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장례식장을 대표하는 메뉴가 하나 있습니다. 따뜻한 밥 한 공기와 함께 나오는 빨간 육개장인데요. 그런데 결혼식이나 돌잔치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육개장이 왜 장례식장에서는 마치 정해진 메뉴처럼 자리 잡게 된 걸까요?
사실 육개장이 처음부터 장례 음식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전문 장례식장이 아닌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조문객에게 대접하는 음식도 집안이나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장례식장에 가면 육개장을 먹는다’는 공식은 없었죠.
더욱이 과거 소고기는 지금처럼 흔한 식재료가 아니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중요한 노동력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잡기 어려웠는데요. 간혹 잔치나 제사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특별한 날에만 소고기로 국을 끓여 손님들에게 대접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식 장례식장이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집집마다 달랐던 조문 음식도 점차 몇 가지 메뉴로 정형화된 것이죠. 그 과정에서 큰 솥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끓여두고 조문객이 찾아올 때마다 바로 내기 편한 메뉴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죠. 육개장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여기에 육개장 특유의 붉은색이 방점을 찍었습니다. 전통 민간신앙에서는 장례처럼 죽음과 가까운 자리에는 좋지 않은 기운이나 잡귀가 따라붙을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때 붉은색은 액운을 막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색으로 여겨졌죠. 그래서 고춧가루로 붉게 끓인 육개장이 조문객을 나쁜 기운으로부터 보호한다고 믿었습니다.
결국 장례식장의 육개장은 처음부터 정해진 전통 음식이라기보다는 시대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음식인 셈입니다. 수많은 이별의 자리에 놓였던 따뜻한 육개장 한 그릇이 어느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장례식장의 풍경이 됐다는 사실, 꽤 흥미롭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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