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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패 따지다 투자손실 보상까지…레버리지 ETF 논쟁 ‘산으로’
정책 실패 따지다 투자손실 보상까지…레버리지 ETF 논쟁 ‘산으로’

최근 정치권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손실을 둘러싼 공방이 확산하고 있다. 야당은 상품 도입 과정과 정책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며 국정조사와 검찰 고발까지 거론하고 있고, 여당은 제도적 보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정조사 요구에는 선을 긋고 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을 국가가 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은 정책 실패 여부를 넘어 금융투자의 자기책임 원칙과 조세 형평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투자 실패가 정치적 공방의 수단으로 소비될수록 자본시장의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조사·특검·검찰 고발까지…레버리지 ETF 둘러싼 정치권 책임 공방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과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며 국정조사와 검찰 고발 등을 거론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레버리지 ETF 사태는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합작해 벌인 명백한 관치 참사”라고 규정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의 경질을 촉구했다. 이어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난 28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 과정을 비판했다. 다만 앞서 제기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자 손실 국가배상’ 검토설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정부의 정책 오류는 마땅히 지적하고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투자 환경을 점검하고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 국가배상을 추진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야당의 공세는 이어졌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일 논평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은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외국인 투자자만 이익을 보게 한 최악의 정책 실패다”며 “국정조사를 통해 위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강행한 경위와 책임 회피 여부를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 레버리지 ETF 관련 정치인 발언 타임라인.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어 지난 3일에는 장동혁 당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가 증시 대란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공식 제안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김용범 정책실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반면 여당은 사안의 심각성과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국정조사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지난 3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레버리지 ETF 사태가 국정조사 대상은 아니다”며 “시장 우려가 큰 중대한 사안인 만큼 정부는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와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도 다각도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공방이 거세지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 대한 정책적 검증과 개인투자자의 손실 책임이 혼재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품 도입 과정에서 위험성 검토와 투자자 보호 대책이 충분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투자자가 자발적으로 상품을 선택해 발생한 손실까지 정책 책임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어떤 검토와 의사결정을 거쳐 정책이 추진됐는지는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국회 차원의 점검이나 사실관계 확인은 충분히 필요하다”며 “다만 이를 지나치게 정쟁화해 정치적 책임 공방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위험을 감수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영역이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부분은 따져야 하지만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국가가 떠안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고 설명했다.

 

투자 손실 세금으로 메우나…자기책임·조세 형평성 논란 확산

 

정치권의 책임 공방과 별개로 금융권에서는 정상적인 투자 판단에 따른 손실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실제 추진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권에서 ‘투자 손실의 국가 보전’ 가능성이 거론된 것 자체가 금융투자의 자기책임 원칙과 조세 형평성 논쟁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투자자는 상품 가격이 오르면 수익을 개인적으로 취득하는 반면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도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나 시세조종, 횡령·사기 등 위법행위가 확인된 경우에는 배상이나 보상이 이뤄질 수 있지만 정상적인 시장 변동에 따른 투자 손실은 투자자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 미국과 영국, 홍콩 등 주요 자본시장에서는 증권사 파산이나 횡령·사기 등 위법행위로 투자자 자산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한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가 하락이나 투자 판단에 따른 손실까지 국가가 보전하지는 않는다. 사진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본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주요 해외 자본시장에서도 정상적인 투자 판단에 따른 손실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과 영국, 홍콩 등은 증권사 파산이나 횡령·사기 등으로 투자자 자산이 반환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보호장치를 운영하고 있지만, 주가 하락이나 투자 판단 실패에 따른 손실까지 보전하지는 않는다. 투자 손실을 국가가 보전한다는 기대가 형성되면 투자자가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고위험 상품에 뛰어드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의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거래소 파산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도 각국 정부가 투자자의 손실을 국가 재정으로 보전한 사례는 없었다. 거래소의 위법행위나 자산 유용이 확인되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가격 변동 자체로 발생한 손실은 투자자의 몫으로 남는다.

 

미국의 예측시장인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도 참가자들은 선거와 경제지표, 스포츠 등 다양한 사건의 결과를 예측해 자금을 투입하지만 예상이 빗나가 손실을 보더라도 정부가 이를 보상하지 않는다.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참여한 결과는 참여자가 스스로 부담한다는 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거나 제도적 안전장치가 미흡했다면 금융당국이 이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과 개별 투자자의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 이익은 개인이 가져가면서 손실만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조세 형평성과 시장 규율이 훼손된다”며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와 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투자 실패 자체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방식은 국내는 물론 해외 주요 자본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접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 당국은 상품 도입 과정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절하게 마련됐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책적 책임을 묻는 과정이 투자 손실의 국가 보전 논의로 확대되면 성실하게 위험을 피한 국민과 납세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또 다른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속 Q&A
Q1.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은?
A. 야당은 레버리지 ETF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판단과 위험 관리가 적절했는지 규명해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제도 개선은 필요하지만 국정조사를 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Q2. 해외에서 개인이 투자로 손실을 봤을 때 국가가 세금으로 보상해준 사례가 있나?
A. 전 세계적으로 개인의 정상적인 투자 손실을 국가가 세금으로 보전한 사례는 전무하다. 미국과 영국, 홍콩 등 주요 자본시장에서는 증권사 파산이나 사기·횡령 등 위법행위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투자 판단에 따른 손실까지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한 사례는 없다.
Q3. 투자 손실을 국가가 보전할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A. 전문가들은 투자 이익은 개인이 가져가면서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게 되면 ‘투자 실패를 결국 정부가 책임져 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커지고 조세 형평성과 시장의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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