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먹통된 키움증권…IT전문가 없는 이사회, 엄주성 경영실패 도마
또 먹통된 키움증권…IT전문가 없는 이사회, 엄주성 경영실패 도마

국내 개인투자자 점유율 1위 키움증권이 또다시 전산장애로 고객들의 원성을 사면서 엄주성 대표 체제에서의 리스크관리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이틀 연속 발생한 시스템 오류에 이어 불과 7개월 만에 새벽 해외주식 거래 시간대 접속 불능 사태가 재현됐다. 뉴욕 증시 급락이라는 민감한 시점에 거래 불능이 겹치자 단순 기술적 결함이 아닌 경영 구조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본질이라는 지적이 증권업계 안팎에서 잇따르고 있다.

 

엄주성 대표이사 체제 출범 이후 키움증권은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IT 안정성 강화’를 내세워왔지만 정작 해당 위원회 구성원 전원이 비(非)전산 전문가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리스크 관리의 최상위 의사결정기구가 IT 지식 기반이 없는 인물들로 꾸려져 있는 만큼 반복되는 전산사고는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영웅문 또 멈췄다”…뉴욕증시 급락장 속 반복되는 전산장애, 투자자 피해 속출

 

6일 밤 뉴욕증시가 AI(인공지능) 관련주를 중심으로 급락하던 시점에 국내 투자자들은 키움증권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 접속 오류에 발이 묶였다. 앱 실행 시 ‘Script error reported(스크립트 오류 보고)’라는 메시지가 뜨며 무한 재부팅 현상이 반복됐다. 뉴욕 나스닥지수는 1.9% 급락했고 엔비디아·AMD 등 국내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AI 종목이 급락했다.

 

커뮤니티에는 키움증권을 이용하는 투자자 상당수가 손실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는 불만글이 밤새 올라왔다. 키움증권 측은 “일부 불안정 현상”이라며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업데이트, 아이폰 사용자는 재설치하라”고 공지했지만 접속 불가 현상은 다음날 오전까지 이어졌다. 단순한 서버 접속 장애를 넘어 ‘위기 대응 프로토콜’ 자체가 부재한 시스템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 지난 4월 이틀 연속 발생한 시스템 오류에 이어 불과 7개월 만에 새벽 해외주식 거래 시간대 접속 불능 사태가 재현되면서 키움증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번이 첫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4월 3일과 4일에는 개장 직후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MTS에서 주문 체결이 지연되며 거래가 1시간 넘게 마비됐다. 당시에도 급락장 대응이 불가능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의 항의가 폭주했고 이틀 동안 500건이 넘는 불만 글이 접수됐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사고의 경위를 보고받고 중대 금융사고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키움증권은 “SOR(자동주문전송) 시스템 이중화로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사고 원인은 SOR 내부 데이터 연동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화를 구축하고도 장애가 반복된 셈이다.

 

이번 11월 사태까지 포함하면 키움증권은 1년 새 세 번째 대규모 전산장애를 겪었다. ‘IT 안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지 두 달 만의 일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9월 “매년 1000억 원 규모의 전산비용과 별도로 3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며 IT 컨설팅과 정보보안 강화를 약속했지만 불과 60일 만에 결과는 무너졌다.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빈틈…‘IT 전산 전문가’ 0명, 인적관리 부실 도마

 

연이은 전산장애 발생 원인이 예산이 아닌 관리자의 비전문성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엄주성 대표이사(사내이사), 유광열 사외이사(위원장), 김용진 사외이사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세 인물 모두 전산 관련 전문성이 전무하다.

 

유광열 리스크관리위원장은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감원을 거친 관료 출신으로 재무·정책 전공자다. 김용진 사외이사는 서강대 경영학 교수로 재무회계 전문가이며, 엄 대표 또한 통계와 투자기획 출신이다. 키움증권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IT 리스크를 실제로 진단하거나 기술적 개선책을 제시할 전문 인력이 없는 구조다.

 

▲ 키움증권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속해있는 임원진 모두 IT 전산 관련 전문성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사진=키움증권]

 

이는 다른 대형 증권사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리스크관리위원회에 포항공대·서울대 출신 전산공학 전문가인 강주영 사외이사를 영입해 시스템 운영 및 감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 석준희 교수를 신규 선임하며 IT 인프라 리스크 점검을 강화했다. 타증권사가 리스크관리위원회를 ‘기술통’ 중심으로 재편한 반면 키움증권만은 관료·경영 중심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전산장애 사태가 단순 시스템 오류가 아닌 이사회 수준의 관리 실패라는 비판이 나온다. 리스크관리위원회가 IT리스크를 주요 의제로 삼지 못하고 경영위험과 재무리스크 중심의 회의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IT 시스템의 병목과 이중화 검증, 위기 대응 프로세스 점검이 사후적 보고 절차에 머물렀고 장애 발생 시 현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 분쟁조정 신청은 1611건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다. 그 중 키움증권은 무려 615건(전체의 38%)을 차지해 21개 증권사 중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 8건에서 올해 607건으로 급증했다. 대부분이 4월 전산장애에 따른 손실보상 관련 민원이었다.

 

이번 사태로 엄 사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키움증권 고객게시판에는 “리스크 관리가 대표의 강점이라더니 결과가 이게 뭐냐”,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개인 고객 의존도가 높은 키움증권에서 고객 신뢰 상실은 곧 실적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기술적 리스크를 수치로만 관리하고 실제 인프라와 프로세스 개선에 관여하지 못한 결과”라며 “대형 증권사에서 연속된 전산장애는 단순 기술문제가 아니라 경영리스크로 IT 투자액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리더십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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