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관련 청약, 세금 등의 혜택을 노린 이른바 ‘부동산 얌체족’에 대한 제재·규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 정책의 허점을 노려 부당 이익을 챙기는 시도를 일삼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주거복지 실현과 집값 안정화, 나아가 사회 정의 실현을 가로막는 행위나 다름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전문가들 역시 정책 허점을 노린 얌체족들의 행위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경제적 피해는 물론 상대적 박탈감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고·포상제 등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통해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열풍 시기 맞춰 혼인신고 지연 건수 증가, 청약·대출 수혜 노렸을 가능성 높아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혼외자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만 해도 전체 출생아의 2.5%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후 2021년 2.9%, 2022년 3.9%, 2023년 4.7%, 2024년 5.8% 등으로 불과 5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도 부득이한 사정에 의해 혼인 신고를 하지 못했거나 혹은 일부러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는데 최근의 증가세는 후자의 이유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0년간 1년 이상 혼인신고가 지연된 건수는 2014년 10.9%에서 2024년 19.0%로 증가했다. 부부 5쌍 중 1쌍은 혼인신고를 1년 이상 미루는 수준까지 증가한 것이다.
신혼부부가 일부러 혼인 신고를 미룬 이유 중에는 ‘부동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당장 혼외자 출산 비율만 놓고 보더라도 부동산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점과 정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017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오르기 시작했다. 2016년만 해도 전년 대비 상승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2017년부터 매 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혼외자 비율 역시 2015~2017년까진 1.9%로 동일한 수준을 보이다가 2018년 2.2%로 상승한 후부터 매 년 꾸준히 늘었다.
사회·경제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혼인신고 지연 및 혼외자 출산, 부동산 간에 상관관계의 배경에는 정책의 허점을 노려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자리하고 있다. 현행 청약 규정의 경우 세대수로 구분을 하고 있는데 부부가 서류상 미혼일 경우 두 세대로, 혼인신고 이후에는 한 세대로 분류된다. 즉,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부부가 각각 청약을 신청해 당첨 확률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또 금리가 낮은 정책 대출의 경우에도 대부분 소득 기준의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때도 맞벌이 부부 보단 미혼이 유리하다.
만약 출산 후 아이를 부부 중 한 사람의 호적에 등록을 시켜 한 부모 가정 조건까지 충족한다면 가점을 받아 청약 당첨 확률도 크게 높아진다. 앞서 국토교통부의 ‘2024년 상반기 주택청약 및 공급실태 점검 결과’에선 한 부모 가정인 척 속여 청약에 당첨됐다가 적발된 건수가 18건에 달했다. 규정상 한 부모 가족 특별공급의 경우 배우자와 사별 또는 이혼한 자에게 공급되며 사실혼 관계에 있는 미혼자는 제외된다.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의 혼인신고 지연 문제는 해외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은 우리나라의 혼인신고 지연 행위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당시 닛케이는 “2024년 결혼 부부 중 19%가 혼인신고를 1년 이상 미뤘고 2년 이상 지연한 경우도 9%에 달했다”며 “서울 아파트 평균가가 14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혼인 신고를 미루는 추세가 출산 감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이 뭐길래” 다주택자 증세 가능성에 평생 반려자와 ‘서류상 남남’ 꼼수 고민
혼인신고를 마친 법적 부부의 위장 이혼 사례도 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근본적인 이유는 ‘부동산’이다. 수년 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적용을 피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위장이혼’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위장이혼은 부부가 세금이나 빚 독촉으로부터 재산을 지키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이혼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기본 공제액부터 세율체계까지 전부 다르다. 1주택자의 기본 공재액은 12억원인 반면 다주택자는 합산 9억원에 불과하다. 또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겐 과세표준 12억원 초과 시 5%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집을 2채 가진 부부가 위장이혼을 통해 집을 한 채씩 나눠서 가질 경우엔 1주택자 세율이 적용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앞으로 부동산 관련 절세 목적의 위장이혼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다수의 세무·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는 5월 9일로 종료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위장이혼 상담 문의가 부쩍 늘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현실화 될 경우 현행 6~45%까지 부과되는 양도세가 2주택은 20%p, 3주택 이상은 30%p 각각 중과적용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고 세율이 65%~75% 수준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비 등을 제외하면 기존 수준의 시세차익을 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안파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재산세) 인상, 공지시가 인상 등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경제적 부담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2026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약 1585만가구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대비 평균 9.16% 상승했다. 지난해 3.65%의 2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특히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와 한강벨트(성동·양천·용산·동작·강동·광진·마포·영등포)는 대부분 2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공시지가는 부동산 세금 산정에서 시가표준액을 정할 때 기준가격으로 활용된다.
서울 서초구 소재 T세무법인 관계자는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위장이혼을 고민하는 다주택자들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이혼 시에는 재산 분할 등의 원칙 때문에 집을 나눠가지기가 더욱 용이하고 이후엔 보유세나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어 앞으로 그런 분들이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S부동산 관계자는 “우리 고객 중에도 얼마 전 실제로 위장이혼을 한다는 분들이 있었다”며 “그동안 정부 규제가 나올 때마다 이런 저런 방식으로 회피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또 다시 정부와 다주택자 간에 술래잡기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청약 관련 인센티브나 다주택자 규제 모두 사회 정의와 국민 주거복지와 관련 깊은 내용들인 만큼 파격적인 신고·포상제 등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혼인신고 지연이나 위장이혼 현상은 우리 부동산 정책이 가구 단위의 과도한 규제와 복잡한 가점 체계에 매몰돼 있다는 반증이다”며 “청약 제도나 세제 혜택이 가족의 결합을 장려하기보다 오히려 서류상 분리를 선택할 때 경제적 이득이 커지도록 설계돼 있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 선택의 일환으로 편법을 동원하는 사태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혼인과 출산이 부동산 취득이나 보유 과정에서 확실한 인센티브가 되도록 제도를 단순화하고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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