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이 국내 금융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선진화된 IT 인프라와 디지털 뱅킹 노하우를 현지 은행에 전수하는 전략적 제휴 방식을 앞세워 몽골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몽골의 지리적·사회적 특성이 국내 금융사의 강점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몽골은 광활한 영토 대비 낮은 인구 밀도로 인해 오프라인 지점 운영에 제약이 많아 상대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공략 방식이 유리하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모바일뱅킹, 카드결제 등에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온라인 인프라 구축은 오프라인 인프라 구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투입된다.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 몽골은 적은 기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지닌 ‘기회의 땅’인 셈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디지털 전환 국가 몽골…현지 생태계 재편 나선 디지털 강자 K-금융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8일 몽골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카카오뱅크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 개발한 신용평가모델(CSS)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현지 금융 기관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새로운 해외 진출 국가로 몽골을 낙점했다”며 “몽골 진출은 카카오뱅크의 포용금융 역량을 세계로 수출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들 중 새로운 먹거리로 몽골을 선택한 곳은 카카오뱅크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한 발 앞서 몽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곳들도 수두룩하다. 국내 금융사들의 강점인 ‘디지털’을 주무기로 내세웠다는 점도 비슷했다. 신한은행은 2023년 몽골 최대 은행인 칸은행(Khan Bank)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 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했다. 별도의 오프라인 영업점도 두지 않았다. 칸은행은 몽골 전체 인구의 약 80%가 이용하는 최대 상업은행으로 현재 신한은행의 디지털 전략과 ICT 서비스 노하우를 전수받아 디지털 특화 점포인 ‘디지고(Digi-Go)’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BC카드 역시 2023년 몽골중앙은행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양국 간 결제망(N2N) 연결 및 디지털 금융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BC카드 또한 몽골 내 별도 거점 없이 키르기스스탄 현지 법인을 통해 사업을 관리하는 운영 방식을 택했으며 이후 40년간 축적한 카드 결제 프로세싱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 결제 인프라의 구조적 혁신을 주도했다. 이를 통해 몽골 국민이 자국 결제 브랜드인 ‘T-Card’를 한국 내 ATM과 가맹점에서 그대로 사용하게 하는 효과를 누렸다. 기존에 타국 기업에 지불하던 수수료를 대폭 절감한 것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2020년대 이후 몽골 시장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모바일뱅킹, 카드결제 등 디지털 전환 경험과 노하우를 이식하기에 최적의 시장이라는 평가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몽골은 최근 수년간 정부 주도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활발한 반면 오프라인 영업점 진출에는 지리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몽골 정부는 2020년 10월 공공 서비스 통합 포털인 ‘이몽골리아(e-Mongolia)’를 출시하며 디지털 환경 조성의 초석을 다졌다. 주민등록등본 발급부터 세금 납부까지 1100여 개의 행정 서비스를 앱 하나로 통합하면서 스마트폰 중심의 행정 처리를 국민 일상에 안착시켰다. 덕분에 몽골은 유엔(UN) 전자정부 발전지수(EGDI) 순위가 2020년 92위에서 2024년 46위로 46계단 수직 상승했다.
민간 영역의 디지털 확산 속도 역시 가파른 편이다. 2020년 4월 출시된 몽골 최대 통신사 유니텔의 메신저 앱 ‘토키(Toki)’는 현재 쇼핑과 결제를 아우르는 통합 생활 플랫폼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토키는 주요 은행 카드와 연동된 간편결제는 물론 자체 신용평가 기반의 소액 대출 서비스인 ‘토키 크레딧(Toki Credit)’ 등을 통해 현지 금융 문화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으로 따지면 ‘카카오톡’ 수준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몽골 국민들의 호응도 또한 높은 편이다. 현재 몽골의 전체 인구의 인터넷 이용률은 85%, 휴대전화 보유율은 96%에 달한다. 특히 2024년 6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상용화로 통신 사각지대였던 오지까지 고속 인터넷이 보급됐고 지난해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5G망 구축도 본격화되면서 디지털이 국민 일상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다.
몽골 사회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앞으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젊은층 중심의 인구 구조 때문이다. 몽골의 중위연령은 약 27~28세로 전 세계 평균(약 30세)보다 낮다. 또 전체 인구의 약 60%가 40세 미만이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이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토키(Toki)나 큐페이(QPay)와 같은 첨단 핀테크 서비스는 거의 일상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몽골처럼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들이 디지털에 강점을 지닌 국내 금융사들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몽골은 지리적 여건상 오프라인 금융 구축이 어려운 탓에 국가적 차원에서 일찍이 모바일 뱅킹을 핵심 금융 전략으로 삼아온 국가다”며 “한국 금융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손꼽히는 디지털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용평가 모델이나 결제 시스템 등을 수출하며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좁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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