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상호명과 간판을 활용한 이른바 ‘논란 마케팅’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치열한 자영업 경쟁 속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성인업소나 불법 행위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상호명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불쾌감과 거부감을 유발하는 마케팅이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에서는 퇴폐업소를 연상시키는 상호명과 간판 디자인을 내건 한 대패삼겹살 전문점이 화제를 모았다. 해당 업소는 핑크색 간판과 하트 모양 디자인, 자극적인 문구 등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성인업소를 떠올리게 하는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지역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처음에는 고깃집인지 몰랐다”, “가족 단위 손님이 보기에는 민망하다”, “눈길은 끌겠지만 불쾌하다”, “저곳에서 식사하면 괜히 오해받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건전한’이라는 표현 자체가 퇴폐업소를 연상시킨다”, “왜 굳이 건전함을 강조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성인업소를 패러디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고리대금업 광고를 패러디한 화채 전문점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업소는 홍보물에 ‘일일이 수작업’, ‘신용불량자 주문 가능’, ‘직장인·학생·주부 주문 가능’, ‘비밀 절대 보장’, ‘신용 관계없이 누구나 주문 가능’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특히 ‘일일이 수작업’이라는 표현은 불법 사금융 광고에서 흔히 사용되는 ‘일수’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홍보물 전반에 걸쳐 불법 사금융 광고를 패러디한 듯한 표현들이 등장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화채 광고인지 사채 광고인지 헷갈렸다”, “재미를 위한 패러디라고 해도 불법 사금융을 희화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심은 끌 수 있겠지만 불편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직장인 왕주연 씨(28·여)는 “분명 기억에 남게 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강한 인상보다 불쾌감이 먼저 남는다”며 “정상적인 음식점이라면 굳이 이런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화제가 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마케팅이 많아진 것 같다”며 “업주는 재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문구를 가게 상호에 활용했다 논란을 빚은 사례는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성적 암시나 사회적 논란 요소를 활용했다가 역풍을 맞은 사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영국 런던의 유명 일식 레스토랑 쿠로부타(Kurobuta)다. 당시 쿠로부타는 마블 아치 지점 외부에 일본어 네온사인을 설치했지만 해당 문구가 일본어로 ‘매춘부 있음(Prostitutes Available)’을 뜻하는 표현과 여성 비하적 성적 은어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일본어를 이해하는 시민들과 여성단체들은 성매매를 조장하고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비판했고 논란이 확산되자 업소 측은 해당 네온사인을 철거했다. 당시 업소는 단순한 장식 요소였을 뿐 특정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부적절한 표현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2017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 파크 슬로프(Park Slope)에 위치한 카페 클레버 블렌드(Clever Blend) 역시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해당 카페는 남성이 여성 화장실 내부를 들여다보는 모습을 형상화한 화장실 표지판을 설치했다가 성희롱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미국 미식 전문매체 이터(Eater)는 소비자들이 옐프(Yelp)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해당 카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이용객들은 해당 표지판이 성희롱을 가볍게 여기고 강간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결국 카페 측은 표지판을 철거했다.
국내외 사례들의 공통점은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성적 암시나 범죄, 불법 행위 등을 연상시키는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피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논란 자체를 화제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SNS와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주들 사이에서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일단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단순히 상호명이나 광고 문구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를 접하며 느낀 감정까지 함께 기억한다는 점에서 자극적 마케팅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논란 마케팅이 단기적으로는 높은 화제성과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자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SNS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자극적인 표현이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소재를 활용한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남길 경우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형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상호명이나 광고 문구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까지 함께 기억한다”며 “재미와 재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불쾌감이나 거부감을 유발한다면 결국 해당 브랜드를 기피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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