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짜리 LP 한 장이 수개월 만에 70만원까지 치솟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LP가 이색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잔나비, 검정치마, 한로로 등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들의 한정판 음반은 발매 직후 중고시장에서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 배까지 가격이 뛰며 단순한 음반을 넘어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소장하면서 동시에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덕질과 재테크를 동시에 하는 투자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팬덤과 희소성이 결합한 LP 시장은 일반 투자상품과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가격 상승의 원인을 충분히 이해한 뒤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5만원이 70만원으로…'팬덤+희소성'이 만든 LP 재테크 공식
중고 LP 시장에서 가격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은 단연 희소성과 탄탄한 팬덤이다. 잔나비, 검정치마, 한로로 등 청년층의 지지를 받는 아티스트들의 한정판 LP는 음악을 감상하는 음반을 넘어 굿즈이자 투자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발매 직후 품귀 현상을 빚으며 중고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수배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가 많아 ‘예약 구매만 성공해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까지 형성되고 있다.
실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 따르면 인디 밴드 검정치마의 ‘정규 3집 Part.1 Team Baby Splatter Color LP’는 최초 발매가 5만5000원이었지만 현재 4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잔나비의 ‘전설 Yellow 2020 LP’ 역시 발매 당시 5만5000원이었지만 현재 거래가는 70만원 수준까지 치솟으며 12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음반 매장에서도 희귀 LP의 가치 상승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펄시스터즈, 박성연 재즈쿼텟 등의 초반 음반처럼 시대성을 갖춘 희귀 음반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백예린 한정판 LP 역시 두터운 팬층을 바탕으로 미개봉 제품은 현재 1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번 프리미엄이 형성된 LP는 일시적인 가격 조정을 제외하면 정가 이하로 다시 내려가는 사례가 드물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물 자산으로 평가된다.
밴드뿐 아니라 힙합과 해외 아티스트 음반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래퍼 스월비의 ‘정규 1집 Undercover LP’는 발매가 5만5000원에서 현재 9만5000원으로, 염따의 정규 5집 LP는 4만9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일본 아티스트 요네즈 켄시의 ‘Iris Out LP’ 역시 4만4000원에서 5만2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시장에서는 수십만원의 차익을 실현한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전략은 예약 판매 단계에서 동일한 음반을 두 장 구매하는 방식이다. 한 장은 소장용으로 보관하고, 나머지 한 장은 시세가 형성된 이후 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식이다.
이윤재 씨(26·남)는 지난 2023년 예약 구매했던 잔나비 소곡집 LP를 각각 약 3배 가까운 가격에 되팔며 차익을 실현했다. 그는 “한정판 LP는 예약 판매가 끝나는 순간부터 희소성이 반영돼 시세가 형성된다”며 “팬덤이 탄탄한 음반은 형성된 프리미엄이 쉽게 무너지지 않아 비교적 안정적인 실물 투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민우 씨(29·남) 역시 올해 한정판 힙합 LP를 두 장 예약 구매해 한 장은 소장하고 나머지 한 장은 발매 직후 25만원에 판매했다. 그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즐기면서 동시에 투자금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 LP 재테크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LP를 수집해온 유진하 씨(49·남)는 “LP 투자 역시 결국 정보 싸움”이라며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관심 있는 가수를 미리 팔로우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예약 판매 정보를 가장 먼저 확보하는 것이 수익률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3월 한로로, 검정치마, 잔나비 LP 예약 판매가 동시에 진행됐는데 당시 5만~6만원에 구매했던 제품들이 현재는 3배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다만 단순히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기보다 왜 가격이 오르는 음반인지 팬덤과 희소성을 함께 판단해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묻지마 투자’는 끝났다…음악성·팬덤 분석·보관법따라 수익률 천차만별
중고 음반점을 운영하는 김석준 씨(33·남·가명)는 현재 LP 가격이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로 제한적인 생산 구조를 꼽았다. 그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LP 제작 단가가 높고 판매량을 예측하기 어려워 대부분 200~300장 수준만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구조가 유지되는 한 팬덤이 있는 음반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LP 시장은 2~3년 전과 달리 투자 방식도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씨는 “예전에는 LP만 나오면 무조건 사두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지금은 음악성과 팬덤이 검증된 아티스트 중심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투기성 수요는 줄고 실제 소장 가치와 시장성이 검증된 음반 위주로 거래가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변화와 함께 거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오프라인 음반 매장은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매입 단가가 낮은 편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번개장터, 네이버 카페, 크림(KREAM) 등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며 개인 간 거래를 선호하는 추세다.
LP 재테크에서 간과하기 쉬운 요소는 바로 보관이다. 수집가들은 실물 자산인 만큼 보관 상태가 곧 자산 가치와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미개봉 제품이 높은 가격을 인정받지만, 오래된 미개봉 음반은 내부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오히려 리스크가 존재할 수도 있다. 장기간 밀폐된 상태에서는 바이닐이 화학 반응으로 변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보관법도 중요하다. 김 씨는 “한국 주거 환경에서는 LP를 온돌 바닥에 그대로 두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 반드시 세워 보관해야 하고, 눕혀 두거나 무거운 물건 아래 두면 판이 휘어 상품 가치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LP 투자의 인기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팬덤과 희소성이라는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좋아하는 음악과 문화를 즐기면서 동시에 자산 가치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세대가 LP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앞으로도 인기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정판 LP 발매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LP를 활용한 이색 재테크 역시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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