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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 폭염에 엇갈린 상권…카페는 북적, 전통시장은 텅
35도 폭염에 엇갈린 상권…카페는 북적, 전통시장은 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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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5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시설 유무가 상권의 희비를 가르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낮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전통시장은 방문객의 발길이 끊긴 반면 에어컨이 가동되는 식당과 카페 등 실내 매장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에어컨 파워냉방’, ‘시원한 매장’ 등의 문구를 내걸며 폭염을 손님 유치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과거 매장 앞 현수막의 주인공이 신메뉴와 할인 행사였다면 올여름에는 ‘에어컨 파워냉방’, ‘냉방 중’ 등 실내 냉방 환경을 강조하는 문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상품과 가격뿐 아니라 ‘얼마나 시원한 공간인가’가 매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부상한 것이다.

 

5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식당과 카페, 주점 등에서는 냉방 환경을 강조한 안내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이 ‘파워냉방’이라는 문구를 발견한 뒤 걸음을 멈추고 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도 포착됐다. 매장 내부에는 이미 많은 고객이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음료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며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상인들의 손님 유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에어컨 파워냉방’, ‘시원한 매장’ 등의 문구를 내걸고 있는 가게들의 모습. ⓒ르데스크

  

직장인 최재령 씨(58·남)는 “요즘은 길에 잠시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날 정도로 더워서 ‘파워냉방’ 같은 문구가 적힌 매장을 보면 원래 들어갈 생각이 없었더라도 발길이 간다”며 “당초 가려던 곳이 따로 있어도 가까운 매장에 들어가 더위를 식힌 뒤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나오기는 미안해 음료나 간단한 먹거리를 함께 구매하게 된다”며 “너무 더워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부가 시원하지 않으면 전기료를 아낀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근 전통시장은 33도를 웃도는 한낮 무더위에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상인들은 부채를 부치거나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혔고, 손님이 뜸한 틈을 타 점포 안쪽의 작은 휴게공간에서 에어컨을 켜고 쉬기도 했다.

 

취재 당시 약 10분간 시장 중앙에서 시민들의 이동을 관찰한 결과 장을 보기 위해 점포를 둘러보는 사람은 1명에 그쳤다. 시장을 오가는 사람 대부분은 인근 공사 현장 관계자나 길을 지나는 주민들이었다.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찾거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는 시민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상인들은 손님 감소뿐 아니라 상품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청과 전문점들은 길가에 진열했던 과일과 채소를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매장 안쪽이나 차양막 아래로 옮겨놓았다. 일부 점포는 차양막을 더 길게 설치하거나 천막을 추가로 펼쳐 그늘을 만들었다. 육류와 생선 등 쉽게 변질되는 식품도 냉장시설에 보관한 뒤 손님이 찾을 때만 꺼내 판매하고 있었다.

 

▲ 33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은 한낮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의 모습. ⓒ르데스크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고기는 냉장시설에 보관하고 있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생고기를 창가 쪽 진열대에 둘 수가 없다”며 “손님들은 고기의 색이나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냉장고 안에 보관하면 상품이 눈에 잘 띄지 않아 판매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년에는 여름에도 일부 상품을 매대에 진열했지만 올해는 더위가 워낙 심해 손님이 고기를 고를 때마다 냉장고에서 꺼내 보여주고 있다”며 “무더위로 시장을 찾는 손님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상품도 제대로 진열하지 못하니 장사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 역시 폭염 속 장보기 장소를 선택할 때 냉방 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높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된 식재료의 신선도에 대한 우려도 전통시장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부 이슬희 씨(45·여)는 “날이 너무 더워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높은 기온 때문에 식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졌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을 봐야 한다면 에어컨이 나오는 대형마트를 찾게 된다”며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조금이라도 시원한 곳에서 쇼핑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단순한 계절적 변수를 넘어 소비자들의 점포 선택 기준과 상권 경쟁력까지 바꾸고 있다며 냉방시설 유무가 여름철 상권의 희비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메뉴뿐 아니라 얼마나 쾌적한 환경에서 소비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며 “냉방시설을 갖춘 매장은 더위를 피하려는 소비자들의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추가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냉방이 어려운 개방형 상권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 변화로 폭염이 일상화될 경우 냉방시설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여름철 상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통시장과 같은 개방형 상권은 차양시설 확충이나 냉방 공간 마련 등 소비자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최근 폭염으로 인해 바뀐 자영업 매장의 손님 유치 방식은?
A. 과거에는 신메뉴 출시나 가격 할인 위주의 홍보가 중심이었으나, 폭염 심화 이후에는 ‘에어컨 파워냉방’, ‘시원한 매장’, ‘냉방 중’ 등 실내 냉방 환경을 강조하는 문구를 매장 전면에 내거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Q2. 전통시장 청과 전문 상인들은 폭염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직사광선으로 인한 상품 손상을 막기 위해 길가에 진열했던 과일과 채소를 매장 안쪽이나 차양막 아래로 이동시키고, 차양막을 더 길게 설치하거나 천막을 추가로 펼쳐 그늘을 확보하고 있다.
Q3. 폭염으로 인해 발생한 상권 간 양극화 현상의 특징은?
A. 냉방이 가능한 실내 상권(식당·카페·주점 등)은 피서 목적의 고객 유입으로 추가 매출을 얻는 반면, 냉방이 어려운 개방형 상권(전통시장 등)은 방문객 급감과 신선도 관리를 위한 물리적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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