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일부 지방 관광지를 둘러싼 높은 여행 비용 부담에 대한 불만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산·전주·경주 등 대표 관광지를 중심으로 숙박비뿐 아니라 체험비, 음식 가격, 교통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서울보다 지방 여행 경비가 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방한 관광객 수는 역대급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행 비용에 대한 체감 부담이 커지면서 지방 관광 일정 자체를 줄이거나 당일치기로 대체하는 등 여행 방식 변화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부산·전주 등 지방 대표 관광지를 중심으로 숙박비와 체험비, 음식 가격 등이 서울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보다 지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관광 수요가 몰리는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비용 부담이 더 크게 체감된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일부 관광객들은 지방 숙박 대신 서울 숙소를 유지한 채 KTX나 광역 교통망을 활용해 당일치기로 이동하는 식으로 여행 일정을 바꾸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영미권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도 한국 숙박비 부담을 호소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5월 레딧 이용자 ‘HarbingerofdooM11’은 “10~11월 약 9일 동안 성인 2명이 한국 여행을 계획 중인데 호텔 비용만 3000호주달러(약 321만원)가 나왔다”며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 같은데 맞는지 봐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다른 이용자 ‘Redditing-Dutchman’은 “어느 정도 수준의 여행을 원하는지에 따라 다르다”며 “홍대에서는 70달러(약 10만원) 정도에도 괜찮은 숙소를 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명동은 개인적으로 피하는 편이다”며 “길거리 음식부터 숙박까지 전반적으로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덧붙였다. 한국 관광 전반에서 숙박비와 물가 부담이 이미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주요 화두로 다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을 여행 중인 외국인 관광객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 온 쿠인(Quinn·26·여)은 “이번 여행에서는 서울·부산·경주 세 곳을 여행할 예정인데 아직 어느 지역 물가가 가장 비싼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토요일에 이동하는 부산 숙소 가격이 가장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부산 호텔 가격이 확실히 높게 느껴졌고 서울보다도 비싼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호주에서 온 엘리아나(Eliana·41·여)는 “한국에서는 수원과 서울 두 곳만 여행할 계획이었다”며 “수원 관광지 인근 에어비앤비를 찾아봤는데 가격이 200달러(약 33만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이 5명인데도 최대 2명까지만 숙박 가능한 곳이 많았다”며 “서울과 거리도 크게 멀지 않고 숙박비 부담도 적지 않아 결국 서울 숙소를 그대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지방 관광지 숙박비 부담이 실제 일정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숙박비 상승 흐름도 지방 주요 관광지가 서울보다 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 숙박업종별 세부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부산광역시 숙박업(여관) 평균 가격은 4만1429원이었지만 지난 4월에는 4만7286원으로 1년 새 5857원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특별시 숙박업(여관) 평균 가격은 5만4154원에서 5만4077원으로 77원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9~10월에는 부산 지역 숙박업소 평균 가격이 5만6928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5만4077원 수준이었던 서울 숙박 가격을 웃돌기도 했다. 서울보다 지방이 더 저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여행 기대와 달리 일부 관광도시에서는 오히려 역전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숙박비뿐 아니라 한국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비와 길거리 음식 가격 역시 지방 관광지가 서울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체험·먹거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지방 여행 부담이 복합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랑스에서 온 마리(Marie·35·여)는 “아이들과 전주한옥마을에 꼭 가보고 싶어 방문했는데 전체적으로 체험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게 느껴졌다”며 “한복 대여 가격도 서울보다 조금 높은 느낌이었고 아이스크림 같은 음식 가격도 전반적으로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체험이나 음식 가격이 저렴한 곳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방 관광지의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3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71만명)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월 방한객 200만명 시대를 열었고 이후 두 달 연속 200만명 돌파에도 성공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677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58만명)보다 21%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관광객 수 증가와 별개로 관광업계 안팎에서 숙박비 부담과 관광지 물가 논란이 함께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특정 숙소나 상점을 개별적으로 구분하기보다 여행 과정에서 경험한 가격과 서비스를 도시 전체, 더 나아가 국가 이미지와 연결해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의 과도한 숙박비나 관광지 중심의 고물가 논란이 반복될 경우 도시 브랜드는 물론 한국 관광 전체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광 산업 특성상 한 번 형성된 부정적 이미지는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지방 관광지의 숙박비와 체험비, 음식 가격 등을 둘러싼 고물가 논란이 반복될 경우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은 여행 물가가 비싼 나라”라는 인식이 고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관광객 수가 증가하고 있더라도 부정적 여행 후기와 가격 불만이 누적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재방문율 감소와 관광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여행 과정에서 반복되는 숙박비 부담과 관광지 중심의 가격 급등 현상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불만을 넘어 도시와 국가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여행 과정에서 경험한 가격과 서비스를 국가 전체의 이미지로 연결해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숙박비 급등이나 바가지 논란이 반복적으로 확산될 경우 한국 여행이 ‘가성비가 낮은 여행지’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SNS와 온라인 후기 플랫폼을 통해 여행 경험이 빠르게 공유되는 만큼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인 관광 신뢰도와 지역 관광 경쟁력을 고려한 가격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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