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데스크

테마설정
[영상] 의미 알고 먹으면 미슐랭? 진라면 한 봉지의 놀라운 위력
[영상] 의미 알고 먹으면 미슐랭? 진라면 한 봉지의 놀라운 위력
[사진=오뚜기]

 

[한국인의 소울푸드와 ‘착한 소비’]

여러분, 한국인은 1년에 라면을 몇 개나 먹을까요? 평균으로 따지면 무려 77개라고 합니다. 거의 닷새에 한 번꼴이죠. 생각해보면 한국인에게 라면은 참 특이한 음식이에요. 밤늦게 출출할 때는 야식이었다가, 주말 아침엔 가족과 도란도란 나눠 먹는 정이 되기도 하죠. 때로는 타지에서 외로움을 달래주는 고향의 맛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라면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고르세요? 얼큰한 국물? 쫄깃한 면발? 물론 다 중요하지만요. 우리가 라면 한 그릇을 비워내는 일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가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늘 4인용 책상에서는요. 국민들에게 ‘갓뚜기’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오뚜기와 그 오뚜기를 대표하는 ‘진라면’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식품은 생명이다” 철학에서 비롯된 진(眞)한 국물]

진라면의 스토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오뚜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사실 1970-80년대에도 오뚜기는 식품업계의 강자였습니다. 카레, 케첩 하면 무조건 '오뚜기'였거든요. 그런데 라면만큼은 좀 달랐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라면시장은 삼양과 농심, 이 두 기업이 꽉 잡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오뚜기는 한참 늦은 후발주자였던 거죠. 그런데 1988년, 오뚜기라는 기업을 일군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이런 지시를 합니다. “오뚜기만의 라면을 개발하라!” 그러면서 이때 함태호 명예회장이 연구원들한테 강조한 단 하나의 철학이 있었습니다. “식품은 곧 생명이다.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것은 절대 만들지도, 팔지도 마라” 왜 이런 말을 했냐면요. 당시만 해도 국내 라면 시장은 자극적이고 매운맛이 주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소비층 역시 20~50대의 젊은 세대가 대부분이고 어린 아이나 나이 든 어르신들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함태호 명예회장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라면을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결국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국인이 익숙하게 느끼는 진한 소고기 육수 기반의 국물을 완성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1988년, '맛이 진하다'는 의미와 '참된'이라는 뜻의 한자 '진(眞)'을 담은 진라면을 출시하게 됩니다. (제 이름에도 참 진 자가 들어갑니다) 진라면 맛이 매운맛도 있고 순한맛도 있잖아요? 뭐 최근엔 약간매운맛도 나왔고. 진라면은 처음부터 매운맛과 순한맛을 같이 내놨어요.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꽤 이례적인 선택이었죠. 매운걸 잘 못 먹는 아이들이나 속이 약한 어르신들도 라면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겠단 거였죠. 오뚜기 특유의 ‘포용의 철학’이 제품 기획 단계부터 녹아 있었던 건데요. 어쩌면 진라면의 성공은 맛뿐만 아니라 이런 발상에서도 시작됐는지 모릅니다.


[진라면 한 봉지에 담긴 생명의 무게]

그런데 우리가 진라면을 뭐 그냥 단순히 '맛있는 라면' 이나 ‘누구나 즐기는 라면’으로만 기억해서는 안 되는 진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우리가 먹는 라면 한 그릇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가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고 했잖아요? 함태호 명예회장은 1992년부터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해 남몰래 수술비를 지원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해요. 이 후원은 아들인 함영준 회장 대에 이르기까지 30년이 넘도록 단 한 달도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오뚜기의 지원을 받아 새 생명을 얻은 심장병 어린이가 무려 6000명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한국심장재단에 몸 담았을 때가 있었는데, 후원뿐만 아니라 행사 때마다 오뚜기 측에서 직접 나와서 물품 후원하고 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보통 기업들은 인건비 아끼려고 비정규직 비율을 늘리곤 하잖아요? 그런데 오뚜기는 마트 현장에 계시는 시식 판매 직원들까지 전부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듭니다. 여기도 함태호 명예회장의 철학이 들어가요. "우리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사람은 우리 회사 직원이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끓여먹는 진라면 한 봉지에는 수많은 이들의 삶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병상의 어린 생명을 살려내는 기적의 수술비가 되기도 하고, 우리 어머니들의 안정적인 고용 환경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13년의 동결, 점자 패키지, 그리고 월드스타의 약속]

‘식품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겠다’는 오뚜기의 진심, 이건 말뿐이 아니었습니다. 진라면의 가격표만 봐도 알 수 있죠. 뭐 밀가루값 오른다 기름값 오른다 하면서 다른 기업들이 막 라면값을 올릴 때 오뚜기는 무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13년 동안 진라면의 가격을 685원으로 꽁꽁 묶어 뒀습니다. 이유를 묻자 오뚜기 경영진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사실 라면은 서민의 음식인데 이 가격마저 올리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분들은 얼마나 부담되겠습니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서민들의 든든한 한 끼를 지켜주고 싶었던 이 13년의 기록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뚜기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미담으로 회자되곤 합니다.


오뚜기가 왜 ‘갓뚜기’라 불리는지, 그 디테일은 컵라면 용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컵라면은 꽤 위험한 음식입니다. 볼 수 없으니 무슨 라면인지 알기도 어렵고 뜨거운 물을 붓다가 넘쳐서 화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까요. 오뚜기는 이를 알고 국내 라면 업계 최초로 컵라면 겉면에 라면의 이름과 물 붓는 선을 ‘점자(Braille)’로 튀어나오게 새겨 넣었습니다. 시각장애인 분들이 손끝으로 매운맛인지 순한맛인지를 읽고 물을 정확히 부어 따뜻한 라면을 드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런게 기업으로서 돈이 되는 일은 아니거든요. 단 한 명의 고객도 소외시키지 않겠다는 이런 세심한 부분들이 지금까지의 오뚜기의 이미지를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아주 재미있는 월드스타의 일화도 빠질 수 없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진(Jin)’의 이야기인데요. 그는 과거 무명 시절 팬들과 “내 이름이 진이니까, 나중에 크게 성공하면 꼭 진라면 모델을 할 거다”라며 진심 어린 소통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수년 뒤 실제로 그가 속한 방탄소년단이 빌보드를 제패한 세계적인 스타가 되죠. 오뚜기는 실제로 진을 진라면의 글로벌 모델로 전격 발탁합니다. ‘진심이 통했다’는 카피와 함께 등장한 이 재미있는 협업은 엄청난 화제를 낳았고 팬들 사이에서는 “착한 가수가 착한 기업의 라면을 만났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로 진라면이 팔려나가는 엄청난 글로벌 홍보 효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만년 2등에서 왕좌를 위협하는 거인으로]

착한 철학과 훈훈한 미담은 결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됐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쟁쟁한 선발 주자들 사이에서 기를 펴지 못하던 진라면이 지금은 대한민국의 라면 시장을 뒤흔드는 무서운 존재가 됐죠. 오뚜기의 발표에 따르면 진라면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70억 개를 돌파했습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엄청나냐면 지금까지 팔린 진라면의 면발을 모두 이어 붙이면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왕복하고도 남는 엄청난 양이라고 해요. 시장 점유율의 변화는 더욱 극적입니다. 원래 진라면은 농심 신라면에 비해서 한참 뒤처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대형 마트의 5개 들이 묶음(멀티팩) 판매량 통계에서는 종종 1위인 신라면을 꺾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다고 해요. 사람들이 진라면을 선택하는 건 이제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먹고 나면 속이 편안해지는 진한 국물 맛, 그리고 내 소비가 가치 있게 쓰인다는 확신이 진라면을 장바구니에 담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세상을 따뜻하게 데운 ‘진라면’ 한 그릇]

여러분,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내가 번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결국 나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집어 드는 라면 한 봉지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고 더 나아가 세상의 온도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13년간 가격을 동결하며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려 하고, 앞을 못 보는 이들을 위해 컵라면에 점자를 새겨 넣고, 라면 한 봉지를 팔아 번 돈으로 지금까지 수천명의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기업. 이런 기업이 만든 라면이라면 우리가 기꺼이 지갑을 열어도 되지 않을까요? 오늘 저녁, 마트에 들르신다면요. 노란색 바탕에 빨간 글씨가 적힌 진라면을 한 묶음 사서 집으로 돌아가 보십시오. 양은냄비에 물을 올리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진한 국물 냄새를 맡으며 내 작은 소비가 누군가에게 작지만 따뜻한 응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떠올려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르데스크 4인용 책상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사 속 Q&A
Q1. 오뚜기는 왜 ‘갓뚜기’라고 불리나요?
A. 오뚜기가 ‘갓뚜기’라고 불리는 이유는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 진라면 가격 동결, 점자 컵라면 도입 등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 때문입니다. 오뚜기는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 후원을 이어오며 6000명 이상의 아이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시식 판매 직원 정규직 고용, 소비자 부담을 고려한 가격 정책까지 더해지며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강해졌습니다.
Q2. 진라면은 언제 출시됐고 어떤 특징이 있나요?
A. 진라면은 1988년 오뚜기가 출시한 대표 라면 브랜드입니다. 진라면은 출시 초기부터 매운맛과 순한맛을 함께 선보이며,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과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라면을 지향했습니다. ‘진라면’이라는 이름에는 맛이 진하다는 의미와 한자 ‘진(眞)’, 즉 참되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Q3. 진라면이 착한 소비 사례로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진라면이 착한 소비 사례로 언급되는 이유는 제품 자체의 인기뿐 아니라 오뚜기의 사회공헌 이미지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오뚜기는 심장병 어린이 후원, 장기간 진라면 가격 동결, 컵라면 점자 표기 등 소비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래서 진라면은 단순한 라면을 넘어, 소비자가 가치 있는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브랜드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댓글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