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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시설 먼저”…‘혈세 10조’ 지방소멸대응기금 실효성 논란 여전
“사람보다 시설 먼저”…‘혈세 10조’ 지방소멸대응기금 실효성 논란 여전

매년 1조원씩, 10년간 총 10조원이 투입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도입 5년 차를 맞았지만 실효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방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정작 인구 유입과 정착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가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 및 배분체계를 전면 개편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관광시설이나 숙박시설 등 하드웨어 중심 사업이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추진되면서 정책 방향에 대한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나온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지역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중심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은 늘었지만 사람은 없었다…지방소멸대응기금의 한계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부터 인구감소지역의 정주여건 개선과 청년 정착,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방자치단체가 투자계획을 수립하면 정부가 이를 평가해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서 문화시설과 체육시설, 관광시설, 생활SOC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 건립 중심 사업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기금 도입 이후 인구감소지역의 인구증가율이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책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업별 성과지표 역시 시설 이용객 수나 참여 인원 등 단순 실적 위주로 구성돼 실제 인구 유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부터 인구감소지역의 정주여건 개선과 청년 정착,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사진은 지난 3일 경북 의성군 의성바이오밸리 일반산업단지를 방문해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방소멸대응기금 미집행액은 약 9508억원에 달했다.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상당수 재원이 실제 현장에 투입되지 못했고 일부 자금은 정기예금으로 운용되는 등 재정 활용 효율성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내년부터 평가체계를 대폭 손질한다고 밝힌 상태다. 앞으로는 일자리와 주거, 돌봄 등 정주여건 개선 사업의 비중을 확대하고 이미 조성된 시설의 운영 실적과 실제 인구 유입 효과를 평가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단순히 ‘짓는 것’보다 ‘운영되는 것’, ‘사람이 모이는 것’을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민 의견을 반영한 사업과 사회연대경제조직이 참여하는 사업에는 가점을 부여하고, 시설 건립보다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지역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사업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는 그동안 제기됐던 하드웨어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지역 활력 회복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문가들은 평가 기준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마다 인구 감소 원인이 서로 다른 만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과 사업 종료 이후까지 고려한 운영계획, 성과관리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숙박시설’이 지방소멸 해법 될까…영광군 사업이 시험대

 

▲ 영광군의 상사화스테이 사업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방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전남 영광군 법성면 한 굴비 직판장. [사진=연합뉴스]

 

영광군의 상사화스테이 사업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방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 주목받고 있다. 영광군은 지방소멸대응기금 30억원을 투입해 불갑면 금계리 일원에 ‘불갑면 상사화스테이 복합공간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에는 에코힐링센터와 참살이체험장 리모델링, 마을공동구판장 조성, 모듈하우스 8개 동 신축, 다목적 잔디광장 조성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6개 동은 숙박시설, 나머지 2개 동은 세탁실과 창고 등 관리시설로 활용될 예정이다.

 

영광군은 이 사업이 단순한 숙박시설 조성이 아니라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기반 구축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매년 열리는 불갑산 상사화축제 기간 반복되는 숙박난을 해소하고, 워케이션과 장기 체류 관광을 활성화해 관광객이 지역을 경험한 뒤 장기적으로 정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정부 역시 지방소멸 대응에서 ‘생활인구’ 확대를 중요한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광군의 논리에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상 인구뿐 아니라 일정 기간 지역을 방문해 소비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 전문가들은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의 성패는 건축이 아니라 운영에 달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공주 구시가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면 지역사회에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본래 목적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축제 기간 숙박시설 확충은 필요하지만 청년 유출과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재원으로 관광객 숙소를 짓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지역 숙박업계에서는 공공 숙박시설이 민간 숙박업소와 경쟁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의 성패는 건축이 아니라 운영에 달려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단순히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데 그칠 경우 지방소멸 대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워케이션과 ‘영광에서 한 달 살기’, 귀촌 체험, 청년 창업 프로그램 등을 연계해 생활인구를 정주인구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지역 활력 회복의 새로운 모델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와 주거, 교육, 돌봄 정책이 함께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해도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우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소멸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정책의 성과 역시 객관적으로 검증받아야 한다”며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이제 ‘얼마나 많은 시설을 지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역에 머물고 정착했는가’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사 속 Q&A
Q1.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도입 목적은?
A.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의 정주여건 개선, 청년 정착,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해 지방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2022년에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문화, 체육, 관광시설 등 하드웨어 중심의 시설 건립 사업에 치우쳐 정작 인구 유입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Q2.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A. 지난해 말 기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미집행액은 약 9508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의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상당수의 막대한 재원이 실제 지역 소멸 대응 현장에 적기에 투입되지 못했고 일부 자금은 정기예금으로 운용되는 등 재정 활용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Q3. 정부가 내년부터 전면 개편하기로 한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체계의 핵심 방향은?
A. 단순히 시설을 짓는 실적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일자리, 주거, 돌봄 등 실질적인 정주여건 개선 사업의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조성된 시설의 운영 실적과 실제 인구 유입 효과를 평가에 적극 반영하며 주민 의견 반영 사업이나 사회연대경제조직이 참여하는 사업에 가점을 부여해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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