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향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룹 수장인 임종룡 회장과의 개인적 인연과 더불어 임 회장의 연임 절차를 앞두고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한 ‘생산적 금융’ 전환의 중책까지 맡으면서 존재감이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통상 회장 다음으로 여겨지는 은행장을 뛰어 넘어 ‘그룹 2인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에 몸담은 이후 남 대표가 남다른 리더십과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는 점은 ‘그룹 2인자’ 등극 가능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룹 회장이 끌고 옛 직장 동료들이 미는 남기천 존재감 확대에 ‘그룹 2인자’ 평가 솔솔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향후 5년간 총 80조원을 투입해 생산적 금융 전환과 포용금융 확대 내용을 골자로 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우리금융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에 73조원, 포용금융에 7조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그룹 자체 재원으로 마련되는 생산적 금융자금 7조원은 ▲공동투자펀드 1조원 ▲모험자본 투자 1조원 ▲생산적 금융 펀드 5조원 등 세 갈래로 나뉜다.
이번 프로젝트는 내년 말 임기가 종료되는 임 회장이 설계 단계부터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 관련 발표를 임 회장이 직접 맡았을 정도였다. 그는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특정 계열사에 상당한 역할을 부여함과 동시에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도 염두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임 회장의 선택을 받은 계열사는 우리투자증권이었다.
임 회장은 29일 열린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CEO 합동 브리핑’에서 “지주 차원에서 보면 증권사가 이번 투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며 “현재 자본금 1조1000억원으로는 투자 여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어 내부적으로 증자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투증권이 본격적인 투자업무를 시작한 지 반년 남짓 됐지만 각종 리그 테이블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고, M&A 주선이나 은행과의 협업을 통한 공동 딜 성과도 기대 이상이다”며 “증권업은 인력과 자본의 싸움이다”고 강조했다.
덕분에 우리투자증권과 수장인 남기천 대표를 향한 금융권 안팎의 관심도 부쩍 커지는 분위기다. 남 대표는 곧장 임 회장이 직접 그린 청사진에 적극 동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구체적인 계획까지 밝혔다. 남 대표는 증자를 통해 자본여력을 확보하고 첨단 전략산업 기업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자금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스케일업, Pre-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서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남 대표는 “증자가 (계획대로) 적절히 이뤄지면 연간 투자 규모를 현재보다 3~4배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증자 규모를 지주와 협의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충분한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자본 여력만 갖춘다면) 자본시장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 회장과 남 대표의 개인적 인연은 남 대표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당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주영국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했는데 같은 시기 남 대표 역시 대우증권 런던지점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함께 타국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남 대표가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길 당시 그를 자회사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한 인물도 임 회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자로서의 남 대표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남 대표는 우리투자증권 대표를 맡은 이후 과거 손발을 맞췄던 옛 동료들을 대거 영입하며 내부 결속을 도모했다. 단기간 내에 자신의 사단을 구축하는 리더십을 보인 것이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의 양완규 종합금융부문장, 박현주 캐피탈마켓본부장, 홍순만 HR본부장, 김진수 경영기획본부장 등 주요 임원진 대부분은 남 대표가 직접 영입한 대우증권 출신 인물들이다.
남 대표가 우리투자증권을 일군 성과도 주목할만 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며 출범한 이후 첫 성적표로 평가되는 올 상반기 우리투자증권 순이익은 171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348.7% 급증한 수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순이익 합계보다도 많다.
금융권 안팎에선 그룹 회장과의 돈독한 인연과 더불어 그룹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에서의 핵심적 역할, 그동안 보여온 경영 성과 등을 감안했을 때 남 대표가 ‘2인자=은행장’ 공식을 깨고 우리금융그룹의 2인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심지어 일각에선 임종룡 회장 다음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남기천 대표가 우리투자증권에서 보여준 조직 장악력이나 경영 능력, 앞으로 중요한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의 역할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임종룡 회장의 뒤를 이을만한 역량을 갖춘 것으로 보여진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은 이제 단순한 비은행 계열사가 아니라 우리금융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남 대표 입장에선 위에서는 끌어주고 밑에서는 밀어주는 구조의 핵심에 위치하게 된 셈이기 때문에 앞으로 존재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존재감이 커지면 자연스레 그룹 내 입지나 지위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금융권 전반에 ‘혁신 코드’가 만연한 상황이라 최초의 비은행장 출신 회장의 탄생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순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우투증권 관계자는 “당사는 지주사의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에 따라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모험자본 투자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며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생산적금융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 대표는 출범 당시 천명했던 경영 로드맵을 현재도 꾸준히 수행 중이다”며 “다만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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