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랠리에도 개미들 울상, 종목 양극화 · 빚투 확대 그림자
오천피 랠리에도 개미들 울상, 종목 양극화 · 빚투 확대 그림자

코스피가 장중 5000선을 돌파하며 ‘오천피 시대’가 열렸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체감 온도는 엇갈리고 있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는데도 “내 계좌만 안 오른다”는 하소연이 커지고 있다. 주가 상승의 과실이 소수 대형주와 특정 테마에 집중되는 종목 양극화가 심화된 데다 뒤늦은 추격 매수와 ‘빚투’(신용거래)까지 늘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개인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오천피’의 역설…오른 종목만 오른 ‘선택적 랠리’, 투자자 체감 수익률 괴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21일까지 코스피 종목(우선주 포함) 954개를 전수 집계한 결과 연초 이후 상승한 종목은 420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506개로 더 많았다. 보합은 28개였다. 상승 비율이 44.0% 수준인 반면 하락 비율은 53.0%에 달했다. 지수는 상승했지만 시장의 절반 이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셈이다.

 

지수 상승이 곧바로 투자자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선택적 랠리’가 지목된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음에도 시장 내부에서는 오히려 하락 종목이 더 많은 양극화 구조가 심화됐다.

 

분포를 더 들여다보면 양극화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954개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2.38%로 플러스였지만 중앙값(중간값)은 -0.45%로 마이너스였다. 일부 초강세 종목이 평균을 끌어올렸을 뿐 ‘평균적인 종목’은 사실상 제자리거나 오히려 후퇴했다는 의미다.

 

지수 상승률을 상회한 종목이 극소수라는 점도 종목 양극화를 엿볼 수 있다. 코스피가 연초 이후 17%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동안 해당 상승률을 넘긴 종목은 85개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의 약 9%에 해당하는 소수 종목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나머지 다수는 ‘오천피’라는 숫자와 무관하게 제각각의 흐름에 묶여 있었다는 분석이다.

 

▲ 코스피가 연초 이후 17%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동안 해당 상승률을 넘긴 종목은 85개 수준에 불과했다. [사진=연합뉴스]

 

개인투자자들이 지수는 오르는데 내 계좌는 안 오른다고 체감하는 배경에는 과거 매수 물량의 ‘상처’도 깔려 있다. 2021년 전후 개인 자금이 집중됐던 플랫폼·성장주, 일부 2차전지 등은 긴 조정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랠리가 강화되면서 지수는 상승했지만 개인 포트폴리오의 체감 수익률은 낮아지는 괴리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의 계좌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엿볼 수 있다. NH투자증권이 약 400만개 고객 계좌를 분석한 결과(1월 16일 기준), 손실 상태 계좌 비중이 50.01%로 과반을 차지했다. 코스피가 이례적인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실제로 ‘돈을 버는 투자자’가 절반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국내 주식만 떼어 보면 손실 계좌 비중은 더 높고 해외 주식 계좌는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특히 주식 투자를 이미 하고 있는 개인뿐 아니라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층에서도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포모(FOMO) 심리가 확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구조적 양극화라는 현실을 덮어버린 채, 위험한 추격 매수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포모’가 부른 추격매수…빚투·곱버스에 쌓이는 투자 리스크

 

오천피라는 지수의 상징성이 커질수록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자칫 무리한 추격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많이 오른 것 같아도 더 갈 것이라는 확신과 지금 못 타면 끝이라는 불안이 동시에 커지면서 레버리지와 고위험 베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27조2800억원에서 최근 29조원대로 늘었다. 지수 랠리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상승을 따라잡기 위해 레버리지를 늘렸을 때 변동성이 확대되면 반대매매 등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손실 속도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27조2800억원에서 최근 29조원대로 늘었다. 지수 랠리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빚내서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 ⓒ르데스크

 

상승장 속에서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역방향) 투자도 개인 손실을 키우는 또 다른 축으로 지목된다. 코스피가 5000선을 넘는 동안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인버스 ETF를 대규모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수 상승이 이어지며 인버스 상품 수익률은 급락했다. 한 달 수익률 하위권을 인버스 ETF가 휩쓸었고 1년 기준으로는 80% 안팎 하락한 상품도 확인된다.

 

여기에 종목 양극화가 겹치면서 투자 손실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상승의 중심에 있는 대형주·테마주로의 쏠림이 심할수록 오르는 종목을 추격 매수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소외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거나 손절을 미루며 비합리적 보유를 지속하는 경향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해외 언론에서도 코스피 5000 돌파를 ‘기록’으로 조명하면서도 개인 소외와 변동성 리스크를 함께 지적하고 있다.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 종목이 주가를 견인하다보니 차익 실현 국면에서 변동성이 단기간에 급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특히 개인이 상승을 체감하지 못하는 구간이 길수록 막판에 무리하게 뛰어드는 자금이 늘고 그만큼 조정 국면의 충격도 개인에게 더 크게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수 상승이 지속되더라도 다수 종목이 동반 상승하지 못하고 손실 계좌가 과반을 유지하는 구조가 이어지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지수 추가 상승 여부보다도 상승 동력이 특정 섹터에서 얼마나 다른 종목으로 확산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수 상승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시장 구조 변화에 맞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당부했다. 

기사 속 Q&A
Q1. 코스피는 언제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했나?
A. 코스피는 지난 22일 장중 한때 5019.54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섰다.
Q2.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승한 종목은 얼마나 되나?
A.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부터 22일까지 코스피 상장사 중 지수 상승률을 웃돈 종목은 9%(86개)에 불과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48%(456개)였다.
Q3.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종목은 무엇이었나?
A.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및 AI 관련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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