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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취업도 미룬 증시 폭락…증권가 “공포 뒤 상승장 온다”
결혼도 취업도 미룬 증시 폭락…증권가 “공포 뒤 상승장 온다”

최근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국내 증시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변동성 국면으로 평가하면서도 한국 증시가 주요국과 비교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 코스피 1만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와 반도체 업황, 글로벌 증시 등 대내외 변수에 따라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급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결혼과 취업 등 생애 계획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단기 반등을 추격하기보다 실적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종목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3거래일 17% 급락 뒤 15% 반등…결혼·해외 취업까지 흔든 ‘널뛰기 장세’

 

31일 오후 1시 53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75% 오른 6474.37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는 앞서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누적 기준 17% 가까이 떨어졌지만 이날 4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상승에는 최근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 유입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강세가 나타난 점도 국내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급락 과정에서 공매도와 숏 포지션이 늘어난 만큼 이를 청산하기 위한 숏커버링 수요도 상승 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는 이달 내내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이어왔다. 이날을 제외한 이달 21거래일 가운데 코스피가 종가 기준 3% 이상 변동한 날은 13거래일에 달했다. 5% 이상 급등락한 날은 9차례였고 8% 이상 움직인 날도 2차례 발생했다. 특히 지난 28일에는 지수가 하루 만에 10% 넘게 급락했다.

 

▲ 최근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수시로 발동되는 등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표시된 코스피 지수. [사진=연합뉴스]

  

최근 역대급 증시 폭락으로 일부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었다. 투자 손실이 단순한 자산 감소에 그치지 않고 결혼과 주거, 취업 등 개인의 생애 계획까지 흔드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결혼을 앞둔 여의도 증권가 직장인 이상직 씨(32·남)는 결혼 자금으로 마련해 둔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이번 급락장에서 큰 손실을 보면서 예식 일정을 연기했다. 신혼집 마련 자금의 상당 부분이 주식에 묶인 데다 평가손실까지 커지면서 계약 자체가 불투명해졌고, 결혼식 준비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2억5000만원 가운데 2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는데 이번 폭락으로 1억원 넘게 손실을 봤다”며 “신혼집 계약금을 치를 여력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간이라 결국 결혼식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외 취업 계획을 포기한 사례도 나왔다. 홍콩 소재 증권사로 이직을 준비하던 김한규 씨(30·남)는 현지 주택 임차보증금과 초기 정착비로 사용할 자금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이번 급락장에서 투자금 대부분을 잃었다. 결국 현지 정착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직 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홍콩은 집을 구하려면 보통 6개월치 보증금과 초기 정착비를 합쳐 최소 7000만∼8000만원이 필요한데 그 돈을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가 이번에 투자금을 거의 다 잃었다”며 “회사 입사일은 다가오는데 정착 자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어 결국 해외 이직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단기 변동성은 지속,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코스피 1만 전망도

  

증시 변동성이 개인의 자산뿐 아니라 결혼과 취업 등 생애 계획까지 뒤흔들면서 시장의 관심은 ‘폭락이 끝났는가’에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의 성격과 향후 방향성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단기 변동성과 장기 전망을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영원 흥국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증시가 주요국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며 “7월 들어 낙폭이 워낙 컸던 만큼 지금 시점에서 향후 시장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해 과도하게 하락한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분간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7월과 같은 극단적인 급등락은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실적과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지수 등락폭을 국내 증시 역사상 보기 드문 변동성으로 평가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동향분석실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급락을 국내 증시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진단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매매 회전율이 빠르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큰 폭으로 상승했던 만큼 이번 조정도 그만큼 크게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시장에서는 변동성이 확대된 이후 일정 기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지는 현상을 ‘변동성 군집(Volatility Clustering)’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변동성 군집은 주가가 한 차례 크게 움직인 이후 비슷한 수준의 급등락이 일정 기간 반복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시장의 불안이 커진 이후 투자자들이 같은 정보에도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매수·매도 주문이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변동성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급반등만으로 조정 국면이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증시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한국 증시는 주요국과 비교해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다”며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수밖에 없고 코스피 1만 시대도 충분히 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주식이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인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한제윤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 연구원은 “증권가에는 ‘주식시장은 시체를 밟고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극단적인 공포 국면에서는 이미 팔 사람은 대부분 매도를 마친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추가 하락보다는 반등 가능성이 더 높은 구간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급락 과정에서 공매도와 숏 포지션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이날 급등은 숏커버링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며 “전날을 저점으로 인식하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이번 주 과도했던 매도세도 점차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 연구원은 코스피보다 낙폭이 컸던 코스닥 시장의 반등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됐던 시기가 결과적으로 저점이었던 것처럼 현재의 극단적인 공포 역시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결과적으로 당시가 저점이었다”며 “현재 코스닥 역시 코로나19 당시 수준까지 하락한 만큼 추가 매도 물량이 크게 나올 가능성은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닥 내에서 어떤 종목이 먼저 반등할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실적과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이라면 지금은 6개월 이상을 보고 매수하기에 적합한 시점이다”며 “현재 코스닥 시장에는 밸류에이션 3배가 넘는 종목들이 적지 않다”고 조언했다. 

기사 속 Q&A
Q1. 최근 국내 증시가 역대급 변동성을 보인 이유는?
A.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구조적 특성이 변동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매매 회전율이 빠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절대적인 구조여서 특정 업종의 변동이 시장 전체로 확산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상반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된 점도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Q2. 증시 급락이 개인 투자자들의 삶에 미친 영향은?
A. 최근 단순한 투자 손실을 넘어 결혼과 취업 등 인생 계획까지 차질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결혼을 앞둔 한 직장인은 신혼집 마련 자금으로 투자했던 2억원이 반 토막 나면서 자금 압박으로 예식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또 홍콩 증권사 취업을 준비하던 투자자는 현지 주택 보증금과 정착 자금을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가 투자금 대부분을 잃으면서 해외 이직 자체를 포기했다.
Q3. 시장 전문가들의 향후 국내 증시 전망은?
A.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가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는 주요국 대비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이며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코스피 1만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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