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금융 엘리트들이 결집한 뉴욕한인금융협회(KFS)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핵심 조직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KFS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유명 헤지펀드, 북중미 대형 연기금 등 미국 금융권의 핵심 요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이 대거 속해 있다. 특히 KFS는 미국 현지는 물론, 국내 금융권 고위직 및 전·현직 금융 관료들과의 폭넓은 교류를 통해 국내 금융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경제부총리, 금감원장 등 K-금융 핵심 인사들이 뉴욕 가면 꼭 찾는 막강한 한인단체
KFS는 뉴욕 월가의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에 종사하는 한국계 금융인들이 소속된 비영리 단체다. 금융 전문가들 간의 전문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미국에 거주 중인 한국인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경력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성공 기회를 극대화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KFS가 새로운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가 다시 조직에 소속돼 또 다른 인재를 기르는 식으로 조직의 명맥을 이어온 덕에 지금은 미국의 한인 단체는 물론 미국 금융권에서도 알아주는 단체로 거듭난 상태다.
KFS의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KFS 펠로우’다. KFS 펠로우는 미국 명문대에 재학 중인 국내 대학생들이 유명 금융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엄격한 경쟁 심사를 거쳐 2학년 학생들을 선발한다. 선발된 대학생들에게는 월가 베테랑들의 일대일 멘토링이 제공된다. 특히 인터뷰 준비부터 고급 투자 스킬까지 전수하는 실전 교육을 통해 한국계 청년들이 미국 내 주류 금융권에 진입하고 생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미국 금융계 내에서는 KFS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선정되는 것이 실제 취업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모습이다.
KFS는 국내 금융권 인사들과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24년 9월 서울에서 개최된 ‘KFS 포럼’에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 주요 연기금을 비롯해 증권사, 캐피털사의 고위급 관계자와 실무자 약 250명이 몰렸다. 이날 최 전 부총리는 축사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투자 대상을 소개하고 투자 및 리스크 관리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2024년 5월에는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미국 방문 당시 KFS 구성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현지 금융 동향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KFS의 이사회 멤버이자 핵심 인물인 마이크 주(주희찬) 공동 의장, 샌드 허 공동 의장, 마크 김(김선홍) 회장은 국내 금융계 주요 행사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마이크 주 공동 의장은 현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글로벌 기업 및 투자은행 부문 전무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홍콩 크레디트스위스(CS) 아시아 부채자본시장(DCM) 공동 책임자를 거쳐 BofA에 합류했다. 이후 BofA 글로벌 시장 COO와 글로벌 금리 및 통화 발행 책임자 등을 역임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생물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샌드 허(Sandor Hau) 공동 의장은 찰스뱅크 캐피털 파트너스의 전무이사를 역임 중이다. 그는 앞서 노무라 증권에서 전무이사 겸 기업신용 및 특별 상황 부문을 이끌었으며 골드만삭스 전무이사와 프린시펄 스트래티지 그룹의 신용 투자 및 사모펀드 책임자를 역임한 바 있다. 샌드 허 전무이사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와튼 스쿨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마크 킴(Mark Kim)은 뉴욕의 투자 전문사인 앵커리지 캐피털 그룹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앵커리지 합류 전에는 TPG 식스 스트리트 파트너스에서 근무했으며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린치 투자은행 부문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응용수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 외에도 김상엽(Yup Kim) 텍사스 시공무원연금(TMRS)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비롯해 데이비드 킴 블랙스톤 이노베이션스 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앤드류 킴 헤지펀드 폴슨 앤 컴퍼니 파트너, 크리스 김 GPI 캐피털 대표 등이 이사회 멤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법조계와 자산관리 분야를 대표해 유지혜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 LLP) 글로벌 금융 부문 파트너와 산드라 슈베르트 골드만삭스 초고액 자산가 투자 자문가, 짐 박 아시아계 미국인 투자 관리자 협회(AAAIM) CEO, 수 킴(Soo Kim) 앵커리지 캐피털 그룹 파트너 등도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앤디 킴, 다니엘 코 등 한국계 정치인 후원자 자처한 KFS 멤버들, 트럼프 대통령과도 접점
KFS의 영향력은 미국 금융권을 넘어 정치권에도 닿고 있다. KFS의 핵심 인사들은 미국 내 주요 한인 정치인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후원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일례로 마이크 주(Mike Joo) 의장은 지난 2023년 12월 앤디 킴 의원의 정치활동위원회(PAC)에 두 차례에 걸쳐 총 6600달러(약 1000만원)를 후원했다. 앤디 킴 의원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라크 담당 보좌관을 거쳐 2018년 정계에 입문했으며 2024년 선거에서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앤디 킴 의원은 KFS의 연례 만찬 및 컨퍼런스 주요 연사에 단골 손님으로 초대되는 인물이다.
샌더 허(Sandor Hau) 공동의장 역시 한인 정치인들의 후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허 의장은 마이크 주 의장과 마찬가지로 2023년 12월 앤디 킴 PAC에 6600달러를 후원한 데 이어 2024년 9월에도 앤디 킴이 소수계 후보 지원을 위해 설립한 PAC인 ‘인 아워 핸즈(IN OUR HANDS)’에 3300달러(약 500만원)를 기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026년 매사추세츠주 제6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다니엘 코(Dan Koh, 한국명 고석주) 후보에게 3500달러를 후원했다. 다니엘 코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역임한 인물로 오바마 행정부 보건부 차관보를 지낸 고경주(하워드 코) 박사의 아들로도 잘 알려진 한국계 정치인이다.
KFS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도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KFS 집행위원회 멤버 중 한 명인 스티브 한(Steve Hahn)은 21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초대형 유튜버 제이크 폴(Jake Paul)과 그의 형 로건 폴(Logan Paul), 스탠퍼드대 출신의 한국인 투자가 제프리 우(Geoffrey Woo) 등과 함께 벤처 캐피털 ‘안티 펀드(Anti Fund)’를 공동 창업했다. 이들 안티 펀드의 공동 창업주들은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를 성사시켜 이를 유튜브에 콘텐츠로 제작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한화·CJ·토스 요직 장악한 KFS 출신들,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 가교 역할 맡아
KFS의 영향력은 미국 정계를 넘어 국내 재계로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특히 KFS의 핵심 인재 양성 코스인 ‘펠로우 프로그램’에서 멘토·멘티로 활동했던 인물들이 국내 대기업의 요직에 진출하는 사례가 유독 잦은 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류형우(Leo Ryu) 한화그룹 상무다. 1990년생인 류 상무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주도한 8700억원 규모의 아워홈 인수전 당시 한화갤러리아 CIO로서 실무 전반을 진두지휘한 핵심 인물이다. 당시 성과 덕에 그는 한화그룹 내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류 상무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뉴욕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산하 메릴린치 본사의 글로벌 레버리지 파이낸스 그룹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담당한 투자 전문가로 활약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KFS 펠로우 프로그램의 멘토로 활동했고 현재도 KFS 집행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류 상무가 몸담고 있는 한화그룹은 KFS의 실질적인 후원 기업이기도 하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해 열린 ‘2025 KFS 대규모 컨퍼런스’에서 가장 높은 후원 등급인 플래티넘 스폰서(Platinum Sponsor)를 자처했다. 플래티넘 스폰서는 10만달러(한화 약 1억5000만원) 이상을 후원해야 부여되는 등급이다.
국내 식품업계의 글로벌 M&A 현장에서도 KFS 출신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KFS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거친 양성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대표적이다. 에모리 대학교를 졸업하고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양 리더는 2023년 10월 CJ제일제당에 합류했다. 현재 그는 CEO 직속 식품사업부문 M&A 및 통합 전략 실장을 맡아 전략 수립부터 인수 후 통합(PMI)까지 글로벌 M&A의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2024년 2월에는 CJ제일제당의 미국 자회사인 슈완스컴퍼니(Schwan’s Company)의 이사회 멤버로 발탁됐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17일 슈완스컴퍼니의 잔여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현지 사업의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국내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도 KFS 펠로우십 프로그램 출신 인재가 활동 중이다. 2018년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거친 케일리 주(Kaylie Joo)는 시카고 대학교 졸업 후 골드만삭스와 브룩필드를 거쳐 2024년 토스 IR(Investor Relations)팀에 합류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출신이자 미등기임원인 케빈오(1991년생) 자본시장 리더가 이끄는 팀의 핵심 멤버로 알려져 있다. 케빈오 리더는 앞서 SNS 등을 통해 케일리 주를 이승건 대표, 서현우 CFO, 김민우 기업금융 총괄 책임자 등과 함께 회사 내 영향력이 큰 ‘4인방’의 멤버로 평가한 바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논란의 중심에 선 김지용 마이토시스(Mitosis) 창업주 역시 2013년 펠로우십 멘티로 활동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가 설립한 마이토시스는 가상화폐를 발행하면서 그 화폐들이 다른 네트워크에 거래될 수 있는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다. 그는 한때 글로벌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벤처 캐피털(VC) 부문인 바이낸스 랩스(Binance Labs)로부터 투자를 유치 받은 뒤 바이낸스에 자체 토큰 MITO를 상장시켜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최근 마이토시스는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코인 보상을 집행하지 않아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 인재들이 KFS를 통해 미국 월가의 주류 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은 K-금융의 위상을 드높일 만한 일이다”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KFS 출신 인재들을 회사 요직에 배치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전략과 네트워크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국내 금융 수뇌부와의 지나치게 밀착된 관계는 자칫 폐쇄적인 카르텔로 비쳐져 자본시장의 투명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각 멤버들이 글로벌 역량에 걸맞은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감을 끊임없이 어필해야 국민적 신뢰를 받는 단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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