트워크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멍완저우에 앞서 순회회장직을 맡았던 궈핑(郭平) 현 감사위원회 위원 역시 화중이공대학 졸업생이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중국 정·재계 전반에 걸쳐 폭넓은 인맥 네트워크와 더불어 대중적 인지도까지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대중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의 중심에 섰던 과거의 전적 덕분이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2018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1기 당시 미국의 대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됐다. 당시 미국은 멍완저우 부회장이 화웨이 자회사 ‘스카이컴’을 통해 이란과 불법 거래를 주도했다고 주장하며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는데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구금 조치됐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멍완저우 부회장은 이후 약 3년간 캐나다 정부의 감시 하에 자택 연금 상태로 지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외출과 이동에도 제약을 받고 24시간 보안요원의 동행 아래 생활하는 등 극심한 통제 속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그는 어떠한 공개적인 반발이나 정치적 발언 없이 묵묵히 법적 절차를 따르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 현지에선 그의 행보를 두고 ‘국가를 위한 침묵의 투쟁’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우호적 여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해당 사건은 중국 고위 권력층까지 관심을 가질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했다.

 

당시 중국 공산당 고위 인사들이 화웨이 본사를 방문해 사태 해결을 위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 후난성 성장 두자하오(杜家毫)는 런정페이 회장을 직접 만나 멍완저우 부회장의 석방 문제를 놓고 구체적인 논의를 벌였고 이후 직접 캐나다를 방문하기도 했다. 두자하오 전 성장은 시진핑 주석의 상하이 당서기 재직 당시 함께 근무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멍완저우의 배우자이자 중국의 유명 사업가인 류샤오종(刘晓棕)도 멍완저우의 든든한 우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류샤오종은 쓰촨성 청두 출신으로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화웨이에 입사해 약 10년간 근무했다. 이후 화웨이를 떠나 중국 현지에서 ‘심천무역유한공사(Shenzhen Yishengsheng Trading Company)’를 창업해 와인 유통 사업으로 성공을 거뒀으며 현재는 교육 관련 사업에도 진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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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장녀 멍완저우(사진 왼쪽)와 장남 런핑. [사진=Huawei]

 

런정페이의 장남 런핑 CEO는 누나인 멍완저우 부회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평가되고 있다. 1975년생 쓰촨성 청두시에 태어난 그는 중국 과학기술대학 졸업 후 화웨이에 입사해 마케팅, 구매 등의 여러 부서를 거쳤다. 현재는 화웨이의 자회사인 후이통상후(慧通商務) CEO를 역임 중이다. 후이퉁상후는 화웨이 직원들의 출장 관리 및 여행 서비스 제공, 회사 내 카페 운영과 케이터링 등 노무 관리를 담당하는 기업이다.

 

런핑 CEO는 지난 2006년 멍완저우 부회장과 함께 쓰촨허이(四川禾怡)라는 부동산 관리 회사이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앞서 2007년 런정페이 회장이 런핑 CEO를 그룹 고위 임원으로 승진시키려 했으나 당시 쉬즈쥔, 후허우쿤 등 현재 멍완저우 부회장과 함께 순회회장직을 맡고 있는 인사들이 강하게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의 일을 계기로 런정페이 회장의 의중이 아들에게 기울었다는 해석이 대두되면서 오히려 런핑 CEO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멍완저우 부회장이 현직 고위 임원들을 우군으로 두고 있다면 런핑 CEO는 화웨이 창업공신의 신임을 독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화웨이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정바오융(鄭寶用)이다. 정바오융은 런정페이 회장과 함께 화웨이를 키워낸 일등공신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화웨이 핵심 학맥인 화중이공대학 출신인 그는 대학 시절부터 뛰어난 역량으로 중국 여러 기업의 러브콜을 받았다. 런정페이 회장은 정바오융의 칭화대 박사 연구원 시절 그를 직접 찾아가 화웨이 합류를 권유했다.

 

그는 화웨이 합류 직후 중국 최초로 아날로그 스위치 HJD48을 개발했다. 해당 제품 덕에 화웨이는 최초로 매출 1억위안을 돌파했다. 이후 정바오융은 화웨이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역임했다. 명실공히 화웨이 2인자 자리에 오른 그는 화웨이 중앙연구소 소장, 선전시 인민정부 고급 과학기술 고문, 광둥성 인민대표대회 의원 등 회사 안팎에서 주요 요직을 맡으며 정·재계 유명 인사로 거듭났다. 당시 런정페이 회장은 “한 사람이 만 사람의 가치가 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그러나 정바오융은 2002년 만 38세에 갑작스럽게 뇌암 진단을 받아 화웨이를 떠났다. 이후 병을 완치한 뒤 2013년 회사로 복귀해 기술개발 일선에서 활약했다. 현재는 회사를 떠나 외부에서 화웨이의 주요 사업과 관련한 비공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런정페이 회장의 부탁으로 런핑 CEO의 학창 시절부터 멘토 역할을 맡았다. 런핑 CEO가 화웨이 입사했을 당시에도 회사 안팎에서 그의 역량 강화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런정페이 회장이 후처인 야오링(姚凌)과의 사이에서 낳은 차녀 야오안나(姚安娜)는 사실상 화웨이 후계구도에선 멀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98년생인 야오안나는 하버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과 통계학을 전공한 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턴십을 거쳤다. 대학 시절 프랑스 파리의 고급 사교 클럽 초청을 받아 무도회장에서 벨기에 왕자와 함께 춤을 춘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가수 겸 배우로 데뷔해 화제를 모았다. 야오안나는 마카오 카지노 거물 허훙선의 막내딸 허차오신(何超欣), 중국 대형 유통기업 산파워 회장 유안 야페이의 딸 도나 유안 등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화웨이는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니라 중국의 기술 주권과 맞닿아 있는 전략 기업인만큼 후계 구도 역시 단순한 가족 경영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이해관계와도 연결돼 있다”며 “장녀 멍완저우가 순회회장으로 실질적인 경영 경험을 쌓고 있고 장남 런핑은 ‘아들’이라는 부분과 창업공신을 멘토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어느 쪽이 우세한지는 섣불리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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