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미국 투자 ‘승부수’가 위기로…이석희 사장 리더십 시험대
SK온, 미국 투자 ‘승부수’가 위기로…이석희 사장 리더십 시험대

이석희 SK온 사장의 글로벌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SK온의 최대 투자국이자 시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배터리 업황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미국에 총 4개 배터리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최근 투자한 블루오벌SK 3개 공장이 업계 불확실성으로 인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전해액 제조사 엔켐은 미국 테네시주 생산기지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약 2000억원을 투입해 포드와 SK온 합작 배터리 공장인 블루오벌SK에 전해액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전기차 수요 둔화로 계획을 접었다. 전해액은 양극재·음극재·분리막과 함께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핵심 소재다.


엔켐의 투자 취소는 SK온과 포드가 합작해 설립한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테네시 공장은 2022년 7월 SK온과 포드가 총 114억달러(약 15조9800억원)를 투입해 건설한 3개 공장 중 하나다. 지분은 양사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본래 올해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업계 불확실성 증가로 가동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지난달 가동을 시작한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켄터키주 정부가 제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켄터키주의 친환경 에너지 배터리 분야 성장 속도는 뚜렷이 둔화됐다. 켄터키주 친환경 산업 고용률은 지난해까지 매년 5%에서 7% 사이의 성장을 이어왔으나 올해는 2.4%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2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 사진은 블루오벌SK 공장 전경. [사진=블루오벌SK]

 

배터리 업황 악화는 켄터키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P글로벌모빌리티는 내년 이후에도 배터리 공급 과잉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의 2배를 넘는 물량이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경우 공급 가능 물량은 수요의 4.8배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켄터키주 정부는 미국 내 배터리 산업 약화의 원인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지목했다. 켄터키 경제부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장악한 이후 배터리 성장이 위협받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산업 일자리 수십만 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통과시켜 친환경 배터리와 전기자동차에 대한 세액 공제를 축소했다.


미국이라는 최대 시장의 업황이 악화되면서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SK온은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최근 투자한 합작공장이 위치한 켄터키와 테네시주에서 배터리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어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석희 사장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2023년 적자가 지속되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투입된 구원투수다.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그러나 취임 이후 실적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SK온의 야심작인 블루오벌SK 가동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을 경우 적자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

 

▲ SK온은 오래전부터 적자 상태를 유지해가고 있다. 사진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이석희 SK온 사장

 

SK온은 2022년 매출 7조6177억원 영업손실 1조726억원을 기록했다. 이석희 사장이 취임한 2023년에는 매출 12조8972억원 영업손실 5818억원으로 손실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으나 지난해 영업손실 1조127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6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330억원 가량 적자폭이 줄어 개선세를 보였으나 아직 흑자전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친환경 에너지 정책 기조와 업계 캐즘 장기화 속에서 이석희 사장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특히 블루오벌SK의 경우 최근 가동된 공장 특성상 업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SK온이 미국 시장에서 보다 과감한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친환경 지원 정책이 전면 중단되면서 미국에 진출한 배터리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며 “지금은 미국 투자를 확대할지 축소할지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고 분석했다.


SK온은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SK온 관계자는 “투자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권역별로 대응할 계획이다”며 “핵심인 미국 공장 가동률은 상승 중이며 이 같은 회복세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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