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서울 곳곳의 공인중개업소에는 제도 변화가 주택 보유와 매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묻는 상담이 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매물이 증가하지 않고 기존의 거래 위축과 매물 잠김 현상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서울 전역의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 대체 주거지 부족이 맞물린 상황에서 세제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집주인들의 관망세가 한층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담은 늘었지만 매물은 실종…세제개편 발표에도 잠긴 반포 주택시장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는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집을 지금 처분하는 것이 유리한지, 향후 제도 변화까지 지켜보며 보유를 이어가는 것이 나은지를 묻는 집주인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상담이 실제 매도로 연결되는 사례는 드물다. 기존에 내놓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당분간 매도하지 않겠다는 집주인이 늘면서 세제개편안 발표 이전부터 나타났던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은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와 비거주·다주택자를 구분해 과세 체계를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세대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는 공시가격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높이고, 시가 약 20억~30억원의 실거주 1주택자는 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시가 30억~40억원 구간은 세액 변동을 최소화하되 40억~50억원을 넘어서는 초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 다주택에 대해서는 과세를 강화한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보유 기간보다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다만 종부세 관련 개편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양도세 개편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8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는 개편안이 발표된 단계인 만큼 반포 지역의 실거주 집주인들에게 강화된 세 부담이 즉시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상담이 늘어난 것도 당장 세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기보다 향후 보유세와 양도세 체계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미리 확인하려는 수요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특히 반포4동에는 실거주 1주택자뿐 아니라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 다주택 보유자 등 다양한 유형의 소유자가 섞여 있어 개편안이 미치는 영향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박종록 동양부동산 대표는 “세제개편 이후 매도 여부를 문의하는 상담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실제로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은 거의 없다”며 “아직 구체적인 세 부담이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팔기보다는 제도가 어떻게 시행되는지 지켜보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반포동의 40억원대 고급 빌라를 높은 가격에 처분하더라도 현행 양도소득세와 중개보수, 취득세 등 각종 거래비용을 제외하면 같은 생활권에서 비슷한 수준의 주택을 다시 매입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이 함께 오르면서 주택을 매도한 뒤 이동할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든 점이 매물 잠김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반포동 집을 처분한 뒤 세금과 각종 비용을 부담하고 나면 같은 생활권에서 다시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집값이 서울 전역에서 함께 오른 상황이어서 기존 집을 팔고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하려던 집주인들도 매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원효성빌라처럼 재건축이 예정된 일부 단지는 향후 사업이 진행되면 자산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이런 단지의 집주인들은 세제 변화와 관계없이 재건축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장기간 보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현지 중개업계에서는 높은 주택가격과 제한적인 매수 수요, 대출 규제로 거래가 이미 위축된 상황에서 세제개편안 발표가 집주인들의 관망 심리를 자극하는 추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백미숙 만나공인중개소 이사는 “최근 집주인들에게 기존 매물을 계속 내놓을 의향이 있는지 연락해 보면 대부분 당분간 팔 생각이 없다고 답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고 해서 세금 부담이 당장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조금 더 기다려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7월 이후 기존 매물을 회수하는 집주인도 일부 나타났다”며 “다만 세금 하나 때문에 매물을 거둬들였다기보다는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이 함께 오른 상황에서 지금 집을 팔아도 비슷한 생활권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1주택자, 보호 대상이라지만…세금보다 집값·대출 규제에 매도 발목
반포동 집주인들이 매도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주택을 처분한 뒤 이동할 만한 대체 주거지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목된다. 반포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으면서 기존 생활권과 크게 멀지 않은 방배·흑석·성동·마포 등도 최근 재건축과 재개발 기대감에 가격이 오르면서 갈아타기 비용이 커진 상태다. 높은 가격에 집을 팔더라도 현행 양도세와 각종 거래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비슷한 주거 환경을 갖춘 주택을 다시 매입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특히 오랫동안 반포 일대에서 거주한 실거주 1주택자들은 직장과 자녀 교육, 의료시설, 교통망 등 기존 생활 기반을 포기하면서까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거주 1주택자는 이번 개편안에서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이들의 매도 보류를 세 부담 증가의 결과로 해석하기보다는 생활권 유지와 재매입 비용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전세나 월세로 거처를 옮기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 서울 주요 지역의 임대차 가격이 함께 오른 데다 주택을 매도한 뒤 집값이 추가로 상승하면 향후 재매입 과정에서 더 큰 비용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매도 후 임차시장으로 이동하기보다 기존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백 이사는 “반포동은 시세 자체가 워낙 높아 집을 내놓더라도 이를 곧바로 매수할 수 있는 현금 여력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다”며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매도자는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렵고 매수자는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어 거래 자체가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시장에서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세제개편안이 단기간에 매물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거주·다주택·초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향후 늘어나더라도 실제 매도 여부는 세금뿐 아니라 기대가격과 대출 여건, 대체 주거지 가격, 재건축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처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를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포함됐지만 시장에 어느 정도의 매물을 끌어낼지는 불확실하다. 보유 주택의 가격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크거나 매도 후 자금을 운용할 대안이 마땅하지 않다면 세제상 처분 기회가 제공되더라도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발표가 향후 세 부담과 집값의 방향을 확인하려는 관망 심리를 강화해 기존 거래절벽을 장기화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세제 강화 전망이 일부 매도자의 기대가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 확대 없이 세제만 조정할 경우 시장의 매물과 유동성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번 조세 정책은 정책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세 부담을 조정했지만 조세만으로 가격을 잡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세 부담 증가분이 매매가격에 반영돼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은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며 “지역별·연도별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현재도 아파트와 비아파트 공급이 모두 감소하는 상황에서 세제를 조정한다고 기대한 만큼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을 팔더라도 같은 생활권에서 다시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실거주 집주인들은 세금과 관계없이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실거주 1주택자와 비거주·다주택자를 구분해 정책 효과를 분석하고 충분한 공급 확대와 통화량 관리 등 근본적인 대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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