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재개발 사업지에서 이주를 앞둔 자산가들의 투자 수요가 반포1동 빌라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남뉴타운과 목동 등에서 정비사업 추진으로 이주비를 확보한 소유주들이 아직 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은 반포1동의 빌라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재개발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향후 개발 기대감에 따른 시세차익과 신축 아파트 입주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매수세까지 가세하면서 매물은 줄고 호가는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재개발되면 60억 기대”…이주비 들고 반포1동 빌라 찾는 한남·목동 자산가들
한남뉴타운과 목동 등 정비사업 지역의 소유주들이 반포1동을 찾는 배경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지급되는 이주비가 있다. 기존 주택에서 이주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 일부를 새로운 부동산에 재투자하려는 수요가 아직 정비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은 반포1동 빌라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반포1동 정비사업이 장기간 소요될 가능성을 고려해 본인보다는 자녀 명의로 빌라를 매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실거주하기보다는 장기간 보유하면서 향후 정비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확보하거나 사업 추진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를 때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반포1동 정비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대에서는 지난 2022년께 모아타운을 시작으로 신속통합기획 등 여러 정비방식이 추진됐지만 주민 동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번번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해 서초구청장이 반포1동 저층 주거지역을 2040년까지 정비하겠다는 개발 구상을 밝히면서 다시 기대감이 커졌고 현재 주민들 사이에서는 민간도심복합개발 방식의 사업 추진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주민 동의서를 받는 절차조차 본격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반포1동 언구비공원과 언구비공영주차장 일대에는 ‘반포1동 개발계획이 수립 및 확정된 바 없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개발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행정적으로 확정된 정비계획은 없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 소유주 간 엇갈린 이해관계도 자리하고 있다. 건물 전체를 소유하면서 월세 등 상당한 임대수익을 얻고 있는 다가구주택 소유주들은 장기간 진행되는 정비사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반면, 개별 호실을 보유한 다세대주택 소유주들은 향후 신축 아파트 입주권 확보와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사업 추진에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현지 공인중개사들 역시 한남뉴타운과 목동 등 정비사업이 본격화한 지역에서 반포1동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구체적인 정비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강남권에 남은 대규모 저층 주거지라는 희소성과 장기적인 개발 가능성에 주목한 투자자들이 빌라를 선점하면서 매물 부족과 호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희숙 주영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한남뉴타운에서 이주를 앞둔 소유주나 목동 재건축 단지 소유주들이 반포1동 재개발 관련 정보를 접한 뒤 빌라를 매입하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며 “장기간 보유를 염두에 두고 자녀 명의로 매입하려는 수요도 있는데 현재는 매물이 부족해 예약만 걸어두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포1동은 아직 재개발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단 반포에 깃발 하나 꽂아두자’는 식의 인식이 있다”며 “당장 사업이 추진되지 않더라도 향후 재개발 이야기가 다시 나오면 가격이 오를 수 있어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수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께 6억3000만원 수준에 나왔던 1.5룸 빌라가 현재는 9억원대에 매물로 나와 있을 정도로 호가가 뛰었다”며 “개발 기대감으로 매물을 찾는 사람은 꾸준하지만 정작 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반포1동은 주변에 이미 고가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재개발을 통해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60억원 안팎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며 “다세대주택 소유주 입장에서는 향후 조합원 분담금을 추가로 부담하더라도 재개발 이후 자산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해 사업 추진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반포1동 일대 다세대주택의 호가도 1년 전 실거래가를 크게 웃돌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반포1동 소재 한 다세대주택 전용면적 24㎡ 매물은 지난해 5월 2억83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같은 면적의 매물이 3억7000만원에 나와 있다. 동일 건물의 고층 매물 호가는 4억1000만원까지 형성돼 있다. 지난해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현재 호가가 최소 8700만원에서 최대 1억2700만원 높은 수준이다. 지난 1월 6억원에 거래된 전용면적 19㎡ 매물의 경우 현재 호가가 9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불과 7개월 만에 직전 실거래가보다 3억5000만원 오른 모습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1동 저층 주거지는 강남권에서도 대규모 노후 빌라와 단독·다가구주택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정비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높은 사업성을 갖출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미 국내 최상위권 주거지로 자리 잡은 반포 생활권에 속하면서도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둔 반포자이 일대와 달리 일부 지역에는 저층 주택과 빌라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교통 여건도 우수하다. 7호선·신분당선 논현역과 9호선·신분당선 신논현역을 이용할 수 있고 강남 주요 상업·업무지구와도 가깝다. 주변에 고가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층 주거지가 대규모로 남아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향후 정비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강남권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도 장기적인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역 일대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건립이 진행되고 있으며 잠실운동장 일대에서도 2031년 완공을 목표로 스포츠·MICE 복합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향후 이들 사업이 마무리되면 삼성·잠실을 중심으로 업무·상업 기능이 확대되면서 인접 강남권 주거지역의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반포1동의 경우 강남권에서도 희소한 저층 주거 밀집지역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개발 기대감은 충분하지만 아직 정비사업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선행하는 현상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반포1동은 이미 주변에 고가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있고 교통과 교육, 생활 인프라 등 입지적 경쟁력도 갖추고 있어 정비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다”며 “이러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투자 수요가 유입되고 빌라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재개발은 주민 동의율 확보부터 정비구역 지정, 각종 인허가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아직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주변 신축 아파트의 가격만을 기준으로 미래 가치를 판단하거나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기대해 투자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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