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간선거가 가까워지면서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워싱턴 네트워크’ 구축 행보도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 대관조직을 운영하거나 현지 로비기업과 계약해 백악관과 연방정부, 상·하원 등 미국 정책 설계 조직들과의 접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공화당 인맥 확보에 무게중심을 두거나 민주당과 공화당 네트워크를 분산 배치하는 등 대미(對美) 정치 지형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은 각 기업 별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는 트럼프 안보, 민주당 예산 투 트랙 전략…현대차는 안에선 민주, 밖으론 공화
한화그룹의 미국 대관망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및 공화당 외교·안보 라인에 중점을 두는 동시에 민주당 의회 예산 네트워크까지 닿아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단일 기업 기준으론 올해 2분기 미국 자체 로비 활동에 삼성전자와 SK아메리카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을 지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Hanwha Aerospace)가 올해 2분기 미국 내 자체 로비 활동에 지출한 금액은 77만4000달러(한화 약 10억원)다. 주요 로비 현안은 조선 및 육군 지상 체계, 전략 미사일,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및 세출법안, 상업용 조선·해운, 천연가스 해상 터미널 계약 및 건설 등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Hanwha Aerospace)는 올해 2분기 외부 기업 도움 없이 내부 인물들로만 로비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소속 로비스트는 ▲알렉스 웡(Alex Wong) ▲마이클 비지아노(Michael Viziano) ▲맥스웰 케이슨(Maxwell Caison) ▲스티브 볼라인(Steve Boland) ▲사만다 보벡(Samantha Bobeck) ▲올리비아 배빈(Olivia Babin) 등 6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알렉스 웡이다. 웡은 현재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으며 한화그룹 합류 직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석 국가안보부보좌관을 지냈다.
웡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북한 담당 부차관보를 맡아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대북 정책을 실무 조율한 경험을 지녔다. 공화당 선거 캠프 경력도 풍부하다. 그는 지난 2012년 밋 롬니(Mitt Romney)·폴 라이언(Paul Ryan) 공화당 대선 캠프에서 외교·법률정책국장을 역임한 바 있다. 얼마 전 자리에서 물러난 스티브 볼라인(Steve Boland) 역시 공화당의 국방·안보 라인에 다수의 접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공화당 소속 조니 언스트(Joni Ernst) 상원의원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외교·안보 정책과 국방수권법 관련 입법 실무를 담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의회의 예산 및 세출 대응에는 민주당 네트워크를 적응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마이클 비지아노(Michael Viziano)다. 그는 민주당 소속 데비 와서먼 슐츠(Debbie Wasserman Schultz) 하원의원실에서입법보좌관, 선임입법보좌관, 세출담당 부국장, 선임고문 등을 차례로 거치며 의회 경력을 쌓았다. 특히 하원 세출위원회(House Appropriations Committee)와 직·간접적으로 맞닿은 실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올해 2분기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과 세출법안을 주요 로비 현안으로 신고한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의 의회 예산 라인 정점에 있던 인물을 대관 조직에 전진 배치해 실효성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체 대관조직과 외부 로비기업을 전부 활용해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을 아우르는 워싱턴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조직에는 민주당 의원실과 연방 정부 경험자를 전진 배치한 반면 외부 로비 회사를 통해서는 공화당 의원실 및 선거 조직 출신 인사들을 대거 활용했다. 현대차가 올해 2분기 자체 로비 활동에 지출한 금액은 55만달러(한화 약 7억원)다. 주요 로비 현안에는 전기차 인프라 및 세제 혜택, 자동차 수리권, 자율주행차, 도로교통 재승인 법안, 자동차 안전, 로보틱스, 커넥티드카 보안, 무역·관세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현대차의 자체 로비스트 명단에는 ▲바심 모티왈라(Basim Motiwala) ▲벤 테스파즈기(Ben Tesfazgi) ▲스티븐 게링(Steven Gehring) ▲앤더슨 드루 퍼거슨(Anderson Drew Ferguson)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과 공화당 인맥이 고루 혼재돼 있는 형태다. 일례로 앤더슨 드루 퍼거슨(Anderson Drew Ferguson)은 공화당 소속으로 조지아주 제3선거구 연방 하원의원을 2017년부터 2025년까지 4선 지낸 인물이다. 특히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하원 공화당 수석 원내부총무(Chief Deputy Whip)를 맡으며 당내 입법 전략과 표결 조율을 주도하기도 했다.
반면 바심 모티왈라는 민주당과 뚜렷한 접점을 지니고 있다. 그는 민주당 소속 키스 엘리슨(Keith Ellison) 전 하원의원실에서 법률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 보건복지부(HHS) 특별보좌관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키스 엘리슨은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뒤 현재 7년째 미네소타주(Minnesota) 법무장관을 맡고 있는 민주당 내 비중 있는 인사다. 2017~2018년에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부의장을 맡기도 했다.
현대차의 외부 로비망에선 공화당 색채가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외부 로비 회사인 차트웰 스트래티지 그룹(Chartwell Strategy Group)과 계약한 후 18만 달러(한화 약 2억500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 주요 로비 현안은 수소·연료전지 정책 및 인프라, 전기차 인프라 및 세제 혜택, 자동차 수리권,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친환경차 세액공제, 환경 규제 등이었다. 현대차를 위해 활동한 로비스트 명단에는 ▲오즈월도 팔로모(Oswaldo Palomo) ▲데이비드 타마시(David Tamasi) ▲재닛 나이스(Janet Neis) ▲매슈 에퍼리(Matthew Efferi) ▲조 보렐리(Joe Borelli)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가운데 차트웰 스트래티지그룹의 창업주이기도 한 오즈월도 팔로모는 공화당 소속 짐 월시(Jim Walsh) 전 연방 하원의원실에서 보좌관과 입법보좌관으로 근무한 이력을 지녔다. 이후에도 공화당 정가와 탄탄한 접점을 이어왔다. 지난 2024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당시 니키 헤일리(Nikki Haley) 후보의 주요 후원자이자 정치자금 모금 인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 6월 28일에도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공동모금위원회인 ‘Grow the Majority’에 1만달러를 직접 후원했다. 재닛 나이스 역시 공화당 대린 라후드 하원의원실 입법보좌관과 팻 투미 상원의원실 보좌관을 거쳤으며 데이비드 타마시는 공화당 대선·의회·주지사 선거의 정치자금 조직에서 장기간 활동한 공화당계 정치자금 모금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 反트럼프 여론 의식했나” 민주당 네트워크 보폭 넓히는 LG그룹
최근 LG그룹의 대미 대관 전략에서는 민주당 인맥을 활용한 외부 로비망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기존 자체 대관조직에 공화당 출신 인사를 배치해 놓은 상황에서 별도의 외부 로비회사를 통해 민주당 의회와 선거조직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까지 활용하며 친(親) 민주당 네트워크를 추가로 구축하는 모습이다. LG전자 미국법인(LG Electronics USA, Inc.)은 올해 2분기 자체 로비 활동에 27만달러(한화 약 4억원)를 투입했다. 주요 로비 내용으로는 ▲자유무역협정(FTA) 및 공급망·핵심광물 협정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관세 ▲전기차·배터리 제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포함됐다. LG그룹의 현지 생산거점 투자와 중장기 실적에 직접적인 파급력을 미치는 핵심 사안들이다.
LG전자 미국법인(LG Electronics USA, Inc.)의 자체 대관망은 공화당과의 연계성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올해 2분기 자체 등록 로비스트로 이름을 올린 인물은 ▲콜턴 호터리(Colton Hotary) ▲조던 문(Jordan Moon) ▲김현태(Hyuntae Kim) 등 총 3명이다. 이들 중 미국 정치권과의 접점이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조던 문 대외협력 총괄(Senior Director)이다. 문 총괄은 과거 공화당 소속 수 마이릭(Sue Myrick) 전 연방 하원의원실에서 약 7년간 재직하며 입법보좌관, 입법국장, 부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지역구로 1995년부터 2013년까지 활동한 마이릭 전 의원은 대표적인 중진 공화당 정치인으로 꼽힌다.
LG그룹은 자체 대관망과 별개로 지난달부터 외부 로비 기업을 통해 민주당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LG전자 미국법인(LG Electronics USA, Inc.)은 지난달 20일 워싱턴 로비 전문업체 ‘퍼블릭 스트래티지스 워싱턴(Public Strategies Washington, Inc.)’을 통해 별도의 대관 활동을 전개했다. 해당 업체가 LG전자 관련 로비 수입으로 신고한 금액은 3만달러(한화 약 4000만원)다. 투입된 로비스트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나 전담 등록 로비스트 3명 모두 민주당 진영에 탄탄한 기반을 둔 핵심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LG전자 로비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패트릭 오닐(Patrick O'Neill)은 민주당전국위원회(DNC)와 민주당 대선 캠프 등에서 정치 및 선거 관련 실무를 수행하며 오랜 기간 민주당 네트워크를 다져온 인물이다. 또 애런 선태그는 민주당 상원 진영과 밀접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케이 헤이건(Kay Hagan) 전 상원의원의 입법보좌관을 지냈으며 2015년부터 2022년까지는 데비 스타브나우(Debbie Stabenow) 전 상원의원의 선임정책고문을 역임했다. 앤절라 스미스(Angela Smith) 역시 민주당 소속 애비 핀케나워(Abby Finkenauer) 전 하원의원의 일정담당국장을 지냈으며 민주당계 정치 공작·조사 조직인 ‘아메리칸 브리지 21세기(American Bridge 21st Century)’에서도 수년 간 활동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행정부와 의회의 정치 지형에 따라 통상·관세·보조금·산업 정책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현지 사업 비중이 큰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권과의 네트워크 구축 자체가 중요한 경영 전략 중 하나다”며 “기업마다 사업 영역과 당면한 현안이 다른 만큼 활용하는 정치 네트워크에도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지형의 변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인 만큼 각 기업이 어느 진영과 접점을 넓히고 어떤 인맥을 활용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향후 대미 사업 전략과 대응 방향을 가늠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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