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역 일대에서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사업 등 대형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근 빌라 임대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공사에 투입된 근로자들이 현장과 가까운 삼성1동에 숙소를 구하면서 원룸은 물론 투룸과 쓰리룸까지 매물이 나오기 무섭게 계약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동대로·GBC·잠실 MICE 동시다발 공사…삼성역 일대 수천명 인력 유입
최근 삼성역 일대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복합개발 사업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건설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C 노선과 지하철 2·9호선, 위례신사선 등 5개 철도 노선과 광역·시내버스를 연결하는 지하 5층 규모의 대형 환승시설이 조성되고 있다.
삼성역은 해당 노선들이 집중되는 핵심 교통 거점으로 향후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중심축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현재 차량이 통행하는 영동대로 역시 공사가 마무리되면 지하차도 중심으로 재편되며 지상 공간은 광장과 녹지를 중심으로 한 보행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영동대로와 맞닿은 부지에서는 최고 49층 규모의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 건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인근 잠실운동장 일대에서는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잠실 스포츠·MICE 복합개발사업도 추진 중이다. 삼성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각 공사 현장에는 수천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추가 인력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공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상당수 공사 근로자는 현장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삼성1동은 삼성역까지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데다 원룸과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비교적 임차가 쉬운 주거시설이 밀집해 있어 공사 인력의 주요 거주지로 꼽힌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삼성역 일대 대형 개발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공사 인력 유입이 늘면서 삼성1동 빌라 임대시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원룸뿐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투룸과 쓰리룸도 매물이 나오자마자 계약될 정도다. 고시원과 고시텔을 찾는 수요까지 늘면서 공사 현장 인근의 임대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김우재 대경공인중개사사무소 부장은 “삼성역 일대 공사 현장에 약 1만명의 인력이 투입돼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부분 현장 근로자가 도보로 출퇴근할 수 있는 주거지를 찾다 보니 삼성1동에서는 원룸과 투룸, 쓰리룸을 가리지 않고 빌라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거래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빌라만 빠르게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고시원과 고시텔도 공사 근로자 숙소로 계약되고 있다”며 “한두 명이 거주하는 원룸 수요뿐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비교적 넓은 주택을 찾는 수요도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31년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GBC 이전도 예정돼 있어 그 과정에 투입되는 공사 인력의 숙소 역시 이 일대에서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역 일대 개발사업이 모두 마무리되기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1동 빌라 임대 수요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공사 인력을 중심으로 한 주거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삼성1동 빌라와 주택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여러 명이 공동으로 숙소를 구하는 사례가 많아 1인 거주에 적합한 원룸뿐 아니라 투룸과 쓰리룸 등 다양한 유형의 빌라·주택이 거래되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개발사업은 완공 이후 교통과 업무·상업시설 개선에 따른 지역 가치 상승 효과가 주목받는다. 그러나 삼성역 일대에서는 공사 기간에 유입되는 대규모 근로자 수요가 인근 저층 주거지 임대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간 공사에 참여하는 인력에게는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를 줄일 수 있는 현장 인근 숙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1동은 대형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이 밀집한 삼성역 중심부와 인접하면서도 다세대·다가구주택과 저층 빌라가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고가 아파트나 오피스텔보다 임대료 부담이 낮고 여러 사람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주택도 있어 공사 근로자 숙소 수요를 흡수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디스코에 따르면 이달 삼성동 일대 빌라·주택 전월세 거래는 총 18건으로 인접한 청담동의 9건보다 두 배 많았다. 삼성동과 청담동 모두 강남권 주요 생활권에 속하지만 삼성역 대형 공사 현장과 가까운 삼성동으로 공사 인력의 주거 수요가 집중되면서 빌라·주택 거래 역시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임대인 사이에서도 장기 공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노후 빌라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신축 오피스텔과의 경쟁에서 밀려 임차인을 구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현장 접근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를 앞세워 공사 근로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서다.
다만 공사 인력 중심의 수요가 확대될수록 기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한된 임대 물량에 수요가 집중될 경우 월세와 보증금이 오를 수 있고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현재의 수요가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개발사업 기간과 공정별 인력 규모에 따라 임대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단기적인 거래 증가만으로 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정석 단국대 도시개발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은 완공 이후 지역 가치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공사 기간에도 상당한 규모의 인력이 장기간 유입되면서 주변 임대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삼성1동처럼 공사 현장과 가깝고 원룸이나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은 공사 인력의 주거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신규 빌라 공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임대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 일반 빌라의 임대료와 매매가격 모두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현재의 수요는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기간에 형성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공사가 끝난 이후에는 수요 구조가 다시 달라질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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