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토사구팽 의식했나…텐센트 마화텅 지분 · 우군 전부 해외로
中 공산당 토사구팽 의식했나…텐센트 마화텅 지분 · 우군 전부 해외로

중국 최대 빅테크 기업 ‘텐센트홀딩스(이하 텐센트)’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화텅(马化腾)의 행보에 국내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 등 국내 주요 엔터·IT 기업들을 비롯해 해외 기업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산당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로 해석돼 관심은 더해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견제를 받는 순간 기업의 사세는 급격히 기우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최근 공산당 내 마화텅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NPC 고문직 포기 후 양회 불참까지…갈수록 좁아지는 중국 공산당 내 마화텅 입지

 

1998년 설립된 텐센트는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빅테크 기업이다. 검색 플랫폼부터 메시지, 게임,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 등 IT 분야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내에선 ‘국민 IT 기업’으로 불릴 정도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텐센트의 지난 26일 기준 시가총액은 6440억달러(약 908조원)에 달했다. 텐센트의 지난해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 84억달러(약 113조원), 영업이익 168억달러(약 22조원) 등이었다.

 

텐센트의 창업주는 마화텅 CEO다. 그는 텐센트 설립 이후 지금까지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재산 규모는 566억달러(약 8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광둥성 출신인 마화텅 CEO는 공산당원 부친을 둔 ‘금수저’로 알려졌다. 그의 부친 마천술(马陳術)은 광둥성 선전의 항만 관리자로 재직하면서 중국 내 무역 분야에서 상당한 입지를 쌓았다. 마화텅이 텐센트를 창립할 당시 마천술의 네트워크가 상당한 보탬이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그는 아내인 왕당팅(王丹婷) 사이에서 딸인 마만린을 두고 있다. 다만 그의 가족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최근 마화텅 CEO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빠른 속도로 키워나가고 있다. 계열사를 통해 카카오(지분 5.96%), 카카오엔터테인먼트(4.5%), 시프트업(34.76%), 넷마블(17.52%), 크래프톤(14.6%) 등의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 인수설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텐센츠 측은 인수설을 부인했으나 여전히 업계에서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럽·미국 등 글로벌 기업들의 지분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라이엇게임즈, 슈퍼셀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프랑스 대형 게임사 유비소프트 지분 25%를 인수했다.

 

최근 중국 현지에선 텐센트의 글로벌 기업 지분 인수 행보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이 등장해 주목된다. 공산당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마화텅 CEO의 공산당 내 입지는 다소 약화된 양상이다. 앞서 2023년 마화텅 CEO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NPC) 고문직에서 모종의 이유로 사임했다. NPC는 중국 최고 국가권력기관으로 고문직은 정책 제안 등 시장 판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다. 마화텅 CEO은 고문직 재임 시기에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 꾸준히 참석했으나 고문직 상실 이후엔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반대로 그동안 마화텅의 경쟁자로 불려온 장이밍(張一鳴) 바이트댄스 창업자는 중국 공산당의 든든한 지원 아래 사세를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로 게임 유통과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검색 알고리즘 등에서 텐센트와 경쟁 관계에 있다. 장이밍은 2018년 ‘정치적 자아’ 비판문을 통해 당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중국에선 과거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한 때 중국 최고 부자로 불리며 ‘대륙의 베이조스’로 평가됐던 마윈(馬雲) 전 알리바바 회장이 공산당의 견제로 인해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자취를 감춘 적 있다. 그는 현재 알리바바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과거만큼 주목을 받진 못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사세 위축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마윈의 빈자리는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황정(黃崢) 핀둬둬홀딩스(이하 핀둬둬) 창업자가 꿰찼다. 핀둬둬는 최근 급성장한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TEMU)의 모회사다. 2025년 기준 황정의 재산은 486억달러(약 66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과거 중국 최고 부자로 명성을 날렸던 마윈의 재산(약 234억달러, 32조760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인 통한 간접 지배, 중국 공산당 그늘 벗어날 지는 ‘여전히 미지수’

 

마화텅 CEO의 중국 공산당 거리두기 행보는 텐센트 지분구조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마화텅은 자신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APS(지분 7.67%)와 마화텅재단(1.05%) 등을 통해 텐센트 지분 8.72%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두 곳의 본점 소재지는 중국 정부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다.

 

▲ 사진은 중국에 위치한 텐센트 본사. [AFP/연합뉴스]

 

다만 마화텅 CEO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텐센트의 지배구조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텐센트의 최대주주는 프로수스(Prosus)이며 프로수스의 모회사인 내스퍼스(Naspers)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본사를 둔 미디어 그룹이다. 내스퍼스의 최대주주는 남아프리카 국영 투자기관인 공공투자사(Public Investment Corporation·PIC)로 알려져 있다. 프로수스는 텐센트 지분 23.24%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뮤추얼펀드가 23.1%, 기업투자자가 24.2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자체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남아프리카의 최대 수출국이자 최대 수입국이다. 통신·에너지·전력·철도·수자원·철광 등 주요 산업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를 비롯해 주요 공공기관 모두 중국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중국 공산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를 통해 텐센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 셈이다.

 

중국 재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공산당은 텐센트 지분을 직접 보유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경로로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공산당의 직접 지배가 어렵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위협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해외 기업에 대한 지분 확대와 재산 해외 분산은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리스크, 예컨대 숙청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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