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티드 게코와 뱀 등 이색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온라인과 개인 간 거래를 통해 관련 동물을 손쉽게 사고팔 수 있게 됐지만 정작 판매 이후 개체와 소유자를 추적할 관리체계는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도심 산책로와 하천에서 대형 외래 파충류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무분별한 거래가 향후 탈출이나 유기·방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체 등록과 거래 이력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웰빙타운 인근 산책로에서는 나일왕도마뱀으로 추정되는 대형 왕도마뱀이 목격됐다. 아직 포획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해당 개체는 몸길이가 1m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 소식이 알려진 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와 인근 아파트 단지에는 산책이나 외출 시 대형 도마뱀을 주의하라는 안내가 잇따르고 있다.
나일왕도마뱀은 국제거래가 규제되는 외래 파충류로 국내에서도 관련 규정에 따라 양도·양수 과정에서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독성이 있지만 통상 사람에게 치명적인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몸집이 큰 데다 야외에서 마주칠 경우 물거나 할퀴는 등 안전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목격 장소 주변에 초등학교와 시립도서관, 체육시설 등이 있어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경기 여주시 창동 소양천에서 몸길이 약 80㎝의 악어가 발견돼 포획됐다. 해당 개체로 알려진 샴악어는 CITES 부속서Ⅰ에 등재돼 국제거래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성체는 몸길이가 3~4m까지 자랄 수 있다. 부산 기장군 한 리조트 배수로에서는 생태계교란 생물일 가능성이 제기된 거북이 발견됐고, 양주에서도 국내에서 애완용으로 주로 사육되는 1m가 넘는 블랙킹 스네이크가 발견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들 개체가 실제 반려 목적으로 사육되다가 유기됐거나 탈출한 것인지는 각각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외래 파충류가 도심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급속도로 확대되는 이색 반려동물 시장에 비해 사육 이후 개체를 추적하는 관리체계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파충류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따르면 야생동물 검역제도가 시행된 2024년 5월19일부터 지난해 5월12일까지 세계 35개국에서 파충류 537건, 약 15만8000마리가 국내로 반입됐다. 월평균 1만3000마리가 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 도마뱀과 거북 등은 13만1701마리, 식용 자라는 2만6596마리로 집계됐다.
반려 목적으로 거래되는 도마뱀과 뱀, 거북 등은 전문 판매점뿐 아니라 온라인 사이트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어렵지 않게 분양받을 수 있다. 어린 개체는 크기가 작아 사육 공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일부 종은 저렴한 가격에 거래돼 구매 진입 장벽도 낮다.
대표적인 종이 크레스티드 게코다. 유명 연예인들이 키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지도가 높아졌고 살아 있는 먹이 대신 전용 사료를 급여할 수 있으며 냄새와 소음이 적어 이색 반려동물 입문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 개체는 5만원 안팎부터 분양되고 희귀한 색상과 무늬를 가진 ‘모프’는 수십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크레스티드게코분양’을 검색하면 4만5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노출되고 무료분양 게시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전문 업체가 아닌 개인 간 거래가 반복되면서 신고가 누락될 경우 실제 소유자와 개체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한 이색 반려동물 전문점에서는 신고 대상 종을 판매할 경우 업체가 먼저 양도 신고를 한 뒤 발급번호와 관련 정보를 구매자에게 넘기고 구매자가 다시 시스템에 접속해 양수 신고를 완료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정상적인 거래에서는 소유권 이전 기록이 남지만 이후 개인에게 재판매하거나 무료로 분양하는 과정에서 신고가 누락되면 행정상 소유자와 실제 소유자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사육 과정에서 번식한 개체까지 온라인을 통해 재판매될 경우 관리 공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최초 수입이나 전문업체 판매 단계만 관리해서는 실제 국내에 몇 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현재 누가 어디에서 기르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손쉬운 구매와 달리 이색 반려동물을 장기간 사육하는 데에는 상당한 책임과 비용이 따른다. 일부 파충류는 어린 개체일 때는 작은 사육장에서도 기를 수 있지만 성장하면서 더 넓은 공간과 지속적인 온·습도 관리, 먹이 공급이 필요하다. 질병이 발생하면 진료가 가능한 특수동물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구매 당시 이러한 비용과 관리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성체가 된 이후 사육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된 개체를 합법적으로 인계하거나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유기·방생이나 관리 소홀에 따른 탈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형 파충류가 야외로 유출되면 시민 안전에 대한 불안뿐 아니라 외래종이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판매 단계에서의 관리뿐 아니라 사육 중인 개체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더 이상 기를 수 없는 경우 적절하게 인계할 수 있는 제도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근 경성대 동물보건생명과학과 교수는 “최근 수입되는 파충류는 검역과 허가 절차를 거치도록 제도가 마련됐지만 제도 시행 이전에 들어온 개체들은 관련 기록이 없을 수 있어 현재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 누구에게 양도·양수됐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색 반려동물은 어린 개체일 때는 작고 키우기 쉽다고 생각해 입양하지만 성장하면서 크기가 커지면 일반 가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며 “사육을 포기한 사람이 동물을 자연에 방생하지 않도록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동물을 합법적이고 적절한 방식으로 인계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형 파충류나 양서류가 야외로 유출되면 사람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고 외래종이 생태계를 교란해 결과적으로 사람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다”며 “이러한 위해성을 충분히 알리는 대중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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