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주요 예식장의 대관료 및 식대가 급격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급격한 가격 상승에 더해 복잡한 할인 조건과 높은 보증인원 기준까지 겹치면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데다 결혼 기피 현상마저 부추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결혼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예식장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공공예식장을 늘리는 등 대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1일 르데스크가 서울 소재 인기 예식장으로 꼽히는 예식장 10곳의 식대 비용과 보증인원 등을 조사한 결과 1인당 식대는 최저 7만5000원에서 최고 15만원까지 형성돼 있었다. 평균 식대는 약 10만5000원, 평균 보증인원은 211.5명으로 집계됐다. 보증인원은 실제 하객 수와 관계없이 계약상 최소로 보장해야 하는 인원을 뜻한다.
특히 과거 강남권 일부 예식장에서 주로 적용되던 200명 이상 보증인원 요구 관행이 최근에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기존에는 강남구를 중심으로 나타났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구와 동대문구, 송파구 등에서도 비슷한 조건을 제시하는 예식장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예식장은 보증인원이 많을수록 식대 할인 폭을 확대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강남구 소재 A 예식장 관계자는 “예식 날짜와 시간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보증인원 규모에 따라서도 식대 할인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식장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예비부부 입장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하객 규모를 고려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식 시간에 따른 가격 차이도 상당했다. 일부 예식장은 이른바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인기 시간대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거나 식대를 더 높게 책정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 예식장 가운데는 시간대에 따라 식대 차이가 30~50% 수준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결혼을 준비 중인 이서담 씨(38·여)는 “예식장마다 날짜와 시간, 보증인원에 따라 가격이 달라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며 “상담 과정에서 할인 조건과 추가 비용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객들에게 좋은 식사를 대접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식대 부담은 최근 물가 상승과 맞물리며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일부 예식장은 단기간에 식대가 큰 폭으로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소재 B 예식장의 경우 2023년 1인당 식대가 7만7000원이었지만 현재는 15만원으로 약 94.8% 상승했다. 강남권 외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동대문구 소재 F 예식장은 3년 만에 식대가 4만5500원에서 11만9000원으로 161.5% 인상됐고, 중구 소재 C 예식장은 1년 전 정가 가격 7만원을 지금은 할인된 가격으로 제시하면서 11만원이 정가라고 안내했다.
강남구 소재 E 예식장 관계자는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운영비 등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예식장 식대 역시 상승하는 추세다”며 “업계 전반이 원가 부담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높아진 식대는 하객들의 축의금 부담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식대가 이렇게 비싸면 축의금도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 “결혼식 비용 부담이 결국 하객들에게 전가되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결혼 비용 상승이 예비부부뿐 아니라 하객들의 부담 증가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가격 정보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국 522개 결혼서비스 업체 가운데 가격 정보를 공개한 업체는 전체의 36.4%에 불과했다. 업체들은 가격 비공개 이유로 ‘서비스 표준화의 어려움’(56.6%)과 ‘경쟁사 노출 우려’(28.6%) 등을 꼽았다. 그러나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가격 비교가 쉽지 않고 실제 상담을 받아야만 구체적인 비용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재 구조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결혼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가격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부터 결혼서비스 가격정보 공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개율이 낮고 정보의 범위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다 구체적인 가격 공개 기준과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예식장 확대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현재 서울 지역 공공예식장 비율은 약 1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용을 원하는 예비부부가 많지만 상당수 시설이 추첨 방식으로 운영돼 실제 이용 기회는 제한적이다.
3년 전 용산구 소재 공공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곽혜진 씨(37·여)는 “전화 문의나 방문 상담 과정에서 가격이 달라지는 일이 전혀 없었다”며 “비용 구조가 명확해 예산을 세우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예식장은 가격 부담이 적어 선호도가 높지만 경쟁률이 높아 주변에도 신청 후 당첨을 기다리는 예비부부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식장마다 가격 체계와 할인 조건이 달라 예비부부들이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정보 탐색 과정에서도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는 예식장 가격 공개 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고 지속적인 관리·감독을 통해 가격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예식장을 확대하고 일반 시민들의 이용 기회를 넓힌다면 결혼 비용 부담 완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결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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