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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앞세워 적자 · 부실 허덕…혈세 외엔 답 없는 ‘포장만 주식회사’
공익 앞세워 적자 · 부실 허덕…혈세 외엔 답 없는 ‘포장만 주식회사’
[사진=연합뉴스]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편익 증진 등을 내걸고 지방자치단체가 자본을 투입해 설립한 출자 기업 가운데 ‘부실 기업’으로 분류될 만한 기업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에서의 대규모 적자 속에서도 지자체 보조금과 금융수익 등에 의존해 가까스로 흑자를 유지 중인 회사가 있는가 하면 수익 관련 보조금 규모가 연간 영업이익의 10배를 웃도는 곳도 존재했다. 특히 개발·관광사업을 위해 설립된 일부 기업들 중에는 수백억원의 손실이 누적되면서 자본금을 모두 소진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분별한 혈세 투입 보단 자립 가능성과 실제 경영성과를 면밀히 점검해 대규모 수술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자 수렁에 완전자본잠식까지…공익 내건 지자체 투자 주식회사들 “이대로 괜찮나”

 

르데스크가 전국 7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출자기관·기업 15곳의 2025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자체 수익성이나 재무건전성 지표가 하락하고 있는 곳들이 대거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부산광역시가 지분 42.5%를 보유한 벡스코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27억7274만원을 기록했지만 전시·컨벤션 임대와 전시사업, 부대사업 등 본연 사업에서는 2억1676만원의 손실을 냈다. 2024년 4억5770만원의 영업이익에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최종 당기순이익은 53억9505만원을 기록했다. 영업 외 수익이 덕분이었다. 지난해 벡스코의 보조금수익은 32억8157만원, 이자수익은 20억6066만원 등이었다. 두 항목을 단순 합산한 금액만 약 53억원으로 전체 당기순이익과 비슷한 규모였다. 특히 최대주주인 부산시와 관련된 보조금수익은 28억597만원으로 사실상 전체 보조금수익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벡스코의 미처리결손금은 지난해 말 기준 244억8024만원으로 아직 과거 손실 역시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벡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것은 전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며 “현재 남아 있는 미처리결손금은 영업활동에서 누적된 손실이라기보다 과거 자산 재평가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상 손실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9년 부산시에 일부 자산을 기부채납한 이후 해당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약 464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했다”며 “당시 평가손실이 회계상 결손금에 반영됐고 그중 일부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편익 증진 등을 내걸고 지방자치단체가 자본을 투입해 설립한 출자 기업 가운데 ‘부실 기업’으로 분류될 만한 기업이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벡스코. [사진=연합뉴스]

 

대구광역시가 지분 81.29%를 보유한 엑스코의 상황도 비슷했다. 엑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약 342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24년 8억4524만원에서 4억4459만원으로 약 4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익관련보조금은 50억6808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11.4배 규모다. 직전해인 2024년에도 51억8420만원의 수익관련보조금을 기록해 최근 2년간 수익관련보조금 총액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별도로 특수관계자 거래내역에 따르면 지배주주인 대구광역시와의 보조금 거래액은 지난해 36억1273만원, 2024년 43억947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엑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데에는 전시장과 컨벤션 시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수도·냉난방비 등 수도광열비를 비롯한 에너지 관련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며 “수익관련보조금의 경우 시설 관리·운영 등을 목적으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인천광역시에서는 시가 사실상 단독 소유한 기업의 실적이 한 해 만에 급격히 악화됐다. 인천시가 지분 98%를 보유한 인천투자펀드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941억4113만원으로 전년(1326억3340만원) 대비 약 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4년 291억7195만원에서 지난해 돌연 영업손실 108억5971만원으로 급감했다. 불과 1년 만에 영업손익이 약 400억원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185억5521만원 흑자에서 120억5176만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현금흐름 역시 크게 나빠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4년 약 172억원 유입에서 지난해 약 527억 유출로 전환됐다. 전체 부채 규모도 같은 기간 약 1371억원에서 2128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 말 1687억원의 장기차입금이 새롭게 집계됐다. 인천투자펀드는 별도의 상근 조직이나 자체 사업조직을 두지 않은 페이퍼컴퍼니 형태로 실질적인 사업은 종속회사인 인천글로벌시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지배구조 역시 인천광역시가 인천투자펀드를 소유하고 인천투자펀드가 다시 인천글로벌시티를 100% 소유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인천투자펀드의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 매출과 영업손익 등 주요 실적은 모두 인천글로벌시티의 사업 성과로 평가된다. 인천글로벌시티 관계자는 “지난해 장기차입금이 크게 증가한 것은 ‘송도글로벌타운 3단계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규 개발사업을 위한 토지 매입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이다”고 설명했다.


▲ 부산·대구·인천·세종 주요 출자기업 재무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세종특별자치시의 지자체 출자기업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일례로 세종시가 지분 20%를 보유한 세종스마트그린의 지난해 매출액은 52억1353만원으로 직전해 1197억3625만원에 비해 약 95.6% 급감했다. 매출 대부분이 산업단지 등의 분양수익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분양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면서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사업이 마무리됐지만 비용 구조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4년 93억5301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세종스마트그린은 지난해 115억86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익 역시 132억2507만원 흑자에서 146억3560만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2024년 말 38억3192만원이던 자본총계는 지난해 말 -108억368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상태로 전환됐다. 재무 상태 악화와 관련해 세종스마트그린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답변을 듣지 못했다. 

 

울산·경기엔 완전자본잠식 기업, 제주엔 3년 연속 적자 기업…지자체 출자회사 곳곳 경고등’

 

울산광역시에도 공공부문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 개발회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사례가 존재했다. 울산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개발을 위해 설립된 울산복합도시개발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05억4418만원으로 전년(94억1433만원) 대비 10억원 넘게 확대됐다. 지난해 판매비와관리비 124억2494만원 가운데 지급수수료만 117억3459만원에 달했으며 여기에 약 84억원의 이자비용과 261억1150만원의 융자약정수수료까지 발생하면서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는 약 450억원에 달했다.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면서 지난해 말 미처리결손금도 약 675억1985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자본금(150억원)의 약 4.5배 수준이다. 자본총계 역시 -525억1984만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보였다.


차입 부담도 급격히 확대됐다. 2024년 말까지만 해도 ‘제로(0)’였던 장기차입금은 지난해 31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마이너스 2183억3631만원을 기록했다. 개발회사 특성상 일반적인 제조·서비스기업의 재무 평가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으나 개발 사업을 진행하면서 분양건설재공품 등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등 손실과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만약 최종 분양실적이 계획에 미치지 못할 경우 3100억원의 차입금과 525억원 규모의 자본잠식해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평가됐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울산복합도시개발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전달하지 않았다.

 

▲ 울산·경기·제주 주요 출자기업 재무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경기 지역에서는 파주시 출자회사인 파주디엠지곤돌라가 장기간 누적된 결손금으로 재무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47억9913만원으로 전년 51억6736만원보다 약 7.1% 감소했다. 핵심 수익원인 입장권수입 역시 같은 기간 46억2567만원에서 42억5678만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주력 사업에서는 1억8722만원의 영업이익을 냈긴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약 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에도 11억4076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미처리결손금은 102억1400만원으로 전년(88억1337만원) 대비 약 14억원 증가했다.

 

자본금이 16억7433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미처리결손금은 자본금의 약 6.1배 수준이다. 자본총계 역시 2024년 말 -68억1334만원에서 지난해 말 -82억1397만원으로 악화돼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파주디엠지곤돌라는 임진각 일대 특정 관광시설의 입장권 수입에 사업수익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구조다. 다만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6억원의 플러스(+)를 유지했고 본업에서도 영업이익을 기록한 만큼 향후 관광객 회복 여부가 재무구조 개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평가됐다.

 

현 재무상태와 관련해 파주디엠지곤돌라 측은 누적결손 상당 부분이 설립 초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관광객 감소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2020년 회사 설립 이후 코로나19가 3년 넘게 이어지면서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큰 손실이 발생했고 당시 적자가 누적되면서 현재까지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설립 당시 방문객 수와 평균 유입률 등을 토대로 사업성을 검토했지만 예상치 못한 감염병 장기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방문객 가운데 해외 관광객 비중이 30%에 가까운데 지난해에는 계엄 이슈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방문객 유입이 대폭 줄어들었다”며 “현재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며 비용 절감과 수익성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내년 이후 관광 수요가 정상화되면 경영상황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들은 지자체 출자기관이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된 만큼 자체 수익구조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진=연합뉴스]

 

제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최대주주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매출 성장에도 수년째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제주도가 지분 71.71%를 보유한 기업으로 회의장 임대와 전시 기획·대행, 식음서비스, 부대시설 임대 등이 주력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170억1874만원으로 전년 144억817만원보다 약 18% 증가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25억8959만원의 영업손실과 13억6261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023년 49억3770만원, 2024년 47억1447만원 등에 이어 3년 연속 지속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각각 15억4664만원, 19억4666만원 등으로 비슷한 추이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미처리결손금은 337억7665만원을 기록했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최대주주인 제주시의 자금 수열도 단행됐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를 대상으로 두 차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195억8700만원을 조달받았다. 해당 자금은 모두 시설자금으로 사용됐다. 제주도의 지원은 출자금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제주국제컨벤션센터가 기타수익으로 인식한 민간경상보조금은 29억4061만원으로 특수관계자 거래내역 상 전액 제주특별자치도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2024년에도 제주도로부터 민간경상보조금 약 37억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관계자는 “최근 인건비와 전기료를 비롯한 제세공과금 등 고정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며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은 모두 시설 유지·관리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컨벤션센터는 자체적인 수익 창출뿐 아니라 제주도민을 위한 공공 인프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어 수익성만을 우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운영 구조 속에서 적자가 계속되면서 미처리결손금도 누적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출자기관이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된 이상 자체적인 수익구조와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계수 세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자체 수익사업을 전제로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된 지자체 출자기관에서 장기간 영업손실이 반복되거나 누적결손으로 완전자본잠식까지 발생했다면 설립 당시 예상했던 사업성과 실제 경영성과를 면밀히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경영 부진이 장기화돼 추가 출자나 증자, 보조금 지급 등으로 이어질 경우 결국 주민의 세금이 다시 투입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성이 충분하지 않은 기관을 별다른 개선 없이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공공재정을 반복적으로 투입한다면 결과적으로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영 정상화 가능성과 존속 필요성까지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Q&A
Q1. 엑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수익관련보조금 규모는?
A. 엑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억4459만원으로 전년 8억4524만원 대비 약 4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익관련보조금은 50억6808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11.4배 규모다. 직전해인 2024년에도 51억8420만원의 수익관련보조금을 기록해 최근 2년간 수익관련보조금 총액만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Q2. 인천투자펀드의 지난해 실적 현황은?
A. 인천투자펀드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941억4113만원으로 전년(1326억3340만원) 대비 약 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4년 291억7195만원에서 지난해 돌연 영업손실 108억5971만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익도 185억5521만원 흑자에서 120억5176만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Q3. 세종스마트그린의 지난해 실적과 자본 상태는?
A. 세종스마트그린의 지난해 매출은 1197억3625만원에서 전년(52억1353만원) 대비 약 95.6% 감소했다. 영업손익은 2024년 93억5301만원 흑자에서 지난해 115억8600만원 적자로, 당기순손익은 132억2507만원 흑자에서 146억3560만원 적자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도 38억3192만원에서 -108억368만원으로 감소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Q4. 울산복합도시개발의 지난해 손실과 차입 부담은?
A. 울산복합도시개발은 지난해 영업손실 105억4418만원, 당기순손실 약 450억원을 기록했다. 미처리결손금은 675억1985만원까지 누적됐고 자본총계는 -525억1984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24년 말 없었던 장기차입금도 지난해 3100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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