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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못하는 걸 보여줘라”…올해 금융권 채용 키워드 ‘소통 · 판단 · 열정’
“AI가 못하는 걸 보여줘라”…올해 금융권 채용 키워드 ‘소통 · 판단 · 열정’

최근 인공지능(AI)이 채용시장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지만 금융권 취업 현장에서 기업들이 찾는 핵심 인재상은 여전히 ‘사람’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들은 AI 활용 능력과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우대하면서도 고객·동료와의 소통 능력과 갈등 해결 능력,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 역량 등을 주요 평가 요소로 꼽았다. AI가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하는 영역이 확대될수록 오히려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판단력과 관계 형성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무 전문성보다 경험·소통·관계 형성 능력 주목…‘개성·열정’은 여전히 기본 역량

 

올해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은행과 증권, 보험, 공기업 등 82개 금융사가 참여해 현장면접과 채용 상담 등 다양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올해는 AI 활용 역량 평가 등 디지털 시대에 맞춘 프로그램까지 마련되면서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9일 르데스크가 찾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행사장은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로 북적였다. 실제 면접이 진행되는 은행 부스 앞에는 정장과 블라우스 등 단정한 복장을 갖춰 입은 구직자들이 몰렸다. 은행들은 지원자 한 명당 약 5~10분 동안 면접을 진행하며 직무 이해도와 인턴 경험, 회사에 대한 관심 등을 확인했다.

 

보험사와 인터넷은행 등 금융사 부스에도 상담을 받으려는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모의면접과 자기소개서 상담, AI 활용 능력 평가 등 취업 준비를 돕는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퍼스널컬러를 진단해 면접 복장을 추천받는 프로그램까지 마련되는 등 구직자들의 취업 준비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각 부스에 배치된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채용 직무와 기업 인재상, 준비 과정 등을 묻는 구직자들과 지속적으로 상담을 이어갔다.

 

▲ 19일 시작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는 역대 최대 규모로 82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사진은 면접을 준비 중인 사람들의 모습. ⓒ르데스크

  

최근 AI와 디지털 전환이 금융권 채용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지만 현장에서 만난 인사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핵심은 여전히 ‘사람’이었다. AI 활용 능력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본 역량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실제 채용 과정에서는 고객이나 동료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등 인간적인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었다.

 

AI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넓어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오히려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객을 직접 상대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 중요한 은행업계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은행업의 본질은 고객을 대면으로 상대하는 일이다”며 “사람들과 원활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네트워크 능력과 업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대처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은 지원 직무 하나에만 강점을 가진 인재보다 다른 분야의 역량까지 함께 갖춘 ‘융합형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도 보였다. 인사 직무 지원자가 외국어 역량을 갖추거나 영업 직무 지원자가 AI 활용 능력을 보유하는 등 자신의 전문성에 또 다른 강점을 더한 인재를 높게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은행업계에서도 DX(디지털 전환)와 AX(AI 전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iM뱅크 역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디지털 역량과 새로운 시스템 및 기술 변화에 적응하려는 의지 등을 주요 평가 요소로 보고 있었다. 다만 디지털 역량만을 별도로 평가하기보다 기존 직무 전문성과 결합해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원 직무에 대한 역량만 갖추는 것보다 관점을 넓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 직무에 대한 목표가 있더라도 AI나 마케팅 등 본인의 또 다른 강점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면접에서도 지원자의 정형화된 스펙 자체보다는 경험과 직무 수행 능력을 확인하려는 질문이 이어졌다. 전북은행과 농협은행 등은 자기소개서와 인턴 경험을 토대로 지원자의 성격과 업무 성향,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 등을 물었다. 우리은행은 약 5분 동안 진행된 면접에서 RM(관계관리) 직무에 필요한 전문성과 고객 응대 역량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 최근 금융권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 능력도 평가에 반영되고 있다. 사진은 AI 활용 프로그램 부스의 모습. ⓒ르데스크

 

현장면접에 참여한 구직자들도 기업들이 단순한 자격증이나 학력보다 자신의 경험을 해당 직무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연결하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체감했다. 주한서 씨(25·여)는 “직무 전문성을 어떻게 증명하느냐가 면접 질문의 핵심이었다”며 “은행원으로서 필요한 고객 관리 역량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혜수 씨(26·여)도 “회사에 대한 관심과 그동안의 활동 이력을 연결해 답변했다”며 “디지털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아직까지는 해당 회사에 얼마나 입사하고 싶은지 보여주는 열정이나 로열티도 중요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직무 전문성뿐 아니라 지원자 개인의 경험과 강점까지 중시하면서 구직자들 역시 면접 과정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날 박람회를 찾은 김선홍 씨(27·남)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흥국화재의 모의면접에 잇달아 참여하며 자신의 면접 태도와 답변 방식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김 씨는 “면접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다”며 “AI 활용이 필수가 된 사회지만 기업에서는 여전히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자신의 강점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AI와 디지털 활용 능력을 요구하면서도 실제 면접에서는 지원자가 어떤 경험을 해왔고 이를 직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고객이나 동료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구직자들도 단순히 자격증이나 디지털 역량을 나열하기보다 자신의 경험과 개성, 직무에 대한 열정을 면접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었다. 특히 고객과의 신뢰와 관계 형성이 업무의 핵심인 금융업 특성상 AI 활용 능력이 확대되더라도 사람을 이해하고 상대하는 역량은 중요한 채용 기준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AI가 금융권의 반복적·기술적 업무를 대체할수록 오히려 문제 해결 능력과 판단력, 소통 능력 등 사람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지닌 역량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학벌과 자격증 등 정형화된 스펙이나 금융 지식 중심이었던 채용도 지원자가 어떤 경험과 강점을 갖췄고 이를 실제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은 결국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이다”며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무를 효율화할 수는 있지만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고 설득하거나 조직 내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I와 경쟁하려는 인재보다 AI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판단력과 창의성, 소통 능력, 협업 능력을 함께 갖춘 인재가 금융권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기사 속 Q&A
Q1. AI 시대 금융권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채용 역량은 무엇인가?
A. 금융권에서는 AI 활용 능력과 함께 소통·협업·갈등 해결 등 인간적인 역량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특히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맺는 은행권에서는 네트워크 능력과 고객 응대 역량 등이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힌다.
Q2. AI가 금융권 일자리를 대체하면 금융권 취업에서 사람의 역량은 중요하지 않은가?
A. 그렇지 않다. AI가 데이터 분석과 반복 업무를 대신하더라도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고 설득하거나 조직 내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를 활용하면서 판단력·창의성·소통·협업 능력을 갖춘 인재가 금융권에서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Q3. 최근 금융권 취업에서 스펙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나?
A. 금융권에서는 단순한 스펙보다 자신의 경험과 강점을 실제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산업은행 등은 회사의 역사나 사업 내용을 단순히 설명하기보다 지원자의 경험이 회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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