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가 장기간 이어진 공실과 상권 침체에 더해 주말 주차난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지난해 대형 교회가 입점한 이후 주말마다 수천명의 교인이 몰리면서 유동인구는 늘었지만 상가 소비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주차장 혼잡과 주변 도로 정체는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쇼핑객과 인근 주민들의 이용 불편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상권의 경쟁력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복합쇼핑몰의 경쟁력은 단순히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객이 편리하게 머물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교회 입점 후 주말마다 수천명 방문…유동인구 늘었지만 주차난 심화
지난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내 CGV가 사용하던 공간에 대형 교회가 들어서면서 주말 가든파이브의 풍경도 달라졌다. 한때 가든파이브의 대표적인 집객시설로 꼽혔던 CGV는 코로나19 이후 영화 관람객 감소와 수익성 악화 등을 겪다가 지난해 3월 영업을 종료했다. 이후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던 ‘새로운교회’가 해당 공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교회 입점 이후 주말마다 가든파이브를 찾는 방문객은 크게 늘었지만 상권 분위기는 기대와 다른 모습이다. 교인들이 예배 시간대에 차량을 이용해 한꺼번에 몰리면서 쇼핑몰 주차장이 빠르게 차고 주변 도로의 정체도 심해졌다. 반면 증가한 유동인구가 실제 소비로 이어졌다는 체감은 크지 않다는 것이 상인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가든파이브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든파이브의 주차 가능 대수는 총 3752대이며 차량 진출입로는 두 곳뿐이다. 새로운교회에는 약 5000명의 신도가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배 시간대 교인들의 차량이 집중되면서 주말에는 쇼핑몰 주차장이 빠르게 만차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인근 상인과 이용객들의 설명이다.
주말마다 자녀와 함께 가든파이브를 찾는 한혜지 씨(38·여)는 “예전에는 주말에도 비교적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여러 층을 돌아야 할 때가 많다”며 “아이와 식사를 하거나 서점에 들르기 위해 방문했지만 주차가 너무 불편해지면서 다른 곳으로 갈까 고민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든파이브는 2010년 개장 이후 공실과 미분양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대표적인 대형 상업시설로 꼽힌다. 대규모 상업시설임에도 쇼핑객 유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일부 상가는 장기간 빈 점포로 남았고 미분양 상가에 대한 재분양도 반복됐다. 상권이 활력을 잃으면서 권리금이 형성되지 않거나 낮은 수준에 거래되는 점포도 적지 않았다.
올해 초에도 가든파이브 내 상가 100여곳이 최초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경매시장에 나오는 등 침체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 상당수가 쇼핑보다 식당이나 문화시설, 계절별 행사 등을 이용하는 데 그치면서 체류 인구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든파이브는 라이프동과 웍스동, 툴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라이프동은 NC백화점과 현대시티아울렛, 식음시설 등이 입점해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반면 청계천 공구상가 이전을 목표로 조성된 툴동은 기존 공구상권의 집적 효과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라이프동 공실률은 6.8%, 웍스동은 0.2%였지만 툴동은 14.3%에 달했다. 건물별 유동인구와 업종 구성에 따라 공실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모습이다.
현재 툴동에 나온 상가 매물 가운데 전용면적 약 7평 규모 점포는 권리금 없이 보증금 400만원, 월세 40만원에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 관리비는 월 12만원 수준이다. 장기간 이어진 공실 여파로 권리금이 형성되지 않은 점포도 적지 않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웍스동에서도 권리금 없이 임차인을 구하는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전용면적 약 18평 규모 점포는 권리금 없이 보증금 3000만원, 월세 80만원에 나와 있다. 전기·수도요금을 포함한 관리비는 월 50만원 수준이다.
“사람은 늘었지만 매출 체감 없어”…기존 쇼핑객 이탈 우려 커진 상인들
상인들은 교회 입점 이후 주말 방문객은 늘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매출 증가 효과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주차난과 교통 혼잡이 심해지면서 기존 쇼핑객들이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침체된 상권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합쇼핑몰의 유동인구가 증가하더라도 방문객의 목적과 체류 방식에 따라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쇼핑과 외식, 문화생활을 목적으로 방문한 이용객은 다양한 점포를 이용하며 지출할 가능성이 크지만 특정 시설 이용만을 목적으로 방문한 이용객은 다른 상업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곧바로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든파이브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아 평일보다 매출이 더 잘 나오는 날도 적지 않다”며 “주말은 평일보다 매출 비중이 큰 시간대인데 교회가 들어온 뒤 사람이 많아진 것은 맞아도 손님들이 카페나 상가를 이용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가든파이브를 이용하기 위해 찾는 손님과 예배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교인은 방문 목적 자체가 다르다”며 “기존 고객들이 주차난 때문에 발길을 돌리기 시작하면 상인들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가든파이브처럼 장기간 상권 침체를 겪은 복합상업시설은 주말 가족 단위 방문객의 이탈이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평일보다 소비 여력이 높은 주말 이용객들이 주차와 교통 불편을 이유로 다른 쇼핑몰이나 상권으로 이동하면 기존 점포의 매출 회복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차장 혼잡은 쇼핑몰 내부의 체류 경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차공간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출차 과정에서 정체가 반복되면 이용객들이 방문 자체를 번거롭게 느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쇼핑몰 선택지가 많은 서울 동남권 상권에서 접근성과 주차 편의성이 떨어질 경우 다른 대형 쇼핑시설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회 입점이 가든파이브에 새로운 고정 방문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예배를 위해 몰린 이용객이 쇼핑과 외식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하거나 특정 시간대 주차 수요를 분산하지 못할 경우 방문객 증가가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복합쇼핑몰의 경쟁력은 단순한 집객력이 아니라 이용 편의성과 방문객의 소비를 유도하는 동선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시설이 많은 이용객을 끌어들이더라도 기존 방문객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거나 쇼핑몰 내 소비와 연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상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복합쇼핑몰은 쇼핑객과 문화시설 이용객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주차와 동선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정 시간대에 이용객이 한꺼번에 몰려 기존 방문객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쇼핑객들이 불편을 느끼고 다른 상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인구가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방문객 증가가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고객까지 이탈한다면 상권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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