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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XS인데 7cm 더 작다…해외 초슬림 브랜드 열풍의 그림자
같은 XS인데 7cm 더 작다…해외 초슬림 브랜드 열풍의 그림자

최근 해외 패션 브랜드들이 극도로 슬림한 실루엣과 초소형 사이즈를 앞세운 의류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청소년과 젊은 층 사이에서 왜곡된 신체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해 마른 체형이 이상적인 몸매로 반복 노출되고, 이를 기준으로 제작된 의류가 유행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내 몸에 맞는 옷을 찾는 것’보다 ‘옷에 맞는 몸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기준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패션 트렌드를 넘어 성장기 청소년들의 자존감 형성과 신체 이미지, 건강한 체형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지나치게 작아진 의류 사이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프리사이즈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입을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다”, “예전과 같은 사이즈를 샀는데 점점 안 맞는 경험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내 몸을 탓하게 된다”, “옷이 작아진 건데 내가 살쪘다고 생각하게 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의류 규격에 대한 불편을 넘어 특정 체형을 정상으로 규정하는 소비 환경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제품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브랜드는 다양한 체형을 고려한 사이즈 구성보다는 마른 체형을 기준으로 한 슬림핏 디자인과 제한적인 사이즈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에게 특정 체형을 이상적인 기준으로 제시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미국 SPA 브랜드 브랜디멜빌(Brandy Melville)이 지목된다. 브랜디멜빌은 전 세계적으로 ‘원 사이즈(One Size)’ 정책을 유지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제품이 국내 기준 XS~S(44~55) 수준에 맞춰 제작되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다양성을 외면한 사이즈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는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 등 K팝 스타들의 착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 최근 다양한 체형을 고려하기보다 특정 체형에 맞춘 사이즈 구성을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사진은 단일 사이즈 정책으로 유명한 미국 SPA 브랜디멜빌에서 판매하고 있는 숏팬츠의 모습. ⓒ르데스크

  

특히 SNS에서는 브랜디멜빌 제품을 착용한 사진을 공유하거나 특정 체형만이 해당 브랜드의 옷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브랜드의 옷을 입을 수 있는 체형 자체가 일종의 목표나 기준처럼 소비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성수동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국내에 처음 선보인 이탈리아 브랜드 섭듀드(Subdued)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섭듀드는 XS~M 사이즈 중심의 제품군을 운영하고 있으며 크롭티, 핫팬츠, 로우라이즈 데님 등 신체 라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디자인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옷이 손바닥만 한 크기로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체감 사이즈가 예상보다 훨씬 작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옷이 작은 이유보다 ‘내가 이 옷을 입을 수 있는 몸인가’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특정 체형을 이상적인 기준으로 내면화하는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르데스크가 일부 제품의 실제 사이즈를 비교한 결과 차이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브랜디멜빌에서 판매 중인 상의의 경우 어깨너비 28cm, 총장 42cm로 측정됐다. 반면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판매 중인 유사 스타일의 티셔츠는 XS 기준 어깨너비 34.4cm, 총장 51cm였으며 S 사이즈는 어깨너비 36cm, 총장 52.7cm로 나타났다. 브랜디멜빌 제품과 비교하면 어깨너비는 평균 7cm 이상, 총장은 약 10cm 정도 더 긴 셈이다.

 

하의 제품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나타났다. 섭듀드에서 판매 중인 피트니스용 핫팬츠 XS 사이즈의 밑위 길이는 21cm로 측정됐다. 이는 무신사에서 판매 중인 유사 제품의 24인치 사이즈 밑위 길이(25cm)보다 약 4cm 짧은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작은 차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착용 시에는 신체 노출 정도와 착용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 섭듀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티셔츠의 모습. ⓒ르데스크

 

실제 매장 피팅룸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옷을 입어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옷이 너무 작다”,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갔다. 문제는 옷의 규격 자체보다 자신의 체형을 먼저 문제 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초등·중학생 등이 직접 옷을 입어보며 구매를 고민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대학원생 김예린 씨(28·여)는 “평소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옷을 선호하는데 해당 브랜드 제품이 내가 추구하는 미적 취향과 잘 맞는다”며 “이런 옷들은 핏이 중요하다 보니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원하는 실루엣이 나오지 않아 자연스럽게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마름의 기준처럼 활용되는 이른바 ‘키빼몸(키에서 몸무게를 뺀 수치)’이 120에 근접한 기자가 일부 제품을 직접 착용해본 결과 상당수 제품은 정상적인 핏이 구현되지 않거나 움직임이 제한될 정도로 타이트했다. 일부 제품은 착용은 가능했지만 신체 라인이 과도하게 부각돼 일상복으로 활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소비자가 자신의 신체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다양한 체형에 맞는 옷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특정 실루엣을 구현하기 위해 체형을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외부 평가와 사회적 기준에 민감한 시기에 특정 체형만이 아름답고 패셔너블하다는 메시지가 반복될 경우 건강하지 않은 체중 감량이나 왜곡된 신체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패션 시장에서는 슬림핏 중심 디자인과 작은 사이즈 기준이 강화되고 있으며 SNS를 통해 특정 체형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 결합되면서 소비자들이 ‘옷에 몸을 맞춰야 한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은 외부 기준을 자신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패션 산업과 이미지 중심 소비 환경이 결합된 현재 구조는 자존감 형성과 건강한 신체 인식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패션업계 역시 특정 체형만을 이상적인 기준으로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체형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Q&A
Q1. 최근 한국 패션 시장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단일 사이즈(One Size) 브랜드'의 대표적인 예는 무엇인가?
A. 미국의 인기 SPA 브랜드인 '브랜디멜빌(Brandy Melville)'입니다. 이 브랜드는 전 세계적으로 단일 사이즈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국내 기준으로는 주로 XS~S(44~55) 사이즈에 해당하는 사이즈다.
Q2. 성수동 팝업스토어로 진출한 브랜드 '섭듀드(Subdued)'의 제품 특징은 무엇인가?
A. 섭듀드는 XS~M의 비교적 작은 사이즈 중심으로 제품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핫팬츠, 크롭티, 로우라이즈 데님 등 신체 라인과 실루엣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Q3.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마름의 기준으로 소비되는 '키빼몸'이란 무슨 뜻인가?
A. '키(cm)에서 몸무게(kg)를 뺀 수치'를 줄인 신조어입니다. 예를 들어 키 163cm에 몸무게 43kg이면 '키빼몸 120'이 되며 최근 미성년자 및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마른 체형의 기준으로 소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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