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은평구 응암동 675 일대를 재개발 사업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대상지로 확정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 정비구역 해제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했던 지역이 최고 27층, 1120가구 규모의 대단지 조성 계획을 확정지으면서 기대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일부 매물의 호가가 상승하는 등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다만 사업 추진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기대와 별개로 실제 거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주 부담과 생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시장의 기대감과 주민 체감 사이에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인근 단지 10개월 새 3.6억 ‘껑충’…재개발 기대감에 신고가 속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확정 소식이 전해진 뒤 응암동 일대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격이 먼저 반응하고 있다.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향후 대단지 조성과 주거환경 개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인근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공인중개업소에는 실수요와 투자 수요를 가늠하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인근 주요 단지에서는 가격 상승 흐름이 확인된다. ‘백련산파크자이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말 10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근 1년 기준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말 9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한 달 만에 6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백련산힐스테이트3차아파트’ 전용 84㎡ 역시 지난달 8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8월 8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5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특히 2023년 입주한 ‘힐스테이트홍은포레스트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11일 11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근 1년간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5월 7억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약 10개월 만에 3억6000만원 오른 수치다. 시장에서는 이번 신통기획 확정이 직접적인 거래 촉매제로 작용했다기보다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이 이번에는 실제로 진척될 수 있다는 기대가 누적되며 가격에 선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모든 단지가 일방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히면서 일부 매도 물량이 출회됐고, 이에 따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도 나타났다. ‘백련산힐스테이트3차아파트’는 지난달 23일 8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초 9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근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65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기대와 신중론이 함께 나온다. 해당 지역에서 오랜 기간 중개업을 해온 공인중개사 조영균 씨(65·남)는 “과거에도 사업 얘기는 여러 차례 나왔지만 실제로 진전되지 않아 시장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에는 서울시가 직접 속도를 내는 구조라 예전과 다르다고 보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고 절차도 많이 남아 있어 가격이 단기간에 급하게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보긴 어렵다”며 “오르는 단지는 계속 오르지만, 다주택자 매물이 꾸준히 나오는 일부 단지는 조정도 함께 나타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기대감이 인근 시세에 반영되는 배경에는 대상지 자체의 열악한 주거 여건이 지목된다. 응암동 675 일대는 1970년대 형성된 저층 노후 주거지로 좁은 골목을 따라 낡은 주택이 밀집해 있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은 주택들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차량 두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협소한 도로에는 별도의 보행로조차 마련되지 않아 차량과 주민이 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교통 체계도 불편하다. 일방통행과 시간제 통행 제한이 뒤섞인 구조다보니 교통체증이 잦고 별도의 주차 공간이 부족해 도로 양측에 차량이 상시 주차된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경사진 도로에 차량이 세워져 있었고 차량 밀림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조치가 설치된 모습도 확인됐다. 주거지라기보다 임시로 버티고 있는 생활 공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형적 여건은 주민들의 체감 불편을 더 키운다. 이 일대는 최대 26m에 달하는 고저차를 안고 있어 비가 내리면 경사진 골목을 따라 빗물이 빠르게 쏟아져 내려오고 노면이 미끄러워지면서 보행 안전성도 크게 떨어진다. 장마철이면 사정은 더 심각해진다. 좁은 골목과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구조 탓에 집중호우 시 토사와 빗물이 주택 안으로 밀려드는 일이 반복돼 왔다. 지난해 8월 응암3동 일대에서는 빗물에 현관문이 막힌 주민이 창문을 깨고 겨우 빠져나온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생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일부 골목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일반쓰레기가 수거되지 않은 채 길가에 놓여 있었고, 이는 좁은 도로 여건과 맞물려 보행로와 차로 일부를 동시에 점유하고 있었다. 통행 불편은 물론 위생 문제까지 겹친 셈이다. 이처럼 열악한 주거 환경에도 상당수 주민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대체 주거지를 마련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 박순영 씨(78·여)는 “수십 년을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재개발이 번번이 무산되다가 이번에는 사업이 진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주거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개발이 진행되면 이주가 불가피하고, 지금 형편으로는 적절한 집을 찾기 어려워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에는 덥고 습하고, 겨울에는 난방이 잘 되지 않아 생활이 힘든데도 당장 옮길 곳이 없으니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반면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배선율 씨(56·여)는 “가파른 경사와 노후 건물 때문에 일상적인 이동조차 불편한 지역이었다”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해당 지역뿐 아니라 주변 재개발 단지들처럼 보행 환경도 정비되고 지역 이미지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인근 전체의 가치도 한층 높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고 27층·1120가구 대단지 확정…보행·교통 개선 기대
응암동 부동산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확정이 자리하고 있다. 응암동 675 일대는 과거 정비사업 추진이 중단되면서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세 차례 공모에서 탈락하는 등 장기간 개발이 지연돼 왔다. 그러나 이번 확정을 통해 사업 추진 동력이 다시 확보되면서 시장 기대가 급격히 높아졌다.
계획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최고 27층, 1120가구 규모의 대단지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특히 초등학교를 품은 ‘열린 주거단지’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학부모 수요를 중심으로 학교와 인접한 단지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교육 환경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가장 큰 불편 요인으로 지목됐던 교통 체계도 개선될 예정이다. 기존 차량 통행이 불편했던 가좌로6길은 양방통행으로 전환되고, 가좌로와 연결되는 도로 구조가 정비된다. 진출입 구간에는 가감속차로와 우회전 전용차로가 설치돼 교통 흐름이 한층 원활해질 전망이다. 또한 차도와 보도가 분리돼 보행 안전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형의 한계로 지적됐던 최대 26m의 고저 차는 오히려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경사지 구조를 활용해 주차장과 주민공동시설을 입체적으로 배치하고, 단지 내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확충해 보행 약자의 이동 편의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생활 인프라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응암초등학교와 인접해 있고 백련산 근린공원, 전통시장 등을 도보 5분 내 이용할 수 있어 교육·생활 편의성이 높은 입지다. 여기에 대상지 남측에는 은평구와 관악구를 연결하는 서부선이 신설될 예정이고, 대중교통으로 약 20분 내 연신내역에 도달해 GTX-A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GTX-A 노선이 완전 개통되는 2028년에는 은평구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교통 접근성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개발이 단일 지역을 넘어 주변 부동산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업 특성상 변수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비구역 지정, 인허가, 이주, 착공 등 단계별 절차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되면 주거환경 자체가 크게 개선되기 때문에 인근 지역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노후화된 지역까지 재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재개발 사업은 실제 착공 이전 단계에서도 기대감이 먼저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추진 속도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경우 인근 주택 가격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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