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반죽 위에 소스를 듬뿍 바른 일본의 ‘오코노미야키’는 한국인들에게도 꽤 익숙한 음식인데요. 그런데 지금이야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이 음식의 탄생에는 꽤 진지한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 문헌 등에 따르면 일본 이름을 한국어로 직역하면 ‘오코노미’는 ‘취향대로’, ‘야키’는 ‘굽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의미 그대로 풀이하면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 구워 먹는 음식’인 것이죠.
‘오코노미야키’가 널리 대중화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에 불어 닥친 극심한 식량난이었는데요. 당시 일본엔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무엇보다 주식인 쌀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미국에서 원조 받은 밀가루로 근근이 허기만 달래는 날이 허다했죠. 빵에 익숙하지 않았던 당시 일본인들은 밀가루를 이용해 익숙한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저렴한 양배추와 남은 재료를 올려 철판에 구워 먹은 것이죠.
정해진 재료가 꼭 필요한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만들기도 편했습니다. 파, 숙주, 양배추, 양파 등 남은 채소를 재료로 넣어 만들 수 있었죠. 이름 그대로 ‘취향대로’ 먹는 음식이 ‘형편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오코노미야키의 간편한 조리법도 대중화에 영향을 미쳤는데요. 특별한 주방 설비가 없어도 철판 하나만 있으면 만들 수 있었던 덕분에 장사 아이템으로도 인기가 높았습니다. 달고 짭짤한 소스가 부족한 재료로 인한 맛의 공백을 채워주다 보니 나름 원가 절감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오코노미야키가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조리법도 등장했는데요. 특히 히로시마에서는 오코노미야키가 독자적인 방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최대한 배를 불릴 수 있는 밀가루 반죽에 면까지 더하는 식이었습니다. 원자폭탄 투하 이후 도시가 큰 피해를 입은 탓에 저렴하면서도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 더욱 절실했기 때문이죠.
결국 오코노미야키는 단순한 철판 요리가 아니라 배고픔을 견디고 삶을 이어가야 했던 사람들의 생존 음식이었던 셈입니다. 가난했던 시절, 단지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 먹던 한 끼가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메뉴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 꽤 흥미롭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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