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디세이’, ‘스파이더맨’ 등 관람 수요가 높은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서울 주요 영화관마다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영화관이 끌어들인 유동인구가 주변 골목상권까지 확산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관람객 상당수가 영화 관람 전후 식사와 카페, 쇼핑 등 후속 일정까지 영화관이 입점한 복합상업시설 내부에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영화관이 주변 식당과 카페 매출을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집객시설로 통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영화관과 식음료·쇼핑·주차·교통시설이 한 공간에 결합하면서 집객 효과마저 건물 내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야까지 아이맥스 매진인데 골목은 한산…관객 소비도 ‘몰 안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개봉 이후 아이맥스(IMAX)관을 중심으로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르데스크가 광복절 연휴 기간 CGV용산아이파크몰과 CGV천호, CGV왕십리 등 서울 시내 주요 아이맥스 상영관을 방문한 결과 자정을 넘긴 심야 시간대까지 오디세이 좌석 대부분이 매진된 상태였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스파이더맨4’ 역시 상당수 회차에서 남은 좌석이 10석 미만에 그치는 등 대형 스크린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영화와 아이맥스 관람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오디세이’와 ‘#스파이더맨’ 해시태그가 포함된 게시물은 각각 2만8000개, 40만2000개 이상에 달했다. ‘#아이맥스’와 ‘#IMAX’ 관련 게시물 역시 각각 4만7000개, 115만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기 영화를 대형 스크린으로 관람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주요 아이맥스관은 늦은 시간까지 관객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영화관의 높은 집객력이 인근 상권의 유동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은 뚜렷하지 않았다. 주요 상영관 상당수가 대형 복합상업시설 내부에 위치한 데다 식당과 카페, 쇼핑시설까지 한 공간에 갖춰져 있어 관람객들이 영화 관람 전후에도 건물 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CGV용산아이파크몰이다. 해당 아이맥스관은 총 624석 규모로 국내 최대 수준의 스크린을 갖춘 상영관으로 알려져 있다. 한 회차가 끝날 때마다 수백명의 관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지만 이들 상당수는 건물 밖으로 이동하지 않고 몰 내부 식당과 카페, 패션·생활용품 매장 등을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가족 단위 관객들은 주차와 이동에 따른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영화 관람과 식사, 쇼핑을 모두 아이파크몰 내부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 주차한 뒤 차량을 다시 이동하거나 비와 더위를 감수하며 외부로 나갈 필요 없이 실내에서 하루 일정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 동선을 몰 내부에 묶어두고 있었다.
오후 1시 상영을 마치고 나온 관객 상당수 역시 용산어린이정원과 용리단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인근 명소로 이동하기보다 용산아이파크몰 내부에 머물렀다. 영화가 끝난 뒤 식당과 카페로 향하거나 쇼핑 매장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영화 관람 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관객들은 도파민스테이션이나 서점 등 몰 내부 시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상영 시간이 가까워지면 영화관으로 이동했다. 외부 지역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이 있음에도 이들의 동선이 주변 상권으로 퍼지기보다 영화관을 중심으로 복합몰 안에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용산아이파크몰 주변에는 SNS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상권과 문화시설이 밀집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용리단길’, ‘#용산맛집’, ‘#용산카페’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각각 14만2000개, 50만8000개, 25만8000개에 달하는 게시물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외부 방문객들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다.
반면 아이맥스 관람객의 관심은 주변 상권보다 영화관과 복합몰 내부 시설에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용아맥’과 ‘#CGV용산아이파크몰’ 관련 게시물에는 영화 관람과 좌석 인증, 상영관 후기뿐 아니라 관람 전후 아이파크몰 내부 식당과 카페, 팝업스토어를 이용한 후기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영화 관람과 용리단길 등 외부 상권 방문을 하나의 일정으로 묶은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용산아이파크몰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최근 날씨가 더워져서 오히려 매출이 평소보다 줄어든 상황이다”며 “영화관에 사람이 늘어났다고 해서 식당 매출이 크게 늘어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효주 씨(43·여)는 “차를 가지고 와서 겨우 주차했는데 다시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건 부담스럽다”며 “영화를 본 뒤 아이들 옷을 사고 식사도 하면서 하루 종일 아이파크몰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밖에 더 다양한 식당이나 볼거리가 있더라도 이곳에서 필요한 것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어 굳이 이동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원정 관람객’ 몰려도 소비는 내부로…천호·왕십리도 비슷
CGV천호에서도 영화관의 집객력이 주변 상권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용산과 달리 천호에서는 복합시설의 편의성뿐 아니라 주변 상권의 규모와 경쟁력이 관객들의 외부 이동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CGV천호가 위치한 굽은다리역 일대는 천호역과 달리 대규모 먹자골목이나 카페거리처럼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일 만한 상권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아이맥스 관람을 목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관객들도 영화가 끝난 뒤 주변을 둘러보기보다 같은 건물 안에서 식사하거나 곧바로 귀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아이맥스처럼 상영관 자체가 방문 목적이 되는 경우 이러한 특징은 더욱 두드러졌다. 일반 상영관과 달리 아이맥스는 스크린 크기와 좌석, 영상·음향 환경 등에 따라 평소 생활권을 벗어나 특정 상영관을 찾아가는 이른바 ‘원정 관람’ 수요가 적지 않다. 영화관 자체는 상당한 외부 유동인구를 만들어내지만 이들이 영화관이 위치한 지역까지 방문 목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SNS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천호CGV’ 관련 게시물은 상영관과 좌석, 영화 관람 후기 등이 주를 이뤘고 관람 전후 인근 음식점이나 카페를 함께 방문한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천호맛집’ 게시물 상당수는 굽은다리역 일대가 아닌 천호역과 천호로데오거리 등 대형 상권에 집중돼 있었다. 영화관 수요와 지역 상권 수요가 서로 분리돼 나타나는 셈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영화 관람을 마친 관객 상당수는 인근 골목상권으로 이동하기보다 건물 내부 식당과 카페, 홈플러스 등을 이용하며 다음 일정을 이어갔다. 특히 광복절 연휴 내내 무더위와 비가 반복되면서 외부 이동을 최소화하고 식사와 장보기까지 같은 건물 안에서 해결하려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박민호 씨(31·남)는 “CGV천호라고 해서 천호역 주변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굽은다리역 인근이라 처음에는 당황했다”며 “급하게 주변에 먹을 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건물 안에 있는 프랜차이즈 초밥 뷔페에서 식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맥스 표를 구하기가 워낙 어려워 여기까지 온 만큼 영화 관람 자체가 목적이었다”며 “식사를 마치면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바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인근 주민들의 경우 영화 관람과 장보기를 하나의 일정으로 묶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정환 씨(48·남)는 “연휴에 아이들과 집에만 있기 그래서 영화를 보러 나왔다”며 “영화를 본 뒤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고 집에서 저녁을 먹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집이 근처라 주변에서 따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나온 김에 필요한 장까지 한꺼번에 보는 게 편하다”고 덧붙였다.
건물 내부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관객들의 발길 역시 주변 상권보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CGV천호는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과 가까워 영화 관람 직후 곧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실제 상영이 끝난 뒤 건물을 빠져나온 관객 상당수는 인근 식당이나 카페를 찾기보다 굽은다리역으로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CGV왕십리에서도 관람객들이 영화관 주변 외부 상권보다 역사 내부에 머무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다만 왕십리는 주변 상권의 규모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왕십리역 자체에 다양한 상업시설과 교통시설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 관객들의 외부 이동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CGV왕십리는 왕십리역과 직접 연결된 복합상업시설 내부에 위치해 있다. 영화관에서는 지상주차장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고 상가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도 마련돼 있어 관객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주차장이나 상업시설로 이동할 수 있다.
왕십리역에는 영화관뿐 아니라 엔터식스와 비트플렉스, 이마트 등 대형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으며 상당수가 실내 동선으로 연결돼 있다. 이에 관람객들은 영화 전후 식사와 카페, 쇼핑부터 지하철이나 차량을 이용한 귀가까지 대부분의 일정을 왕십리역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영화 상영 전 내부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쇼핑하며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친 이후에도 음식점과 카페, 쇼핑시설 등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영화관이 관객을 끌어들이고 영화 이후 추가 소비까지 발생시키고 있지만 소비가 같은 복합시설 내부에 집중되는 구조였다.
대학생 이지영 씨(21·여)는 “비가 오지 않았다면 주변 카페나 식당을 찾아가 볼 생각이었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굳이 밖으로 이동하지 않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며 “학교가 근처라 주변 상권은 다른 날에도 방문할 수 있는 만큼 오늘은 영화관이 있는 건물 안에서 식사와 카페 등을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왕십리 일대 상권에 대한 관심 자체는 높았다. ‘#왕십리맛집’과 ‘#왕십리카페’ 관련 게시물은 각각 30만2000개, 8만8000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화 관람과 외부 상권 방문을 함께 소개하는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었고 아이맥스 관람객의 후속 동선은 역과 직접 연결된 상업시설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모습이었다.
결국 용산과 천호, 왕십리 등 주요 아이맥스관은 입지와 주변 상권의 여건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영화관이 만들어낸 유동인구가 외부 골목상권까지 충분히 확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모습을 보였다.
용산은 대형 복합몰 내부에 식당과 카페, 쇼핑시설 등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 관람객이 외부로 나갈 필요성이 적었고 천호는 원정 관람객이 많지만 굽은다리역 주변에서 후속 소비를 유도할 만한 상권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왕십리는 영화관과 쇼핑시설, 대형마트, 지하철역, 주차장 등이 실내로 긴밀하게 연결돼 소비 동선 자체가 역사 안에서 완결되는 특징을 보였다.
여기에 폭우와 무더위, 주차 문제 등 외부 이동을 번거롭게 만드는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관람객들의 실내 체류 성향은 더욱 강해졌다. 식사와 카페, 쇼핑, 장보기까지 영화관과 같은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영화 관람 이후 굳이 새로운 장소를 찾아 건물 밖으로 이동할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과거 영화관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고 이를 주변 음식점과 카페, 상점으로 확산시키는 대표적인 상권 집객시설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최근 대형 영화관이 쇼핑몰과 대형마트, 식음료시설, 교통시설 등이 결합된 복합상업시설에 입점하면서 영화관의 집객 효과가 주변 상권으로 퍼지기보다 같은 건물 안에 흡수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아이맥스처럼 상영관 자체가 하나의 목적지가 될 정도로 강력한 집객력을 갖춘 시설이라도 관람객의 후속 동선을 주변 상권으로 연결할 요소가 부족하면 외부 방문객 증가가 곧바로 지역 골목상권의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게 인근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영화관은 여전히 수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효과는 인근 골목상권보다 영화관과 직접 연결된 복합상업시설 내부에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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