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폐지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민간주택 분양가를 일정 기준 이하로 제한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부동산 과열 현상을 잠재우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시장의 혼란과 집값 폭등을 야기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분양가가 등장하면서 폐지 여론은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집값 하방·상방 압력이 동시에 작용해 종국엔 전 지역에 걸쳐 시세가 일제히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건설사 수익성 영끌 시도에 조합원 역차별 논란까지…분양가 상한제 폐지론 급물살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일대 재개발 사업(이하 노량진뉴타운)을 통해 조성되는 구역 별 신축 단지들의 일반 분양가가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평형대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규모 호실의 분양가가 최고 27억9580만원, 최고 29억7820억원 등으로 각각 책정됐기 때문이다. 상도파크자이 등 인근 단지의 동일 규모 호실 시세 대비 약 7~9억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달 노량진뉴타운 첫 분양 단지로 주목받은 ‘라클라체자이드파인(노량진 6구역)’의 동일 규모 호실 최고 분양가 25억8510만원에 비해서도 2~4억원 가량 높다.
입지 조건과 신축 여부를 감안했을 때 아주 납득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는 다른 지역, 다른 신축 단지와의 가격 격차다. 무엇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강남 지역 신축 단지 분양가와의 큰 차이가 없어 각종 부작용 우려가 일고 있다. 각 지역 주민 간에 형평성 논란, 서울 부동산 폭등 가능성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기존 아파트 시세의 경우 노량진 주변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규모 호실 기준 20억대 초반에 시세가 형성돼 있는 반면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실거래가는 40억원에 육박한다. 무려 두 배에 가까운 차이다.
그러나 반포동 일대 지역 신축 단지(재건축 사업) 일반 분양가는 노량진 8구역 신축 단지와 큰 차이가 없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유·무 때문이다. 일례로 신반포21차 재건축 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오티에르 반포’ 전용면적 84㎡ 규모 호실의 일반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27억5650만원이었다. 지난해 11월 일반 분양을 실시한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반포1단지 3주구 재건축)의 경우에도 84㎡ 규모 호실의 일반 분양가는 최고 27억4900만원 수준이었다. 통상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생겨나는 일반 분양 물량의 매각 비용은 기존 주민들이 부담하는 사업비로 편입돼 쓰인다는 점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주민 입장에선 상당히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반포동에 거주하는 박정운 씨(66·남·가명)는 “예전에 살던 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았다”며 “층수 제한에 공공기여 같은걸 빼고 나니 조합원 1인당 1억원 안팎의 돈을 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뜩이나 분담금 부담도 큰데 일반 분양분 물량 가격을 터무니없이 싸게 책정해야 하니 조합원 입장에선 분통이 터지지 않았겠나”라며 “당시 로또분양 이야기가 나오면서 청약 경쟁률도 두자릿수를 기록할 때도 조합원들 표정은 굉장히 어두웠다”고 귀띔했다.
부동산업계 일각에선 분양가 상한제가 미적용 지역의 분양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 보단 미적용 단지에서 수익을 내기 유리한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는 택지비와 기본형건축비 기준 등으로 일반 분양가가 제한되지만 미적용 단지에선 특화설계, 커뮤니티 비용, 조합수익 등을 전부 고려해 일반 분양가 책정이 가능하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에선 이익을 내기 어려운 반면 미적용 단지에선 분양 성공만 보장된다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수년 간 서울 분양시장의 분위기는 ‘완판’의 연속이었으며 노량진뉴타운 각 구역 별 일반 분양가도 계속해서 신기록을 갱신 중이다.
“노량진 오르면 강남 가만 있겠나” 분양가 상한제가 쏘아 올린 ‘집값 폭등론’ 확산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일반 분양가 상승 현상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요한 이슈라는 반응이 많다. 특히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의 일반 분양가 상승이 타 지역의 집값 폭등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수십여 년에 걸쳐 공고하게 구축된 ‘서울 부동산의 서열화’를 이유로 지목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 L부동산 관계자는 “이미 서울 내에는 학군이나 입지, 교통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지역 별 시세 계급이 존재한다”며 “언론은 물론 일반인,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상급지다 하급지다 하면서 구분 짓고 있지 않나”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런데 특정 지역 신축 아파트 일반 분양가가 올라 주변 아파트까지 오르면 무슨 상황이 벌어지겠나”라며 “최상급지인 강남 지역은 하방압력 덕분에 가격이 껑충 뛸 것이고 그 여파가 다른 지역으로 미쳐 서울 전 지역 아파트 시세가 전체적으로 오를 것이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작구 소재 Y부동산 관계자는 “노량진 뉴타운 일반 분양가를 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 미칠 파장 때문일 것이다”며 “같은 서울이라도 지역 별로 엄연히 서열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노량진 신축 아파트 일반 분양가가 3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정해진 마당에 한강벨트나 강남3구 집주인들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마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매물은 노량진 일반 분양가를 염두한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억지로 분양가를 묶어 놓는 조치가 이 사단을 만들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지역 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규제가 결국 풍선효과를 만들었고 그 여파로 집값 전체가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가 지역별 차등 적용으로 인해 오히려 시장의 가격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며 “가격 제한이 미적용 지역의 분양가를 밀어 올리고 이것이 다시 주변 시세를 자극하는 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흐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하거나 점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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