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주인공보다 더 눈에 띄는 조연이 있죠. 분량은 많지 않아도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를 살려주고 없으면 왠지 허전한 사람. 우리는 이런 인물을 흔히 ‘감초 같은 역할’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감초’라는 단어는 과연 무엇일까요?
흔히 말하는 ‘감초’는 속담 ‘약방에 감초’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워낙 많은 한약 처방에 감초가 들어가다 보니 감초는 한약방에서 빠질 수 없는 약재였는데요. 그래서 어떤 자리에나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람이나 꼭 필요한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
그런데 대체 감초가 뭐길래 그렇게 많은 처방에 들어갔을까요? 감초는 한자로 ‘달 감(甘)’에 ‘풀 초(草)’, 말 그대로 ‘단 풀’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약으로 사용하는 뿌리와 뿌리줄기에서는 강한 단맛이 나는데요.
전통 한의학에서 감초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서로 다른 약재를 조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감초가 다른 약재의 쓴맛을 누그러뜨리고 함께 쓰인 약재의 작용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한약에 빼먹지 않고 넣어야 하는 약재가 바로 감초였던 셈이죠.
중국에서는 감초에 아예 ‘국로(國老)’라는 별명까지 붙였는데요. 국로는 나라의 원로라는 뜻입니다. 명나라의 ‘본초강목’에서도 감초가 여러 약을 조화시키는 공이 있어 국로라고 불렸다고 설명하는데요. 여러 약재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노련한 원로 같은 존재로 본 겁니다.
이렇게 수많은 처방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면서 여러 약재를 조화롭게 만들어주다 보니 감초는 단순히 흔한 약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어디에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면서 제 역할을 하는 존재. 바로 여기서 ‘약방에 감초’라는 표현이 사람에게까지 옮겨온 겁니다.
오늘날에는 그 의미가 조금 더 확장됐는데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처럼 이야기의 중심에 서지는 않지만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를 살리고 다른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조연을 ‘감초 같은 배우’라고 부르게 된 겁니다.
늘 중심에 있는 사람만 이야기를 만드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한두 장면에 등장해 분위기를 바꾸고 다른 인물을 더 빛나게 만드는 사람이 작품을 오래 기억하게 하죠. 감초라는 이름이 그런 조연에게 붙은 것은 어쩌면 꽤 잘 어울리는 비유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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