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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으로 벌어 부동산 기웃…신뢰 · 안정 절실한 8000피 ‘다음 스텝’
주식으로 벌어 부동산 기웃…신뢰 · 안정 절실한 8000피 ‘다음 스텝’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과 정부 증시 활성화 대책 등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연일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론 안팎에선 지금의 상황을 지속시킬만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벌면 곧장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 적지 않아 증시 호황이 집값 폭등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잠시 수그러든 상태이긴 하지만 여전히 국민 뇌리 속엔 증시 보단 부동산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짙다는 것을 입증할만한 근거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코스피 8000 시대에도 여전히 불안한 국민들 “주식으로 돈 벌면 끝은 부동산”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피 상승 랠리가 무려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초 만해도 2000대 중반에 불과했던 코스피 지수는 같은달 20일 3021.8로 마감하며 3년 5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거듭 상승 곡선을 그리며 같은해 10월 장중 4000선을 돌파했고 불과 3개월 만인 올해 1월엔 ‘꿈의 지수’라 불리던 5000선을, 바로 다음달인 2월엔 6000선을 각각 넘어섰다. 이달 들어서는 사상 최초로 7000선을 돌파했고 불과 13거래일 만인 26일엔 8000 장벽도 깨뜨렸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조차 ‘무섭다’ 표현할 정도의 상승세다.

 

‘천장 뚫고 날아가는’ 코스피 상승세의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에 따른 반도체 대형주 수혜 ▲현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시행과 지속 발굴 의지 등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추진한 ‘증시 활성화’ 대책이 시장의 기대감을 크게 드높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 정부 출범 후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한 상법 개정이 추진됐으며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 해소를 위한 불공정 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됐다. 주가조작 등 중대한 불공정 거래가 적발될 경우 주식 시장 완전 퇴출과 부당이득 전액 몰수 및 과징금 철퇴까지 가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증시의 최대 걸림돌인 불신을 없애기 위한 특단의 조치인 셈이다.

 

▲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호황과 정부의 증시 활성화 대책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연일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러한 상승세를 지속시키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사진은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증시가 연일 불을 뿜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론 안팎에서는 기대 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오른 주가를 지탱해줄 만한 유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직까지 ‘안전 자산’을 고르는 국민적 기준이 증시 보단 부동산에 쏠려 있어 갑작스러운 하락 전환과 투자자들의 금전적 손실, 나아가 집값 폭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증시가 부동산 매입을 위한 일종의 종잣돈 마련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각종 통계 결과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우리나라의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미국 등 다른 주요국은 증시를 통해 얻은 이익(이하 자본이득)의 3∼4%가 소비 증가로 연결되는 데 반해 한국은 고작 1.3%에 불과했다. 주식투자 이익이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는 게 이유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 무주택 가구의 주식 자본이득 70%가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 주택매매 자금출처조사에서도 주식매각대금 비중은 지난해 5월 4.9%에서 올해 1월 8.9%로 크게 늘었다.

 

연구진은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주가가 빠르게 뛰면서 가계의 주식 보유가 대폭 늘고 참여계층도 다양화되면서 기대 이익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이 가계의 자산 형성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 주식 자본이득의 부동산 쏠림을 막고 가계의 주식 장기보유 유인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채권 팔아 집 산 사람 급증…증시 몰린 돈 부동산 빠지면 증시폭락·집값폭등 겹악재

 

▲ 주식 투자를 통해 거둔 수익이 곧장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최근의 증시 호황이 향후 집값 폭등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 통계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규제 지역 주택 매수자들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3조8916억원에 달했다. 직전 해 2조2545억원 대비 무려 1조6000억원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기록한 지난해 10월의 경우 주택 매입에 활용된 주식·매권 매각 대금 규모는 5760억원이나 됐다. 부동산 대출 규제 강화와 증시 호황에 따른 주식투자 수익 확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됐다.

 

목돈이 생기면 주식이 아닌 부동산을 우선순위에 두는 기조는 최근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한 ‘고액 성과급’ 이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 해 5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는 직원들이 곧장 아파트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직원들의 ‘파격 성과급’을 언급하며 부러움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시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들 게시글에는 단순히 수익 증가를 언급하기 보단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부분에 집중한 내용들이 유독 많은 편이다. “SK하이닉스 사내 부부면 2년 내 경기도, 3년이면 인서울 가능” “삼전 사내 부부는 내년에 성과급 받으면 평택에 아파트 사겠네” 등의 식이다.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지역 부동산들도 들뜬 기색이 역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이천이나 청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경기도 평택, 용인 등의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반도체 낙수효과’ 운운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의 경우 지난해 평균 2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는 실적이 더욱 늘어나 성과급 규모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직원들 역시 올해 임단협 결과를 토대로 올해 예상 실적을 감안했을 때 최소 5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인근 아파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이천·청주와 삼성전자 공장이 위치한 평택·용인 등 반도체 거점 지역 공인중개업소를 중심으로 이른바 ‘반도체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S부동산 관계자는 “얼마 전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의 성과급 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내 일처럼 흐뭇했다”며 “지금처럼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한 번에 목돈이 생기면 그 돈이 어디가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요즘 주식장이 좋다고 말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여전히 목돈이 있는 사람은 부동산을 찾는다”며 “지난해부터 주식으로 번 돈으로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다는 손님들의 방문이 잦아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 뇌리 깊숙이 박혀 있는 ‘주식은 종잣돈 마련, 안정적 투자는 부동산’이라는 공식을 깰 만한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증시에 몰린 돈이 하나 둘 빠져 나가면 어렵게 쌓아 올린 한국 증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뿐만 아니라 수요 확대로 인한 집값 폭등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피가 8000선이라는 역사적 고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이 부동산 시장으로 대거 유출되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며 “주식시장을 단순한 ‘부동산 자금 마련용 징검다리’로 인식하는 국민적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한 상법 개정이나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은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했으나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때다”며 “단기 차익 실현 후 부동산으로 이탈하는 자금을 막기 위해 주식을 장기 보유할 때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가계 자산의 포트폴리오 자체를 주식 중심의 선진국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기사 속 Q&A
Q1. 코스피 지수가 최근 1년 만에 2000대 중반에서 사상 최초로 8000선까지 돌파한 배경은?
A. 이재명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상법 개정, 불공정 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적극적인 증시 활성화 및 부양 정책으로 국내 증시 매력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시장 호황이 잇따르면서 국내 대형주들의 주가 상승에 불을 지피고 있다.
Q2. 한국 투자자들이 해외 주요국 투자자들에 비해 주식으로 번 돈을 소비로 연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A. 주식 투자로 얻은 이익이 소비로 이어지기보다 부동산 투자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주택 가구가 주식으로 얻은 이익의 약 70%가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서울 주택매매 자금출처조사에서도 주식매각대금 비중이 지난해 5월 4.9%에서 올해 1월 8.9%로 크게 늘어났다.
Q3. 반도체 대기업 직원들의 고액 성과급 지급 소식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A.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직장인들 사이에서 성과급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인식이 확연히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반도체 생산 공장이 위치한 이천, 청주, 평택, 용인 등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반도체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대출 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수억 원대 성과급이라는 목돈이 생기면 결국 안정적인 아파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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