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11%, 태광산업 20% 하락…EB 발행에 흔들리는 증시 신뢰
KCC 11%, 태광산업 20% 하락…EB 발행에 흔들리는 증시 신뢰

이재명 정부가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이하 EB) 발행에 나서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EB 발행은 향후 주식 공급 확대 신호로 해석돼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늘어나면 기존 주식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EB 발행으로 소액주주들의 비판을 듣고 있는 대표적 기업은 KCC다. KCC는 지난 24일 보유 자사주 중 9.9%를 EB 발행 기초자산으로 활용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당일 KCC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75% 급락했다. 29일 기준 누적 하락률은 13.9%에 달했다.

 

태광산업도 지난 6월 27일 보유 자사주 전량(24.41%)을 활용해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결의했고 다음 거래일인 30일 주가는 11.24% 하락했다. 이후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절차는 중단됐다. 다만 주주 불안이 커지며 EB 발행 결정 공시 이후 약 3개월간 주가는 22.12% 떨어졌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법원 판결과 주주 의견, 정부 정책, 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월 이사회에서 재논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 KCC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상법 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KCC 빌딩 전경. [사진=KCC]

  

넥센그룹 지주사 ㈜넥센 또한 자사주를 활용해 235억원 규모 EB 발행을 결정한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보유 자사주 중 5.94% 처분을 의결했다. 다음날인 23일 주가는 5.49% 하락했다. 29일 기준 누적 하락률은 10.67%로 집계됐다.

 

교육기업 대교는 23일 발행 주식 총수의 2.31%를 활용해 50억원 규모 EB 발행을 공시했다. 발표 당일 주가는 전일 대비 0.91% 떨어졌다. 대교는 조달 자금을 자회사 대교뉴이프의 유상증자에 투입해 장기요양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EB 발행 공시 이후 29일까지 주가 누적 하락률은 2.06%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비에이치(발행주식 총수 대비 3.6%), 삼호개발(4.8%), 덕성(8.8%), 쿠쿠홀딩스(6.5%) 등이 이달 들어 잇따라 EB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CC 한 소액주주는 “KCC는 자진상폐를 하든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경영진과 오너가 주주를 회사의 동반성장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KCC주가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국회 본회의.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코스피 상승장에서 회사 실적 좋은 상태로 주가가 10% 가량 폭락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투자자는 회사 오너의 쌈짓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가 어려울 때는 유상증자를 통해 고통을 분담 받았는데 실적이 좋아지니 그 과실을 혼자서 독식하는 것은 시장주의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EB 발행은 이달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 신고 건수는 2023년 25건, 2024년 28건이었으나 올해는 9월 중순임에도 이미 47건에 이르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업들의 EB 발행 행보에 대해 주주권익을 외면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EB 발행은 자사주 소각 압박을 회피하려는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주식으로 전환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돼 주가 하락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일반 주주에게는 보유 주식 가치 희석이라는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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