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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는 맛집’ 옆은 텅 비었다…핫플 ‘성수동 상권’ 양극화 심화
‘줄 서는 맛집’ 옆은 텅 비었다…핫플 ‘성수동 상권’ 양극화 심화

평일 낮 시간대인 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이른바 ‘핫플레이스’를 찾은 인파로 북적였다. 거리를 지나는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명한 맛집이나 팝업스토어를 찾아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화려한 간판 뒤편 골목으로 접어들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영업 종료’가 붙은 공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손님 한 명 없이 적막이 흐르는 식당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핫플레이스라는 성수동의 화려한 이미지 뒤편에선 상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맛집 앞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지는 반면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점포들은 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자영업 성지’ 성수동의 두 얼굴…높아지는 폐업률·낮아지는 생존율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성수동에서 가장 있기 있는 지역으로 팝업스토어의 성지라 불리는 성수2가3동의 올해 1분기 점포 폐업률은 2.4%로 지난해 3분기(2.0%)보다 0.4%p 상승했다. 점포들의 생존율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성수2가3동에 위치한 점포들의 3년 생존율은 2024년 1분기 69.5%에서 올해 1분기 62.5%로 2년 만에 7%p나 떨어졌다. 1년 생존율 역시 같은 기간 86.4%에서 85.2%로 소폭 하락하며 점포 운영의 어려움을 방증했다.

  

▲ 성수동 상권의 인기가 치솟는 가운데 뒤편에서 소외감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성동구 성수2가3동 내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은 한 매장. ⓒ르데스크

 

서울숲, 뚝섬 한강 상권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인근 성수1가1동의 역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었다. 성수1가1동의 전체 업종의 1년 생존율은 2024년 1분기 86.7%에서 올해 1분기 77.6%로 10%p 가까이 떨어졌다. 폐업률 또한 2024년 1분기 2.2%에서 2025년 1분기 3.5%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현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확인됐다. 성수동 메인 거리로 꼽히는 올리브영N 성수 인근에서도 공실 상태이거나 영업을 종료한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성수동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장현욱 씨(32·남)는 “최근 주변에 영업 종료 종이를 입구에 붙인 가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만큼 경쟁도 치열한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성수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중인 박현영 씨(46·남)는 “최근 성수동에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짐을 싸는 점포가 늘고 있다”며 “예전에는 유명 맛집 주변이면 자연스럽게 손님이 흘러들어오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미리 정보를 확인하고 검증된 가게만 찾아가다 보니 유명 점포 바로 옆에 있어도 마케팅이 부족하면 손님이 모이기 어렵게 됐다”며 “임대료는 높은데 반사이익까지 줄어들자 자본력이나 운영 경쟁력이 부족한 자영업자들이 결국 성수동을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성수동 메인 거리로 꼽히는 올리브영N 성수 인근에서도 공실 상태이거나 영업을 종료한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올리브영N 성수 인근에 폐점 안내문이 붙은 한 매장. ⓒ르데스크

 

실제로 성수동의 임대료는 타 지역에 비해 큰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성수동의 임대가격지수 상승률은 109.1%로 같은 기간 압구정과 용산을 제치고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성수동 상권의 양극화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 증가와 맞물려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성수동의 외국인 방문객은 2018년 6만명에서 2024년 300만명으로 50배가량 폭증했다. 성수동 내 외국인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례로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점의 올해 3월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69% 증가하며 외국인 관광객의 성지라 불리는 명동점(+43%)을 넘어섰다. 통상 외국인 관광객들은 실패 없는 소비를 선호해 검증된 대형 프랜차이즈나 이미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매장으로 발길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날 성수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양류징(23·여) 씨는 “한국에 오기 전 대부분 샤오홍수(중국판 인스타그램)에서 추천하는 맛집이나 미슐랭, 블루리본 등 이미 검증된 곳을 찾아본다”며 “외국인 입장에서는 정보가 없는 가게에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SNS에서 이미 유명한 곳을 우선 방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가게를 보면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대로 줄을 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은 성수동 상권의 외형적 성장세만 보고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3일 성수동 거리를 가득 메운 방문객들. ⓒ르데스크

 

실제 현장에서 만난 음식점 관계자들도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상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음식점 아르바이트생인 이민지 씨(25·여)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SNS에서 화제가 된 가게를 찾아오기 때문에 유명한 곳으로 손님이 더욱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제는 음식 맛뿐 아니라 SNS 마케팅 경쟁력이 매출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매장은 외국인 고객과의 소통이나 SNS 콘텐츠 제작을 위해 중국인이나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성수동 상권의 외형적 성장만 보고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인구가 많다고 해서 모든 점포가 수혜를 보는 구조가 아니라 특정 브랜드와 유명 점포로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성수동은 방문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소비가 상권 전체로 확산되는 구조라기보다 일부 유명 매장으로 집중되는 특징이 강하다”며 “유동인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창업에 나섰다가는 기대했던 매출은 커녕 적자를 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 소비자들은 SNS와 온라인 후기를 통해 방문할 곳을 미리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입지가 좋다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차별화된 콘텐츠와 온라인 마케팅 역량까지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Q&A
Q1. ‘팝업스토어의 성지’라 불리는 성수2가3동의 점포 폐업률 현황은?
A. 성수2가3동의 올해 1분기 점포 폐업률은 2.4%로 지난해 3분기(2.0%)보다 0.4%p 상승했다. 점포들의 생존율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성수2가3동에 위치한 점포들의 3년 생존율은 2024년 1분기 69.5%에서 올해 1분기 62.5%로 2년 만에 7%p나 떨어졌다. 1년 생존율 역시 같은 기간 86.4%에서 85.2%로 소폭 하락하며 점포 운영의 어려움을 방증했다.
Q2. 최근 성수동 상권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는?
A. 과거에는 유명 맛집 주변에 낙수효과가 발생했으나 최근 소비자들은 SNS와 온라인 후기를 통해 방문할 곳을 미리 정하는 ‘똑똑한 소비’를 하면서 이 효과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마케팅 역량을 갖춘 일부 인기 매장이나 대형 프랜차이즈로 소비가 집중되면서 바로 옆 가게조차 손님을 끌어오기 어려운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Q3.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성수동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A. 성수동의 외국인 방문객은 2018년 6만명에서 2024년 300만명으로 50배 증가했다. 통상 외국인 관광객들은 지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검증된 대형 브랜드나 SNS에서 유명한 맛집만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결과적으로 유명 매장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SNS 마케팅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상공인들이 더욱 소외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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