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주택 공급 규모를 둘러싼 논의로 당초 예상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인접한 이촌2동 부동산 시장도 지난해보다 한층 차분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국제업무지구 착공을 전후해 몰렸던 매수 문의는 줄었지만 매도 호가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다. 국제업무지구 개발에 재개발·재건축과 신분당선 연장 등 굵직한 개발 호재가 맞물리면서 향후 주거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당초 계획보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물량을 기존 약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후 1만가구 공급이 과도하다는 지적과 사업 지연 우려가 제기되자 주택 공급 확대와 사업 추진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기능과 기반시설 수용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국토부와 협의한 주택 공급 물량은 6000가구이며, 학교 등 기반시설 문제 해결을 전제로 최대 8000가구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현장에서는 국제업무지구 본공사보다는 향후 사업 진행에 필요한 관리시설 관련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따른 이촌2동의 중장기적인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은 분위기다. 사업 추진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지만 개발 방향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닌 데다 국제업무지구 조성이 완료되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이촌2동의 주거환경과 입지가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석주 으뜸공인중개사 대표는 “이촌1동은 1980~1990년대를 거치면서 연예인이나 고위 공무원 등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고급 주거지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고가 아파트가 상당히 많다”며 “반면 이촌2동은 상대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했고 개발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촌1동은 서빙고·동빙고 방향은 물론 한강대로와 한강대교 등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편리하지만 이촌2동은 한강철교와 철길에 가로막혀 지역 자체가 단절돼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계기로 이촌2동의 주거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며 “국제업무지구가 계획대로 조성되고 이촌2동 재개발·재건축까지 진행되면 그동안 철길 등으로 단절됐던 이촌2동의 주거환경과 입지 여건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업무지구 외에도 이촌2동 일대에는 교통망 확충과 정비사업 등 개발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광교에서 신사까지 운행 중인 신분당선의 용산 연장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교통망이 구축되고 국제업무지구 개발까지 마무리되면 이촌2동이 한강과 국제업무지구 사이에 자리 잡은 고급 배후 주거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이촌2동은 이촌1동과 달리 소규모 아파트와 연립주택, 저층 주거시설 등이 다수 자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이 부족했던 지역이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현실화할 경우 노후·저층 주거지가 대단지 아파트로 재편되면서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역 내 정비사업도 속속 추진되고 있다. 이촌1구역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한강을 연결하는 주거단지로 재개발될 예정이다.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재공람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후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인근 아파트들의 재건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94년 준공된 이촌대림아파트와 지난 2001년 입주를 시작한 북한강성원아파트는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각각 638가구와 340가구 규모인 두 단지는 지난해 말 통합재건축 추진 조직을 꾸리고 관련 사업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지를 합치면 기존에도 978가구에 달하는 만큼 향후 최소 1000가구 이상의 한강변 대단지로 탈바꿈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중산시범아파트 역시 시유지 매입, 계약 보증금 납부 등 토지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며 재건축의 걸림돌을 단계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개발 기대감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공사가 본격적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촌2동 부동산 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매수 문의와 거래는 지난해 국제업무지구 착공 당시보다 다소 잦아들었지만 집값은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더해 재개발·재건축과 교통망 확충이 중장기적으로 현실화할 것이란 기대가 가격을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거래가 뜸한 단지에서도 매도자들이 호가를 크게 낮추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중산시범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해 8월 10억6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추가 거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시장에는 같은 단지 매물 7건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인근 북한강성원아파트도 비슷한 분위기다. 전용면적 59㎡는 지난 6월 21억9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추가 거래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14건으로 호가는 대부분 18억~22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전문가들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재개발·재건축, 교통망 확충 등이 이촌2동의 주거 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각종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집값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사업 진행 상황과 시장 여건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조성되면 주변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업무·상업시설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인접 지역의 주거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이미 부동산 가격에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정비사업 기대감 등이 충분히 반영됐을 수도 있는 만큼 과도하게 대출을 안고 진입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세제 개편도 앞두고 있고 토지거래허가제나 대출 규제 등으로 유동성 제약이 큰 만큼 개발 호재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사업 진행 속도와 실제 가격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신중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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